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의 ‘짜고 치는 고스톱’… 해외 밀수사건증가로 국고유출 '우려'
2002년 5월 홍콩에서 수입된 판넬 속에서 금괴 10억원치가 관세청 공항검색대에서 포착됐다. 조사 결과 밀수 피의자들이 모두 25차례 걸쳐 1,150kg의 양으로 당시 시가로 169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괴를 밀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세관 역사상 최대의 금괴밀수 사건으로 대대적으로 언론에 주목을 받았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2002년 5월 16일 철제 판넬로 위장 수입 신고한 철제 박스 속에서 금괴 61kg, 시가 10억원 상당을 적발됐다. 이는 2002년 3월부터 5월 사이에 총 25회에 걸쳐 금괴 1천2백 킬로그램 중 일부로 시가 약 170억원 상당을 밀수입한 금괴 밀수 조직을 일망 타진하는 개가를 이뤘다.
KBS, ‘이상한 금괴 밀수’ 보도 이후
그러나 국내 최대 국내 밀수 사건은 이상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당시 KBS 취재파일 4321에서는(2004.08.01 방영) 이런 점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취재파일 보도에 따르면 세관에서는 적발되기 전부터 용도가 애매한 제품이 공장이 거의 없는 홍콩에서 만들어 비싼 운임을 통해 들여온다는 점이 의심스러워 2번이나 집중 검사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당시 검사를 담당했던 L씨는 물건을 그대로 통과시켜줬고 다른 동료직원이 검사하려 하자 물품을 대강 통과시켜달라고 부탁까지 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동료 직원이던 A씨는 이를 무시하고 물건을 검사해 국내 최대의 금괴 밀수 사건을 포착하게 됐다.
시작은 주 범인으로 지목된 화교계 마씨 형제가 5개월도 안돼 검찰에 자수하면서부터다. 검찰은 무혐의 처리를 통해 바로 풀어준 것이다. 또한 수입 업자였던 양모씨는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옥살이를 하지 않았다. 이유는 주범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주범과 종범이 모두 풀려나는 희한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관세 포탈죄의 경우 상당히 엄격하고 높은 금액의 벌금과 추징액을 부과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벌금 한 푼 내지 않고 금괴 밀수 업자로 지목된 인사들이 풀려나간 것이다.
이 배경에 취재파일팀에서는 마씨 형제와 양씨의 변호를 맡았던 인천 지검 검사 출신 변호사와 판사 출신 변호사에 주목했다.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검사 시절 200억원대 금괴 밀수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자신이 지휘해 기소중지 시켰던 피의자를 자신이 변호한 것이다. 이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자신이 맡았던 사건은 수임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어긴 셈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또 다른 판사는 인천지법 부장 판사 출신으로 재판 단계에 있던 인사가 변호를 각각 나눠 맡은 것이다.
희한한 일은 이후에 더 벌어졌다. 대규모 밀수를 도와줬던 L씨는 ‘직위 해제’가 아닌 가벼운 내부 징계에 머물렀다.
해마다 밀수가 증가하면서 국부유출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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