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명 하마평 낙점은 이·김·김·최順
차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후 중수부가 폐지돼 특수수사 기능을 넘겨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사건들만 봐도 요직 중의 요직임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을 시작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낙마 관련 청와대 행정관의 개인 정보 유출 의혹 사건, 효성그룹 탈세비리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한둘이 아니다.
검찰 내 신망 두터운 이득홍 고검장
현재 공석인 중앙지검장 자리에는 연수원 16~17기 간부들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고검장급에는 16기인 국민수 법무부 차관, 임정혁 서울고검장, 이득홍 대구고검장, 김현웅 부산고검장과 함께 17기인 김경수 대전고검장, 박성재 광주고검장이 있다. 또한 김수남(16기) 수원지검장, 최재경(17기) 대구지검장, 김희관(17기) 부산지검장, 송찬협(17기) 대검 공안부장 등 검사장급에서 승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와 검찰에 정통한 인사들은 4인방으로 압축돼 발표만 남아 있다는 말이 여의도에 퍼지고 있다. 이득홍 대구고검장, 김경수 대전고검장, 김수남 수원지검장, 최재경 대구지검장 등 16기 두 명, 17기 두 명이 막판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그중 유력한 차기 중앙지검장 후보는 이득홍 대구고검장이다.
올해 52세인 이 고검장은 대구 출신으로 관악고등학교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26회 사시에 합격했다. 중앙지검 검사로 시작해 창원지검 진주지청 부장검사, 대구지검 특수부 부장검사, 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부장검사,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서울고등법원 차장검사, 서울북부지검장, 부산지검장을 거쳐 현재 대구고검장을 맡고 있다.
이 고검장은 김영삼, 김대중 정권을 거치면서 영남 출신 법조인들이 홀대를 받자 DJ 정권 시절 공개적으로 영남 출신 검사 숙청 작업에 반대해 일선 검사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 실제로 검찰 내 분위기는 이 고검장의 성품이 온화한 선비형으로 소신까지 겸비해 선후배 검사들 사이에 호평을 받고 있다.
김경수(54) 대전고검장 역시 차기 중앙지검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고검장은 진주고-연세대 법학과 출신으로 사시 27회에 합격했다. 이후 춘천지검 검사로 시작해 창원지검 거창지청장, 서울지검 부부장검사, 법무부 검찰국 3과장, 중앙지검 특수2부장검사, 부산지검 1차장검사, 서울고검 형사부 부장검사, 서울고검 차장검사, 전주지검장, 대검 중수부장을 거쳐 현직을 맡고 있다.
특히 김 고검장은 새누리당 초선 박대출 의원(진주갑)과는 고등학교, 대학교 동문인 데다 같은 당 3선인 김재경 국회의원(진주을)과 고교 선후배지간이다. 3명은 모두 고향이 진주이며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후임으로 들어온 김진태 현 검찰총장 역시 진주고에 입학해 중퇴히고 검정고시로 대학에 들어갔지만 김 고검장과 엄연한 고교 동문인 셈이다. 김 총장이 ‘카더라식’이지만 자기 사람을 밀고 있는 인사인 셈이다.
김진태 총장과 고교동문 김경수 고검장
김수남(55) 수원지검장은 후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김 지검장은 대구가 고향으로 대구 청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시 26회에 합격해 대구지법 판사로 시작했다가 서울중앙지검 검사, 광주지검 순천지청 부장검사, 인천지검 2차장, 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기조실장, 청주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을 거쳐 수원지검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김 지검장이 후순위로 거론되는 배경은 바로 직전 조영곤 전 중앙지검장과 ‘항명파문’으로 징계를 받은 윤석열 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 팀장과 서울대 79학번 동기다. 윤 여주지청장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으로 인해 승진한 경우고 친분도 깊다. 또한 김 지검장의 부친인 김기택 전 영남대 총장은 선진국민연대 산하 ‘선진한국국민포럼’의 대표를 지냈고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캠프 정책자문단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마지막으로 최재경(52) 대구지검장이다. 최 지검장은 경남 산청 출신으로 대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27회 사시에 합격해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시작해 대구지검 부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법무부 검찰2과장, 대검 중수부 1과장,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및 특수1부장검사,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중수부장, 전주지검장을 거쳐 대구지검장을 맡고 있다.
최 지검장이 막판에 거론되는 것은 이명박 정권 시절 승승장구한 이력이 한몫하고 있다. 최 지검장이 중수부장 시절인 2007년 대선을 뜨겁게 달궜던 ‘이명박 대선후보 도곡동 땅 실소유자 의혹 및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 수사를 맡아 ‘무혐의 처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현재 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효성그룹 탈세 비리 사건과 유사한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 역시 ‘무혐의’ 처리하면서 ‘정치검사’라는 오명이 덧씌어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권에서 폐지된 중수부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 ‘중수부 폐지 카드’를 꺼내 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7인회 최병렬 조카 최재경 지검장
이런 이력에도 불구하고 최 지검장이 ‘4인방’에 끼인 배경은 남다르다. 최 지검장이 박근혜 정권 원로그룹으로 막후에서 힘을 발휘하는 ‘7인회’ 멤버 중 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의 조카라는 사실이다. 또한 디도스 사건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한 최구식 전 의원과는 사촌지간이다.
중수부가 폐지된 이후 검찰 내 ‘넘버2’로 자리매김을 한 중앙지검장 자리가 쉽게 인선되지 않는 배경이다. 특히 청와대가 이런 중요한 자리를 장기간 공석으로 두고 있는 이유 역시 검찰 내 고위 인사와 맞물려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향후 중앙지검장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채우기 위한 검찰 내부 단도리용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일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