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예부터 삼백의 고장, 즉 쌀, 곶감, 누에고치로 잘 알려진 상주시가 양잠산업의 부활을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함창명주박물관은 물론 잠사곤충사업장, 함창명주테마파크까지 시와 경상북도 차원에서 양잠산업의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변모를 꾀하고 있다. 4300년 역사를 간직해 온 양잠산업, 그 미래를 살펴본다.
상주시는 지난 4월 함창읍 교촌리 일원에 함창명주박물관 개관을 시작으로 누에 사육에서 명주 제품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한 명주테마파크를 조성해 침체된 양잠산업이 재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또 함창명주의 명성을 회복하고 슬로시티 도시답게 전통산업 발전을 위해 뽕밭 조성과 명주직기개량, 건강기능식료품 개발 등에 약 9억 원의 사업비를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4300년 양잠 역사
기능성 소재 재탄생
함창명주잠업영농조합법인은 지난 5월 29일부터 누에 15상자(약 30만 마리)를 사육해 500kg의 국산 생사(누에고치에서 뽑은 실)를 생산했고 가을에는 누에 10상자를 추가로 사육해 총 800kg의 생사 생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성백영 상주시장은 “올해 함창명주박물관 개관, 명주테마파크 완공으로 양잠산업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양잠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집중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류의 양잠산업 역사는 약 4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는 고대 역사서를 근거로 삼한시대인 약 3000년 전부터 양잠산업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 현종 때(1029년)는 집집마다 뽕나무 묘목을 밭머리에 15~20그루씩 심을 것을 명했다. 또 조선시대에는 왕비가 손수 누에에게 뽕잎을 주며 잠업을 권하는 친잠례까지 행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근래에는 197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양잠의 중심지인 상주는 뽕밭 2180ha에서 누에 3만6335상자(상자 당 누에알 약 2만 개)를 사육해 누에고치 1090t을 생산했다.
하지만 양잠은 중국산 저가 생사가 공급되고 나일론 등의 값싸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합성섬유에 밀리며 급속히 쇠퇴했다. 이에 1980년대 중반 우리나라 생사 생산이 사실상 중단된 바 있다.
현재 상주도 1970년대 생사를 158t이나 생산했던 명성을 뒤로한 채 전국에서 전통 15인치(38.1cm) 명주를 생산하는 유일한 지역으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함창명주 역시 크게 위축되며 몇몇 농가만이 주로 수의용 옷감 등으로 소량 생산하고 있으며 전통 명주라는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전통방식을 지켜오고 있다.
전통명주는 수직기라고 불리는 베틀로 짠 명주로 세로 방향으로 놓인 날줄 사이를 북이 오가면서 씨줄을 풀어놓고 바디가 전후로 이동하면서 씨줄과 날줄을 밀착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단지 현재 함창·이안 지역의 명주 짜기는 손발의 힘을 전기가 대체했을 뿐이다.
기능성 소재로 탈바꿈
이처럼 힘을 잃어 가던 양잠산업은 누에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른바 ‘누에의 재발견’을 통해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양잠산업은 1980년대부터 사양 산업으로 분류될 정도로 침체일로를 걷다가 1995년 혈당강하제(당뇨병 치료제)용 누에분말 개발에 성공하면서 기능성 소재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후 누에 동충하초, 누에그라, 실크화장품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입는 용도에 머물러 있던 양잠이 다양한 기능을 갖춘 먹고 만지고 바를 수 있는 누에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탈바꿈하면서 바이오 기술 및 의학과 결합해 인공장기와 인공뼈, 인공고막 등 의료용 소재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최근에는 양잠산업이 생산·가공에 그치지 않고 관광문화 상품으로 연결되고 있다. 양잠 관련 6차 산업화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는 전북 부안누에타운을 들 수 있다.
2010년 5월에 문을 연 부안누에타운은 거대한 뽕나무 숲과 사계절 누에 사육이 가능한 시설을 갖춰 사계절 내내 다양한 누에 관련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지난해에만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류강선 박사(농촌진흥청)는 “양잠산업은 누에를 기르고 누에를 원료로 기능성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보다 한 계단 더 높은 곳을 향해 가야 한다”며 “다른 산업, 다른 학문과의 융·복합을 통해 끊임없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양잠산업의 미래”라고 밝혔다.
이처럼 양잠산업이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경상북도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경북 잠사곤충사업장은 지난 9월 상주시 함창읍 교촌리의 명주테마파크 내로 청사 이전을 완료하고 100년을 선도할 양잠 및 곤충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명주테마파크 완공
고부가가치산업 기틀 마련
잠사곤충사업장은 1911년과 1919년 대구에 도립 잠업강습소와 잠업취체소를 설립해 1962년과 1974년 각각 상주로 이전해 1993년 통합됐다. 하지만 이원화된 사업장으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시설의 노후화 등으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게 됐다.
잠사곤충사업장은 용지 14만9000㎡에 총건축 면적 5918㎡로 본관동, 연구시험동, 잠실, 생사생산동, 누에곤충체험학습관 등을 갖추고 있다.
도는 이를 통해 전국 유일 명주실 생산, 우량 누에씨 생산·보급, 잠업 유전자원 계통 보존, 동충하초 종균 생산 등 기능성 양잠 산업 기반을 확대하고 화분매개곤충(가위벌, 뒤영벌) 증식·공급, 나비류 대량증식 및 곤충 사육 키트(호랑나비, 누에) 공급 등 유용 곤충 자원의 산업화 확대를 통한 신소득원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상주시도 잠사곤충사업장 준공으로 명주테마파크 조성이 마무리됨에 따라 양잠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집중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잠사곤충사업장과 경북대학교 상주캠퍼스와의 협력을 통해 명주 생산, 기능성 식품 개발 등 다양한 누에 관련 상품 생산을 비롯해 체험 관광까지 연계되는 6차산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명주 패션디자인 페스티벌 등 소재 분야와 더불어 문화콘텐츠로의 변신을 예고하고 있어 양잠산업의 제2의 전성기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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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