새누리당 ‘비주류’가 수상하다 |친박주류 ‘공천대학살’ 반격
새누리당 ‘비주류’가 수상하다 |친박주류 ‘공천대학살’ 반격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3-12-23 10:40
  • 승인 2013.12.23 10:40
  • 호수 1025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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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잽’ 날리고 나중에 ‘어퍼컷’

홍문종-김성태 갈등 봉합됐지만…당내 잠재 갈등 표출
친박 흔드는 이재오 정몽준, 서서히 움직이는 김무성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새누리당은 공석인 사고지역 당협위원장 선출 문제로 후유증이 깊어지고 있다. 친박 내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조직 정비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마찰을 빚는 것에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다행히 ‘화해’를 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계파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지만 비주류 인사들이 또다시 친박 독주에 반발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지난 13일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홍문종 사당화’ 논란까지 일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박과 비박 간의 계파갈등이 일어날 조짐이 있다.
특히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 선거에서도 서청원 의원이 미는 지상욱 전 대변인과 비박에서 미는 나경원 전 의원이 맞붙었다. 당협위원장의 경우 지방선거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자기 사람을 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친박-비박에서도 쉽게 내줄 수 없는 자리다. 여기에 정치권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기 사람 심기 위한 계파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란 해석마저 나오면서 ‘비주류 공천대학살’마저 흘러 나오고 있다. 대선 1주년을 기점으로 칼을 갈고 있는 친박과 반격을 준비하는 비박계 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1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오른쪽)이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당협위원장 선출 문제가 새누리당에 심각한 생채기를 남겼다. 새누리당 서울 강동을 지역 당협위원장 선출 과정을 둘러싸고 ‘폭언 논란’으로 갈등을 빚었던 김성태 의원과 홍문종 사무총장·당 사무처 간의 갈등은 당내 잠재돼 있는 친박-비박 간의 갈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친박 주류의 독주에 언제든지 계파 간 갈등이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

A의원 민원 때문에…
독박 쓴 홍문종

먼저 당협위원장 선출 문제로 불거진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김 의원은 “홍 사무총장, 새누리당 사무처 노동조합과 문제를 풀었다”며 “서울시의 각 당협위원회 문제는 물론이고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당과 서울시당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갈등의 원인인 한보그룹 출신 이종춘씨에 대해선 “조직위원장으로 선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7일 당 사무처 노조가 작성한 화해문에서도 ‘김성태 의원은 지난 13일 조직국장에게 행하였던 과도한 언행에 대해 16일 저녁에 만나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기술돼 있다. 또 같은 문건에서 ‘노조 또한 지난 성명에서 직접적인 물리력의 행사가 없었음에도 폭력의원이라 지칭하고, 당직사퇴, 당사 출입금지 등을 요구함으로써 일시적으로나마 김 의원의 명예를 훼손할 수도 있었던 점에 대해 사과하였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들의 갈등이 ‘A 의원 작품’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A 의원의 민원을 홍 사무총장이 들어줘 면접을 봤던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홍 사무총장이 결과적으로 독박을 쓴 꼴이다. A 의원은 친박계 인사로 향후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좌지우지하기 위해 임명을 강행하려 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A 의원과 홍 사무총장은 대선 당시 함께 조직파트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친박계 A 의원으로 인한 해프닝(?)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홍문종-김성태 갈등이 표출되면서 친박-비박 갈등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 선발이다. 나경원 전 의원과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경합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도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배우 심은하씨의 남편인 지 전 대변인은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이회창 전 총재와 친분이 있는 중진들이 밀고 있다. 반면, 비주류 측에선 나 전 의원을 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지방선거 공천은 물론 내년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전당대회를 의식해 계파별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친이-친박 공천 대학살이 발생했다. 친이가 주도권을 잡을 땐 친박을, 친박이 주도권을 잡을 당시엔 친이가 대학살 당했다. 당협위원장 선거는 전초전 일 뿐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친박 주류에서는 비주류에 대한 공천 대학살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며 “이를 가만히 지켜볼 비주류가 아니다. 김 의원이 ‘홍문종 사당화’ 발언까지 한 것은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통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이 “당과 서울시당이 긴밀하게 협력한다”는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계파갈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초선 의원실 한 보좌관은 “김 의원이 관여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지방선거에서 공천권뿐만 아니라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에서 김무성 의원 등 비주류의 지원을 받고 당선됨에 따라 비주류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즉, 계파갈등은 찻잔 속 태풍인 셈이다.

금기시 되어 온 발언
쏟아내,‘계파갈등’ 본격화

비주류 중진 의원들도 꾸준히 당 지도부에 잽을 날리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대선 1주년을 기점으로 이들의 비협조 행보는 더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재오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국민이 물었을 때 집권 1년 동안 잘했다고 내세울 만한 게 뭐가 있느냐. 당도 마찬가지”라며 “당과 정부가 집권 1년을 평가해서 잘못한 게 있으면 고치고, 몸에 비해 옷이 크고 자리에 비해 가볍다고 생각하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스스로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황우여-최경환 체제를 흔들며 ‘조기 전대론’까지 불을 지핀 것이다. 

정몽준 의원도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일정 수준 유지된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 된다”면서 “국민들은 정치 불신의 책임을 결국 정권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여당에 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주류 중진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비주류의 반격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홍준표 경남도 지사도 이제 한마디씩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의 반란 조짐의 정점에는 당권과 대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김무성 의원의 ‘대자보’가 있다. 사실 김 의원은 친박계와 서청원 의원의 등장으로 조용한 행보를 해왔다. 그런 그가 “1년 전 오늘을 생각하면 아직도 그 헌신과 열정에 눈물이 날 뿐이다. 우리 모두 잊지 말고 가슴속에 평생 간직하자”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던 것.

특히 당사에서 열린 대선 1주년 기념식에서 김 의원은 “충분한 스펙(경력)과 능력을 갖추고도 ‘낙하산' 소리를 듣기 싫다는 이유로 같이 뛰지 못하는 동지들께 죄송스럽다”면서 “국민대통합이라는 거대한 슬로건 아래 같이 동참했던 주요 인사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당 지도부는 청와대와 담판을 지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발언은 김 의원이 그동안 조용한 행보를 해오던 때와는 차원이 다른 발언이다.

당에서 금기시 되어온 발언을 쏟아냈다는 평이다. 실제 당에서는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나 기용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 눈 밖에 나면 영원히 눈 밖에 난다’는 말들이 팽배한 상황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여권 안팎에서 ‘비주류가 수상하다’, ‘계파갈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재오 의원이 당 지도부를 흔들고 있고, 지난 18대 총선에서 서청원 의원과 이재오 의원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비주류가 김 의원을 적극 밀어주기 위해 서서히 친박계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방선거와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김 의원도 당권 도전을 위한 행보를 할 것으로 보여, 김 의원이 전면에 나서면 서 의원과 당권경쟁은 물론 ‘친박-비박’ 간의 계파갈등은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당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홍문종-김성태 갈등’, ‘당협위원장 인선을 놓고 친박-비박계 갈등’, ‘비주류 중진들의 쓴소리’, ‘김무성 의원의 대자보’ 등 비주류에서 보여주는 행동들은 친박-비박 간의 끊임없는 권력다툼의 서막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 

7122love@ilyoseoul.co.kr

=====박스기사=======

원혜영·유은혜 대자보 비판한 A의원 ‘질투심’때문?

민주당 원혜영·유은혜 의원이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 8층 게시판과 10층 1002호 벽에 붙인 ‘안녕들 합니까’,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는 아들·딸에게’라는 말로 시작하는 대자보를 비판한 민주당 A 의원이 누구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A 의원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젊은이가 말하는 문제의 본질이 뭔지, 우리(의원)가 왜 제대로 못하고 있는지 의원으로서 고민을 해야지 대자보나 따라 쓰고 있느냐”고 격앙된 목소리로 성토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이 나간 후 기자들 사이에서는 ‘A 의원이 누구냐’에 관심이 쏠렸고, 해당 언론사 기자들을 통해 A 의원의 실체가 드러났다. A 의원은 수도권 의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A 의원이 유 의원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 같다”부터 “당에서 비교되는 인사이다 보니 배가 아파서 그런 것 아니냐”는 농을 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편, 원 의원은 “나 역시 안녕하지 못함을 고백한다.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라며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나 역시 다시 뛰겠다. 고맙다”고 말했다.

유 의원도 “고작 이런 세상 밖에 주지 못하는 것인가 부끄럽고 미안해 가슴이 먹먹하다”면서 “민주주의자 김근태 2주기 추모행사 ‘민주주의, 안녕하십니까?’를 준비하던 중에 여러분의 대자보를 보았다. 안녕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실은 나도 안녕하지 못했으니까”라고 말했다. <박>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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