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에 속한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시장점유율 역시 3년 전부터 2위를 놓치고 간신히 3위를 유지하면서 4, 5위인 갤러리아백화점과 AK플라자의 눈치를 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유통업계 강자로 떠오른 이랜드그룹의 NC백화점에까지 자리를 위협받는 상황이다.


현대百, 업계 3위도 ‘위태’…하락세에 수장 경질했나
갤러리아ㆍAK플라자 이어 NC百까지 바짝 추격해
현대백화점의 수장이 5년 만에 바뀐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 대신 김영태 영업관리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현대백화점을 이끌게 됐다. 앞서 하 사장의 경우 연임은 물론 부회장 승진설까지 흘러나온 바 있지만 정작 이번 인사에서 고문으로 발령나면서 그 꿈을 접어야만 했다.
백화점업계에서는 최근 현대백화점의 부진한 실적 때문에 하 사장이 경질됐다는 의혹이 무성하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의 올해 실적은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특히 누적 매출액은 전년과 비슷하지만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이 문제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은 2769억 원으로 전년 3054억 원에 비해 9.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률은 25%를 기록했다. 39년 동안 이어져 온 현대백화점의 흑자 행진이 끊긴 것은 아니지만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만하다.
지난해에도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여지없이 떨어졌다. 2012년 영업이익은 4263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4% 줄었으며 영업이익률은 28%에 그쳤다. 2011년 영업이익률이 31.3%인 것을 감안하면 하향세임을 부정하기 힘들다.
무역점 몰아주기 후
뒤늦은 아웃렛 편승도
원래 현대백화점은 롯데백화점에 이은 업계 2위였지만 2010년부터는 시장점유율이 줄어들며 3위로 내려앉았다. 2003년 시장점유율 29.7%를 기록했던 현대백화점은 9년 만인 2012년 19.1%로 3분의 2로 쪼그라들었다.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의 호(好)시기가 지나면서 업계 3위마저 바짝 추격당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도 기존 4, 5위를 다투던 갤러리아백화점과 AK플라자뿐 아니라 NC백화점까지 후보로 거론되는 중이다.
이랜드그룹에 속한 NC백화점은 전통적인 백화점과는 달리 직매입 등 다소 파격적인 형태로 점포를 운영한다. 직매입은 백화점이 직접 상품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재고 등 전 유통과정을 책임지는 형태다.
이에 반해 전통적인 백화점의 경우 대부분의 해외명품 브랜드가 수수료를 내고 입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NC백화점은 명품브랜드 입점 대신 병행수입으로 상품을 입고해 가격선을 낮췄다.
일부에서는 이런 연유를 들어 NC백화점을 아웃렛(outlet)에 유사한 백화점으로 분류하며 평가절하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NC백화점은 2010년 출범 이래 3년 만에 무서운 성장세로 업계를 재편할 기세다.
이미 매출에서는 이랜드리테일이 신세계를 앞지르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조2147억 원으로 신세계의 1조1786억 원을 넘어섰다.
순수 백화점 매출에서는 신세계가 앞서지만 아웃렛이나 외식 등 사업부문을 통틀면 이랜드가 승리한 셈이다. 반면 대형마트나 아웃렛을 보유하지 않은 현대백화점의 경우 같은 기간 7580억 원으로 한참 뒤처졌다.
점포수에서도 가까운 시일 내 NC백화점이 현대백화점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랜드리테일은 현재 운영 중인 백화점 13곳을 내년까지 22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신규 점포 중 일부는 기존 2001아울렛을 전환해 NC백화점으로 만들 예정이다.
현재 롯데쇼핑은 백화점 29개, 영플라자 2개, 프리미엄 아울렛 8개를 운영 중이며 신세계는 광주신세계 및 위탁 운영인 충청점을 포함해 백화점 12개와 프리미엄 아울렛 3개,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13개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현대백화점도 내년 김포에 프리미엄 아웃렛을 열고 2015년에는 판교 복합몰과 송도 프리미엄 아웃렛을 개점하는 등 신규사업에 힘쏟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이미 늦었다는 평가다. 게다가 한화그룹의 갤러리아백화점과 애경그룹의 AK플라자도 호시탐탐 업계 3위로 올라갈 기회를 노리고 있어 현대백화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 ‘럭셔리’로 대변되던 현대백화점의 이미지가 사라지며 지금은 제자리 지키기에도 힘겨운 상황”이라면서 “그나마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명품을 내세워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언제까지 통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박스]
# 현대百 무역점과 부산점 명암 엇갈려
같은 그룹 내 백화점도 ‘부익부 빈익빈’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현재 국내 최대의 루이비통 매장이 입점한 곳은 어디일까. 바로 서울 삼성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점은 4년간의 증축과 리뉴얼을 거쳐 지난 8월 초대형 점포로 재탄생했다. 기존 무역점 영업면적보다 50%나 넓어졌을 뿐 아니라 에르메스, 까르띠에, 루이비통 등 해외명품 브랜드들이 국내 최대 규모의 둥지를 튼 것이 특징이다.
원래 무역점은 현대백화점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리뉴얼 이후에는 매출이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무역점의 매출은 7800억 원이었으며 내년에는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현대백화점 측은 예상하고 있다. 연매출 1조 원이 넘는 국내 백화점 점포는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세 곳 뿐이다.
반면 현대백화점 부산점의 경우 해외명품 브랜드들이 대거 발을 빼고 있다. 앞서 루이비통과 에르메스에 이어 샤넬까지 연말을 끝으로부산점 매장 운영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구찌와 까르띠에도 계약이 만료되면서 매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들 브랜드가 모두 철수하게 되면 부산점 1층에 남는 해외명품 브랜드는 프라다와 버버리뿐이다. 부산점 전체 매출도 같은 지역의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이나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뒤지고 있어 향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전언이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