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펀드 시장에도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채권형도 지난해보다 부진한 모습이다.
전처럼 ‘묻지마 장기투자’가 옛말이 된 지도 오래다. 투자자들은 과거 20~30%대의 목표 수익률을 버리고 10%대에만 도달해도 환매하기에 바빴다.
그 덕분에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는 사상 최장의 자금 순유출 기록을 경신했다. 이대로 가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시대가 저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직접투자 버리고 간접투자 택했는데…수익률은 ‘배신’
코스피 전고점 돌파하면 ‘희망’…현실은 ‘마의 벽’
올 한 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 18일 기준으로 -2.21%다.
통상적으로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투자를 마이너스 투자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올해 물가상승률인 1.2%를 따라잡기는커녕 실질적인 손실까지 냈다.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 수익률이 -3%대로 떨어진 셈이다.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의 등락률은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 나은 수치를 보였다. 그나마 위험성을 줄이려고 직접투자가 아닌 간접투자를 택한 투자자들의 마음에 금이 갈 만하다.
올해만 성적이 나쁜 것도 아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3년 평균 수익률은 -3%대로 더욱 나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기투자자들 중 아직까지 원금을 회복 못한 사례도 부지기수”라며 “갈수록 펀드를 향한 믿음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크게 줄고
최장 순유출 기록도
실제로 국내 펀드 투자자 비율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에 따르면 일반인 2530명을 대상으로 펀드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투자자 비율이 39.0%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50.2%에 비해 10.8%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연령별로 보면 30~40대의 투자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특히 30대는 올해 38.8%로 지난해 54.4%보다 15.6%포인트 낮아졌다. 40대의 경우 같은 기간 39.9%로 전년 52.0%보다 12.1%포인트 내려갔다.
또한 최근 투자를 중단했다고 밝힌 투자자들은 35.7%로 지난해 24.0%와 비교해 11.7%포인트 높아졌다. 그 이유로 더는 전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으며 은행 예ㆍ적금처럼 안정적인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형 펀드에 다시 자금이 유입되려면 코스피가 전고점을 돌파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한번 덴 투자자들은 신중했고 코스피가 2050 선에 가까워질 때마다 펀드를 환매해 자금 빼내기에 바빴다.
기대감보다 두려움이 큰 탓일까.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면 7조7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 8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는 무려 44일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6조1000억 원이 순유출됐다. 이는 사상 최장의 순유출 기록으로 관계자들을 긴장하게 했다.
앞서 조사 결과에서도 최근 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이 상당히 보수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47%의 투자자들은 안정을 추구하고 59.7%의 투자자들은 원금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대세는 일본ㆍ북미?
신흥국 앞지른 선진국
오히려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국내 주식형 펀드를 앞지르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평균 3.27%였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일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무려 37.18%다. 북미 역시 28.22%의 수익률을 내세웠으며 유럽도 14.25%로 다소 당당한 모습이었다. 특히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엔저 정책이 계속되는 한 향후에도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분류되는 신흥국 펀드들은 기를 펴지 못했다. 브라질 펀드는 -21.12%로 가장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인도는 -9%대였으며 중국과 러시아 역시 각각 4.61%, 2.97%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편 채권형 펀드의 경우 국내외 모두 체면치레를 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국내 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98%였다. 지난해 4.75%의 수익률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해외 채권형 펀드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 평균 수익률이 겨우 1.81%에 그쳤다. 지난해 13%대의 수익률을 감안하면 커다란 박탈감이 들 정도다. 국내나 해외 모두 시중은행 예금금리인 2%대조차 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선진국 주식형 펀드가 신흥국을 제치고 승자로 거듭났는데 이러한 기조는 미국 양적완화 이슈가 지속되는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가 부활하려면 코스피가 전고점을 넘는 등 시장에 신뢰가 생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박스]
# 더 커진 배당의 계절…올해는?
“26일까지 중형 배당주 사라”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올해부터는 증권사 등 금융주들의 결산월이 3월에서 12월로 변경되면서 배당 규모가 더욱 커졌다. 12월 결산법인의 배당락일은 오는 27일로 26일까지 주식을 사면 배당을 받을 권리가 생긴다.
이와 관련해 IBK투자증권은 연말 배당을 앞둔 시점에서 중형 배당주 매수로 시세차익까지 노리는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안현국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수익의 경우 예상과 실제 금액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시세차익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중형 배당주일수록 주가가 배당락 이후에 이전 수준을 빠르게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안 연구원은 “흔히 ‘배당주’하면 떠오르는 통신주를 비롯해 KT&G, S-Oil, 한전KPS 등 대형 배당주는 다음해 1분기 내 배당락일 전일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다”면서 “이에 반해 중형 배당주 그룹은 2010~2012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목이 주가를 회복했고 2010년을 제외하면 소형주보다 회복 일수가 빨랐다”고 짚었다.
그는 “올해의 경우 지역난방공사,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휴켐스, 다음, 메리츠화재, 파트론 등 7곳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들 종목은 최근 3년 연속 연속 배당이 이뤄졌고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이 2% 이상이면서 주당순이익(EPS)을 추정한 증권사가 3곳 이상 있는 종목”이라고 언급했다.
아무래도 직접투자가 두려운 투자자들에게는 배당주 펀드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배당주 펀드 대부분은 올해 주식형 펀드에 비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올해 배당주 추천 펀드로 신영밸류고배당, KB배당포커스, 베어링고배당, 삼성배당주장기증권, 미래배당프리미엄펀드 등을 선정했다. 이들 펀드는 지난해 12월 3일(첫 영업일)을 기준으로 1개월 평균 수익률 2%, 3ㆍ6개월 평균 수익률은 각각 6%와 14% 수준을 기록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