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유(JU)그룹에 대한 불법 다단계 사기와 전방위 로비의혹 사건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서울 강남의 한정식집 ‘해림’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최재경 부장검사)가 지난달 16일 이곳의 주인인 송모(여·55)씨에 대해 특가법상 알선 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송씨는 지난해 3월 주 회장으로부터 “서해유전 사업의 허가가 연장될 수 있도록 유력 인사들에게 부탁해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송씨는 하루 만에 영장이 기각됐다.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이 되지만 알선·청탁의 명목인지는 다뤄볼 여지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그 이유다. 또 ‘해림’은 정재계 인사들의 아지트로 불리며 JU 로비장소로도 의혹을 사고 있다.
그렇다면 ‘해림’은 어떤 곳일까. 그곳을 직접 찾아 주 회장과 송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추적해 보았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차병원 뒤편으로 나있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해림(海林)’이라고 쓰여진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다소 허름한 외관을 띠고 있었지만, 규모는 작지 않았다. 10평 남짓한 마당을 따라 내부에 들어가니 병풍과 자개장롱 등이 고풍스러운 멋을 냈다.
‘경상도식 맛’ 인기몰이
정재계 인사 등이 자주 찾는 여느 한정식집이 그러하듯 해림 역시 ‘홀’ 개념의 공간이 없다.
총 15개의 ‘방’만 있을 뿐이다. 특히 이곳은 손님들끼리 서로 마주치는 것을 막기 위해 화장실이 딸린 방을 마련했다. 큰방은 최대 20명까지 수용하며, 2명만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방도 있다.
저녁식사는 1인분에 6만원 가량. 정해진 정식코스이기 때문에 별도의 메뉴판은 없다. 야심차게 꼽을만한 메인음식도 없다. “특별한 음식이 없고, 한정식집인데도 테이블에서 식사하도록 되어 있는 게 우리 집의 특징”이라는 게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해림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수라상 같은 정통 정식보다 ‘가정식 백반’이 발전한 형태라는 것과 ‘경상도식 고유의 음식 맛’이 그것. 이는 이곳 주인인 송씨가 울산 출신이라는 데에서 기인한다.
이곳 관계자가 들은 바에 따르면 송씨는 당초 부산에서 동생과 고깃집을 운영하다가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지난 90년대 초 서울로 옮겨 영업을 시작했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서석재, 한이헌 전의원과 홍인길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김영삼 정부 시절인 민주계 핵심인사들이 자주 찾아 세간의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모 의원 보좌관은 “부산 시절부터 단골로 드나들던 손님들이 서울로 옮겨서도 해림을 자주 찾았다”며 “특히 서 전의원이 좋아해 15대 국회 당시에 그가 주재한 모임이나 술자리는 거의 해림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 때 운영했던 장수천 대표였던 홍경태 전 청와대 행정관도 단골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영삼 전대통령도 한두 번 이곳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우리 식당은 서울에 있는 부산 출신 정관계 인사들의 아지트”라며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부산 출신들이 많이 찾았지만 김대중 정부 들어 손님이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최근에는 제이유 주수도 회장과 관련, 적잖은 구설수에 시달려 손님 발길이 끊긴 상태”라면서 “한번은 이곳을 찾지 않은 정계 인사가 언론에 ‘해림 단골손님’으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됐다며 거센 항의전화를 한 적도 있다”며 식당 이미지가 크게 구겨진 데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주수도와 특별한 인연
그렇다면 송씨는 주 회장 등과 어떤 인연이 있기에 이곳이 JU는 물론 정관계 인사들의 매개 장소로 이용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일까.
이곳 관계자에 따르면 주 회장과 송씨는 울산 출신이라는 공통점으로 친해진 것이 전부이지, ‘특별한 관계’는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세간에는 두 사람은 최근까지 친분을 이어온 사이이며, 주 회장은 해림에 종종 들러 지인들과 고스톱을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송씨는 지난 1998년 당시 모 사찰의 승려들이 한판에 10만~1000만원씩 모두 수십억 원대 포커 도박판을 벌일 때 자신의 가게를 이들에게 도박장으로 제공하고 함께 도박을 벌인 혐의로 구속되기도 한 전력이 있다. 때문에 주수도 회장이 이곳서 종종 고스톱을 치기도 했다는 얘기는 설득력을 지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곳 관계자는 “주수도 회장이 이곳에서 고스톱을 쳤다는 얘기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며 “여기는 도박장이 아닌 밥집”이라고 퉁명스럽게 말
했다.
한편, 송씨는 JU 로비스트로 알려진 이후 식당에 잘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연예인들도 ‘해림’ 단골손님
경상도식 한정식집으로 유명한 ‘해림’에는 누가 드나들까.
서석재 전 의원 등 과거 부산 출신 정치인들이 자주 찾았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곳은 고위 공직자들과 법조인뿐만 아니라 유명 연예인들도 ‘단골손님’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곳에서 2년 이상 근무해 왔다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자주 드나드는 연예인은 정준호, 이정재, 조인성, 박경림, 이경실, 이경진, 조용필 등이다.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에 관계없이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셈.
정준호는 기업체 사람들과 자주 드나드는데, 특별히 가리는 음식 없이 고루 잘 먹는다고 한다. 매너 좋고 팁이 후해 이곳 직원들에게 인기 만점이기도 하다.
조인성은 낙지볶음을 유난히 좋아하는데, 방문 당시 낙지가 떨어져 이곳 직원이 직접 낙지를 구해다가 요리해 준 적이 있다고.
그 외에 이구택 포스코 회장을 비롯한 재계 인사들도 해림의 경상도 고유한 맛에 반해 종종 드나들고 있으며, 이곳서 상견례 등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은혜 kkeunna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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