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1년, 있으나 마나
분주하게 술병을 나르는 웨이터, 룸을 오가는 접대 여성들과 룸살롱 분위기에 흠뻑 취한 손님들까지. 복도는 북새통을 이뤘다. 성매매를 원하는 속칭 ‘2차(애프터)’를 위해 여종업원과 버젓이 팔짱을 끼고 나가는 남성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비밀리에, 음성적으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란 기자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손님으로 가장한 <일요서울> 취재팀에게도 ‘매니저급(?)’쯤 돼 보이는 직원이 연신 2차를 권했다. “불법 아니냐”고 물었더니 “강남의 2차 성매매는 성매매특별법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됐다”고 한다. 이어 그는 “경찰 단속도 없을 뿐더러 성매매특별법도 1년이 지나면서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요즘은 2차 나갈 아가씨가 모자라 2차만 전문으로 하는 아가씨만 따로 영입해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여종업원 김모(27)씨는 “룸에 들어오는 손님들은 100% 2차를 간다”며 “주말에는 근처 모텔도 부족해 업소에서 2차를 위한 방을 따로 예약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다른 여종업원의 얘기도 마찬가지. 룸살롱 경력 3년째인 박모(26)씨는 “2차가 안된다고 하면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며 “수요가 있는데 공급이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냐”고 반문했다.이렇게 성매매 수요가 넘치다 보니 ‘2차손님’ 유치를 위한 ‘숙박 리베이트’까지 새롭게 등장했다. ‘숙박 리베이트’란 유흥업소에서 숙박업소에 ‘2차손님’을 소개하면, 숙박업자가 유흥업소 종업원에게 소개해 준 대가로 숙박료 일부를 사례금 형식으로 주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뇌물’인 것이다. A룸살롱의 또 다른 여종업원 박모(29)씨는 “손님들이 주는 팁이 사실 예전 같지 않다”며 “숙박업소에 ‘리베이트 거래’를 요구해 숙박업주에게 받는 팁도 짭짤하다”고 말했다.
숙박업소와 리베이트 거래로 팁 짭짤
유흥업소와 ‘리베이트 거래’를 하는 숙박업주 김모(남·54)씨는 “유흥업소 종업원들의 ‘리베이트’ 요구를 거절하면 그들이 손님을 다른 숙박업소로 돌린다”며 “손님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유흥업소 종업원들에게 숙박비 절반을 줘가며 손님을 유치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유흥업소는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숙박업소는 유흥업소 종업원들의 소개로 온 ‘2차손님’들이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2차손님’들이 올려준 매출만 작년 비교해 30% 올랐다고 하니 결국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장사인 셈이다.
뿐만 아니다. 손을 이용해 유사성행위만 제공하던 일명 ‘대딸방’도 실제 성행위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성행위가 가능한 업소는 입소문이 나면서 ‘대기자 명단’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대딸방은 경찰의 단속이 느슨하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인천 숭의동에 위치한 B대딸방. B업주 이모(여·45)씨는 “연초부터 손님들이 몰려와 아가씨들을 찾아요. 아가씨가 부족해 다른 곳에서 영입해야 할 정도예요”라고 전했다. 또다른 업주도 “요즘은 여대생들이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요. 방학을 맞아 용돈벌이로 하는 애들이에요. 손님들에게도 인기가 최고예요. 전신애무뿐 아니라 스페셜 서비스로 손님들을 대하기 때문에 불야성을 이루죠. 어느 업소가 더 자극적이고 변태적이냐에 따라 매출이 결정된다니까요”라고 덧붙였다.
자극적·변태성 따라 매출 달라져
B대딸방을 자주 이용한다는 최모(남·35)씨.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사진을 찍지 않겠다는 조건하에 최씨로부터 대딸방에서 이뤄지는 성매매에 대한 실상에 대해 들어봤다. 최씨는 “처음에는 여느 업소처럼 손으로만 애무하더니 점점 입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발전하더군요. 나체 상태로 제 몸 구석구석을 애무하고 또 손이 아닌 입으로 사정을 유도하는데… 도무지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어요. 그래서 돈을 갑절로 준다는 조건하에 그녀와 관계를 했어요”라고 실토했다. 이어 최씨는 “솔직히 이런 식으로 막나가는(?) 서비스를 해주는데 어떤 남자가 흥분만 하고 절제할 수 있겠어요?”라고 반문하며 실제 섹스를 하는 대딸방이 태반일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대생 한모(23)씨는 “아가씨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저는 솔직히 말해서 섹스가 더 편하더라구요. 어차피 시달림 받는 건 똑같구요. 같은 시간에 갑절 이상의 돈을 만질 수 있다면 유사성행위보다 실제성행위가 낫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업주 이씨는 “손님들이 원하고 아가씨가 원하면 섹스를 하라고 권하는 편이에요. 어차피 현장에서 단속망에만 걸리지 않으면 되잖아요. 그래도 혹시 걸리면 저희 아가씨들과 손님이 좀 쪽팔릴테니까(?) 될 수 있으면 낮이나 새벽시간을 이용하라고 권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다양한 형태로 경계를 허물고 있는 유흥업소의 윤락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업소에 대한 경찰의 형식적이고 허술한 단속을 방패삼아 이들이 강도 높은 영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성매매 수요가 많은 시기인만큼 사법당국의 일관된 원칙이 요구되는 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성부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