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수원에 사는 김모(21·여)씨도 얼마전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닷가를 거닐고 있는 자신과 남자친구의 사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해변을 거니는 여성은 분명 자신이었다. 사진에는 뒷모습은 물론 옆모습과 앞모습까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김씨는 무척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정말 놀랐어요. 분명 저였거든요. 옆에 있는 남자는 제 남자친구가 분명했고요. 우리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사이 누군가 저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거죠.”올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남자친구와 강릉의 한 바닷가를 찾았다는 김씨는 생각지도 못한 일에 상당히 당황하는 눈치였다. “더 기분 나쁜건 단순히 수영복 입은 몸매만을 찍은 게 아니었어요. 남자친구와 장난치는 모습, 애정표현을 하는 모습, 무방비 상태에서 민망한 포즈로 있는 모습 등을 고스란히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는 거예요.”김씨를 더욱 분노케 한 것은 사진의 제목 및 설명.김씨의 전신 뒷모습이 담긴 사진에는 ‘아줌마야?’, ‘아가씨~ 몸매관리 좀 하셔~’라는 제목이, 남자친구와 애정표현을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에는 ‘강릉, 한쌍의 바퀴벌레들..ㅋㅋ’, ‘이것들 노는 것 좀 보게~’, ‘잘~들 논다’라는 제목이 달려있었다는 것.
인신공격에 음란성 표현 난무
“말로만 듣던 몰카의 주인공이 될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김씨는 “이제는 바닷가도 마음놓고 갈 수 없는 시대가 온 것 같다”며 허탈해했다.회사원 조모(26·여)씨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한강둔치에 위치한 수영장에서의 모습이 포착된 경우. 한 인터넷 사이트에 ‘지난 여름의 추억’이라는 코너에 실린 사진들은 예상했던 것처럼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는 코너가 아니었다는 것이 조씨의 설명이다.하나같이 야시시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노출 사진이거나, 여성 비하적인 내용을 담은 사진들 일색으로 그야말로 ‘몰카천국’이었다는 것.“제가 담배를 피우며 앉아있는 모습이 인터넷에 돌고 있더라구요. 망원렌즈로 찍은 것 같았어요. 또 수영복이 흘러내려 자꾸 추켜올리는 장면도 있었고요.”확인해본 결과, 조씨의 설명대로 사진은 상당히 난감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일부러 각도를 조정해 야릇한 포즈만을 기막히게 잡아낸 사진, 은밀한 부분만 확대시켜 담아낸 사진, 수치감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이나 표정 등을 담아낸 사진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또 사진마다 달려있는 제목 역시, 사진에 찍힌 주인공을 비꼬거나 비난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가슴이 빈약한 여성의 사진에는 ‘절벽이 따로 없네’, ‘계란 후라이..ㅋㅋ’, 여성의 몸매를 두고는 ‘A,B,C,D’로 등급을 매기는 것은 물론, ‘아가씨냐 처녀냐’,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 ‘애 둘은 낳은 몸매’라는 식의 제목이 달려있다. 심지어 외모가 별로인 여성의 사진에는 ‘누가 데려갈꼬’, ‘줘도 안먹어’ 등의 인신공격성 및 음란성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외모나 몸매가 뛰어난 여성들 역시 일부 몰카족들의 성희롱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여성들의 사진에는 ‘고뇬 참 맛나겠네’, ‘아~ 흥분된다’, ‘콜라병 몸매 공개’ 등의 제목이 달려 뭇 남성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한편, 일부 남성들의 ‘놀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물속이라고 안심못해
그러나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이다. 개중에는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의 유두 및 음모가 노출된 사진들도 상당수. 일부 사진은 너무 적나라해서 마치 포르노 사진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풍긴다.수중에서 촬영한 사진도 빈번히 등장한다. 이들 사진은 단순히 여성들이 수영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물속에서 연인들이 껴안거나 육체적인 밀착, 은밀히 벌이는 애정행각들까지 세세히 담아낸 사진까지 나돌고 있는 것이다.사진을 찍는 기법 또한 과거의 몰카 수준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카메라 성능의 발달로 인해 화질이 선명할 뿐 아니라, 순간순간을 포착해내는 사진기법도 상당히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이처럼 철지난 여름날에 찍은 여성들의 야시시한 사진들이 인터넷상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만큼 최고 인기를 누리며 광범위하게 떠돌고 있는 사진은 ‘수영장, 해수욕장 야사 8탄’으로, 이 사진들이 일시적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연속 시리즈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김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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