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대표측 “조기전대, 8월 전대 상관없지만...”
- 인천시장 차출론 “윤상현 네가 나가라 인천시장”
최근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이 천기누설을 했다. 홍 총장은 12월 6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전당대회와 관련해 ‘선 지방선거 후 전당대회’를 주장했다. 홍 총장은 “현 지도부는 모든 선거에서 압승을 한 복받은 지도부여서 지방선거도 잘 치를 수 있을 것”이라며 “지방선거 이후에 전당대회를 하는 게 대세가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당장 내년 전당대회에 출마할 인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특히 홍 총장의 의중이 ‘청와대와 교감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면서 당권 도전자들을 긴장케 만들었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차기 전당대회에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는 10여 명에 육박한다. 일단 충청권 출신 중진급 인사로 서청원, 정우택, 이완구, 이인제 의원에 김무성, 최경환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까지 가세할 태세다. 특히 2~3월 조기 전당대회가 개최될 경우 지방선거와 7월 말 있을 미니 총선급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공천권을 행세할 수 있다. 8월 전당대회가 개최될 경우에는 2016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당권 예비 주자들의 우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면서 조기 전당대회와 8월 전당대회를 임하는 태도가 다르다. 일단 새누리당 내 황우여 당 대표를 비롯해 충청권 출신 중진급 인사들은 조기 전당대회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랑이 없는 곳에 여우가 왕’
특히 황 대표는 내년 5월 15일이 임기 만료지만 그달에 하반기 국회의장 선출이 예정돼 있어 조기 전당대회를 내심 바라고 있다. 하지만 황 대표실에선 조기 전당대회 선호설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실 한 관계자는 13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대표는 조기 전당대회나 8월 전대 개최에 호불호가 없다”면서 “12월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전대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이 인사는 “그러나 정기국회 끝나고 나면 대표도 전당대회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통해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재차 “현재까지 특별한 의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서청원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기 전 조기 전대 개최 가능성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모습이다.
한편 홍 총장의 ‘선 지방선거 후 전당대회’ 주장과 관련해 청와대 교감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이 인사는 “홍 총장이 앞서 나가는 부분이 있다”면서 “대표 역시 청와대와 전당대회와 관련해 교감을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홍 총장의 발언은 당이나 청와대와 교감이 된 게 아닌 전적으로 사적인 의견이라는 지적이다.
충청권 중진급 의원 중 이인제, 정우택, 이완구 3인은 조기 전당대회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6선의 경기도지사 출신 이인제 의원은 새누리당과 합당 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의원은 자신이 설립한 정책연구모임을 통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통일을 여는 국회의원 모임’을 주도하며 ‘통일’을 화두로 세를 규합하고 있다. 충남 지사 출신 이완구 의원 역시 당 세종특별자치시 지원을 위한 특위 위원장을 맡아 지역세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친박 주류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모임’을 통해 당권 유력 주자인 김무성 의원에게 맞서 친박 전진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충북지사 출신인 정우택 3선 의원 역시 ‘충청권 서울시장 후보론’을 내세워 공을 들이고 있다. 정 의원의 경우 조기 전당대회가 안 될 경우 서울시장 경선에 참여해 인지도와 세를 모으고 이후 있을 8월 전당대회에 적극 나서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황 대표는 예외지만 당권을 노리는 충청권 출신 3인방은 ‘호랑이 없는 곳에 여우가 왕’이라는 속담처럼 서청원, 김무성, 최경환 등 당내 유력한 당권주자 참여율이 낮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단명하더라도 당 대표 자리에 오르고 싶은 기대감이 엿보인다. 특히 청와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기 전당대회가 개최될 경우 당내 분열을 가져올 서청원 대 김무성 대결을 원치 않는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를 장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19일 국회에서는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주축이 돼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칭송하는 모임인 ‘운정회’를 발족시켰다. 김 전 총리의 아호를 딴 이 모임에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우택, 이완구, 이인제, 성완종 의원과 강창희 국회의장,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서청원 전 대표, 심대평 전 충남지사 등 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모임에 참석한 한 인사는 “내년 지방선거와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전 총리를 띄워 이득을 보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의혹어린 시선을 보냈다.
황 대표와 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조기전당대회에 적극적인 반면 당내 유력한 당권 주자들은 발언을 삼가며 조용하게 사람들을 만나며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바로 서청원 전 대표와 김무성, 최경환 의원이다. 서 대표의 경우에는 전당대회와 관련해 “출마할 뜻이 없다”, “여야, 당청 가교역할을 위한 밀알이 되겠다”고 한껏 몸을 낮춘 상황이다.
서청원·김무성, “전당대회? 할 말 없다”
하지만 지난달 창립한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출범식에 참석한 서 전 대표의 가입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당내 작은 소란이 일었다. 당초 33명 회원으로 시작했던 모임이 60명을 훌쩍 넘으면서 친박 주류 모임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당내 관심이 증폭되자 포럼 측에선 당초 17일 국회선진화세미나 개최를 최소하는 등 헤프닝마저 낳았다. 19일 한국헌법학회 회장에 취임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정종섭 교수 세미나가 잡혔지만 주제는 미정인 상황이다.
한편 서 전 대표의 국가경쟁력강화포럼 가입과 관련해 최측근 인사는 “서 대표가 조용하게 여야 당청 관계를 막후에서 역할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특정 모임에 들어가 세몰이 하는 모양새를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한다”며 회원 가입 여부는 ‘카더라식’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서 전 대표가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가장 막강한 라이벌이 바로 김무성 의원이다. 김 의원 역시 4월 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이후 전당대회 출마에 적극적이었지만 현재는 일절 언급을 삼가고 있다. 특히 서청원 전 대표가 10월 재·보선으로 배지를 단 이후 그 행보는 더욱더 신중하게 바뀌었다. 김 의원 측에서는 “영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는 말을 하지도 않았고 할 의사도 아직은 없다”면서 “언론에서 자꾸 확대 해석해 기사를 내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전당대회와 관련해 김무성 의원 이름 석 자가 나오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반면 8월 전당대회를 선호하는 최경환 원내대표와 김문수 도지사의 경우에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다소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최 원내대표와 김문수 도지사의 경우에는 자력으로 당 대표직에 오를 수 없다는 점에서 서 전 대표와 김 의원이 치열하게 싸워 서로 피투성이가 될수록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출마를 안 할 경우 최 원내대표 서 전 대표의 지원을 내심 기대하고 있고 친이계와 친분이 좋은 김 지사는 김 의원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황 대표 측 “수석을 비서관 하라는 말”
여당 내 권력 지형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조기 전대냐 8월 전대냐의 핵심 키는 청와대가 갖고 있다는 데 여권내 누구도 토를 달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또 다른 키를 갖고 있는 황 대표를 겨냥해 내년 인천시장 선거에서 ‘차출론’을 흘리면서 사실상 조기 전대에 부정적인 견해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황 대표실에서는 이에 대해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의원 등 고위 당직에 있는 분들이 했던 말로 알고 있는데 인천시장은 윤상현 수석부대표가 더 경쟁력이 있다”면서 “(인천시장 차출론은) 청와대 수석을 보고 비서관 하라고 하는 말이나 원내대표보고 정책위의장하라는 말 그리고 사무총장보고 사무 제1부총장을 하라는 말처럼 발상 자체가 편의적”이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청와대와 황우여 대표 간 정기국회 이후의 사전 교감이 조기전대냐 8월 전대냐를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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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