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리설주 버리고 새로운 여자 찾나
[일요서울|오두환 기자] 장성택 처형으로 북한이 공포정치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국무부도 이례적으로 “북한 체제의 극단적 잔인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밝힐 만큼 북한의 행보에 놀라는 눈치다. 미국 정부는 지난 9일 장성택 실각이 확인된 뒤에도 ‘외국의 국내 인사 문제’라는 이유로 아무런 논평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 만에 사형이 집행된 데다가 지역정세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논평을 발표했다. 장성택 사형 이후 미국은 한국, 중국 등과 향후 한반도 정세를 놓고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은 1972년 김일성의 딸 김경희와 결혼하며 ‘공주의 남자’로 불리며 북한 권력 2인자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의 운명은 ‘만고역적’ ‘매국노’라는 단어와 함께 사형으로 끝을 맺었다.
장성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청소년사업부장, 당 청년 및 3대혁명소조부장, 당 중앙위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을 역임했다. 2004년 ‘분파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좌천됐지만 2006년 당 중앙위 제1부부장으로 복귀해 다음해 당 중앙위 부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4월에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 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장성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남 김정은으로 후계체제를 확정할 때 리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함께 측근에서 조언을 해준 인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그의 손으로 세운 왕인 김정은에 의해 생을 마감하게 됐다.
공주의 남자가
매국노로 생 마감
장성택에 대한 즉각적인 처형은 북한 내에서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장성택에 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이 12일에 진행됐다”며 “공화국 형법 제60조에 따라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했고 판결 즉시 집행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통신은 보도문에서 장성택을 “개만도 못한 쓰레기”라고 부르며 그의 범죄행위를 낱낱이 공개했다. 이 외에도 통신은 장성택을 “만고역적” “매국노” “흉악한 정치적 야심가” “음모가”로 지칭하며 비판 강도를 높였다.
또 보도문에 따르면 김정은에 대한 불손함을 꼬집는 사례들이 눈길을 끈다. 후계자 추대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왼새끼를 꼬면서 령도의 계승문제를 음으로 양으로 방해하는 천추에 용납 못할 대역죄를 지었다”, 후계자 결정이 선포될 때도 “장내가 열광적인 환호로 번질 때 마지못해 일어나 건성건성 박수를 치며 분노를 이끌어 냈다”고 밝혔다.
자신의 세력을 구축해서 국가전복을 꿈꿨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일단 물자들을 가로채 자신의 심복졸개들을 키운 뒤 자신들의 ‘소왕국’을 만들고 장성택을 ‘1번 동지’라고 부르게 하는 장성택의 우상화, 장성택에 대한 환상을 만들게 했다는 점이다.
또 백두산 위원들로부터 받은 정치적 믿음과 은혜가 분에 넘치는 것이었다며 장성택을 천인공노할 배신자로 표현했다.
백두혈통에도
진골 성골 따로 있다
장성택이 사형을 당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백두혈통’으로 불리는 김씨 일가 친척과 김정남과 김정철에게로 이동했다. 특히 김정남은 장성택이 아들처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장성택이 뒤를 봐주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을 옹립하려다 적발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강명도 전 북한 총리 사위는 13일 YTN의 대담 프로그램에 나와 “장성택의 최측근이 최근 김정남을 만난 사실을 알아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장성택이 북한의 체제 변화를 도모하려 했다고 판단하고 숙청에 이어 처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황이 사실이라면 김정남의 운명도 풍전등화와 같다. 장성택과 그 측근을 숙청한 다음 새로운 타깃이 김정남이 될 여지도 있다.
한편 북한전문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철이 장성택 숙청을 주도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기회를 엿보던 김정은 위원장이 고모이자 장성택의 아내인 김경희의 건강이 악화된 틈을 노려 김정철과 함께 장성택을 내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김정철은 유약한 성격으로 지금까지 북한에서 이렇다 할 직위가 없었다. 하지만 김정철은 지난 4월을 기점으로 북한의 특권층 자녀들이 모인 사조직 ‘봉화조’를 통해 김 위원장의 세습체제 유지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김정철과 형제일 뿐 아니라 같은 어머니를 두고 있다. 추방당한 김정남 보다 훨씬 더 믿을 만한 형제관계라는 얘기다. 그래서 김정철에게 장성택 숙청 작업을 부탁했다는 이야기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 밖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최근 국방위 행사과장에 오르면서 김정남을 제외한 형제·남매들의 집권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한 체제 중심
군에서 당으로 이동
장성택의 실각을 북한 정권 내 군부와 당의 알력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장성택의 힘은 군부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정은 권력의 기반은 당이었다. 이제 장성택이 사라지면서 권력의 축이 군부에서 당으로 이동한 것이다.
현재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을 제외한 권력실세는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꼽을 수 있다. 최룡해는 김정은 체제에서 군부의 최고 실세로 자리잡은 인물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직전까지만 해도 황해북도 노동당 책임비서에 불과했다. 장성택이 군부를 장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장성택을 배신하고 김정은 편에 섰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제 장성택이 사라지면서 다음 타깃이 최룡해가 될 수도 있다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다.
왜냐하면 장성택의 죄목 가운데 하나였던 ‘부적절한 여성관계’에서 최룡해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룡해는 과거 김정일 체제에서 ‘기쁨조’를 관리한 인물로 알려졌다. 당시 김정일의 파티를 위해 흑인 모델들을 수입하고, 쾌락을 위해 여배우의 이빨을 뽑고 변태적 성행위를 하게 한 인물이란 주장도 있다.
게다가 최룡해가 ‘군 복무를 하지 않은 군인’이란 점도 약점이다. 최룡해는 군 경력이 없으면서도 부친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이 김일성 주석과 함께 활동한 항일 빨치산 거물이었다는 배경 덕에 대장으로 진급했다. 이에 대해 군부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라지지 않는
장성택·리설주 불륜설
장성택의 제거 이유는 반당ㆍ반혁명 종파행위, 당의 방침 거역, 최고사령관 명령 불복, 경제사업과 인민생활 향상에 해악, 헐값에 자원 파는 매국, 부정부패, 부적절한 여성관계, 마약, 도박, 외화 탕진 등 온갖 혐의를 망라하고 있다.
하지만 사형 직전 또 다른 이유가 제기됐다. 바로 리설주와의 불륜설이다. 지난 11일 국내 한 매체는 북한 소식통의 말을 빌려 “지난 8월 북한 예술단원들이 포르노 동영상을 찍고 유포시킨 혐의로 처형됐던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동영상에서 장성택과 리설주의 부적절한 관계가 발각됐다"고 보도했다.
당에서는 리설주를 집중 추궁했고 리설주는 결국 장성택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자백, 격노한 김정은은 주변의 만류에도 고모부인 장성택의 숙청을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문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의혹과 관련해 추가로 김정은이 새로운 신부를 선택하기 위해 신부감을 간택 중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망명객
있나? 없나?
장성택 처형 이후 측근의 망명여부도 정부와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는 중국 현지에서 망명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장성택 측근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섣불리 망명에 관한 발언을 하거나 행동으로 옮길 경우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망명을 시도하고 있는 측근이 있는지, 있다면 그 측근이 한 명인지 두 명 이상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당에서 자금과 외화벌이를 총괄했고 김 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로열패밀리의 비자금 내역에 정통한 인물이 망명객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이 많다.
한편 일부 언론에서 망명을 시도하고 있는 사람이 로두철 내각 부총리와 리무영 화학공업상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통일부는 “두 사람은 9일 열린 건설일꾼대회에 참석한 것으로 사진에 찍혔다”고 밝혔다.
또 13일 긴급 소집된 외교통일위원회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13일 북한에서 처형된 장성택의 해외 주재 측근 등의 망명 가능성에 대해 앞으로 사태를 잘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류 장관은 “최근 언론에 거론된 장성택의 측근 및 북한 부총리급 인사의 망명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류 장관은 "최근 북한 내에서 전개되는 일련의 사태에 깊은 우려를 갖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차분한 가운데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스기사
코레일·철도노조 ‘직위해제 vs 고발’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하자 코레일 측은 파업에 참여한 7600여명을 직위해제 했다. 이에 노조 측은 코레일을 ‘무고죄’로 고발해 파업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전국철도노조는 지난 9일부터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저지 및 민영화 반대’를 위한 파업을 시작했다. 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와 철도공사는 민영화가 아니라는 거짓으로 일관하며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대화에 나선 적이 없다”며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을 위한 이사회를 중단하고 토론의 장으로 나와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지난 6월 국토부가 이미 올해 수서KTX분할을 시작으로 지방노선과 광역노선에 대한 민간참여를 통해 전 철도노선 민영화를 계획했다고 발표했다”며 “이사회를 열어 수서발KTX 법인에 대해 의결한다면 철도공사 이사들은 정부의 강압에 의해 거부할 수 없다. 이사회와 민영화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코레일은 파업 당일인 9일 오후 파업 참가자 4213명을 직위해제 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파업주도 후 갑작스러운 복귀 과정에서 혼란과 업무상 장애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코레일은 수서발KTX 법인은 코레일이 국토교통부의 면허를 받아 공식 출범하고 전액 출자해 민영화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며 노조의 주장을 반박하며 이사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가결시켰다.
이어 코레일은 추가 조치로 인해 모두 7608명을 직위해제 했으며 파업을 주도하거나 적극 동참한 노조원 194명을 각 지역 관할 경찰서에 고발했다. 또 노조 가족에게 ‘정부 정책은 되돌려지지 않는다’는 문자메시지도 발송했다. 코레일은 문자메시지에서 “잘 아시잖아요. 정부 의지가 반영된 정책은 결코 되돌려지지 않는다는 것 여러 번 경험하셨잖아요”라며 “석 달 열흘을 파업하면 뭐가 달라질까요. 국민들이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에게 덧씌워지고 정부의 철도 정책은 초강력 외주화 요구 등 더욱 강경해질 뿐”이라고 밝혔다. 코레일은 “참여하셨던 분들의 피해만이 고스란히 누적될 뿐”이라며 “수서발이 아닌 우리의 직장부터 지키는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코레일 측은 “본사가 아닌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이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보낸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잇따른 코레일의 공격에 대해 노조 측은 코레일 이사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직위해제 남발과 문자메시지에 대해 “조합원과 조합원 가족의 인권이 침해당했다”며 국가인원위원회에 진정을 내기로 했다. 이들은 “문자메시지를 나이가 어린 자녀들에게까지 보내 위기감을 준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노조원 고발에 대해서는 “우리의 파업은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등을 행사하는 정당한 행위”라며 “무분별한 형사고소 남용은 무고죄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코레일을 무고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코레일과 노조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철도파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코레일은 열차 운행이 감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KTX 및 수도권 전철의 운행도 줄어들 예정이다.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파업 닷새 만인 13일에 실무교섭이 열려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