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가 뒤에도 논란 빚는 금호家門
분가 뒤에도 논란 빚는 금호家門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12-16 10:22
  • 승인 2013.12.16 10:22
  • 호수 1024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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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찬구 형제 행보 엇갈려 어떤 미련이 남았기에…

왼쪽부터 박삼구 회장, 박찬구 회장 <사진=뉴시스>

[일요서울|이범희 기자] 금호가문 박삼구-찬구 형제의 각기 다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우호지분 확보를 통해 경영권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라면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으로 검찰에서 7년 구형을 받았다. 박찬구 회장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갈 길 바쁜 상황에서 암초를 만난 셈이 됐다. 아울러 박찬구 회장이 최후진술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독립경영을 위한 뜻이 빚은 일”이라고 말해 분가 뒤에도 금호에 미련이 남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돈다.

경영권 얻은 형과 징역 구형 받은 동생, 그러나
잦은 갈등설에 금호그룹·금호석화 기업이미지↓

“싸움 잘하는 사람보다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다 보면 제풀에 꺾여 무너지는 사람이 경영권을 잃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금호가문을 빗댄 말로 재계에 통용되기도 한다.

두 형제가 오랫동안 싸움을 벌이고 있고 현재도 앙금이 남아 있지만 아직 뚜렷한 결정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분가를 통해 형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동생이 금호석유화학을 나눠 가졌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잦은 소송으로 형제간 의견차가 알려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재계도 금호가 형제의 대립이 어떻게 결론 날지를 궁금해 하면서도 끝나지 않는 전쟁으로 치부한다.

그런데 최근 알려진 두 형제의 일련의 일을 두고 앞으로의 행보가 예의 주시되고 있다.

형 박삼구 회장은 요코하마고무가 금호타이어에 투자할 지분의 경영권을 보장받았다. 박 회장은 이를 통해 금호타이어의 경영권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9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요코하마고무에 중국공장 시설을 개방하는 대신 요코하마고무가 투자한 지분의 의결권을 담보받는 옵션을 걸기로 했다.

앞서 금호타이어와 요코하마고무는 이달 초 기술교류와 상호 지분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는 지난 4월 요코하마고무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월 중국에 연구개발센터를 세운 요코하마고무가 금호타이어의 현지 공장을 활용해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박 회장은 요코하마고무와의 상호출자가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호출자는 사실상 자기 주식의 취득이므로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박 회장 측이 보유한 금호타이어의 지분은 9.08%다. 채권단이 가진 금호타이어의 지분 50%+1주의 향배에 따라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규모다.

박 회장은 요코하마고무에 1200억~1700억 원을 투자받아 보유 지분을 15~18%대까지 높일 계획이다. 상법에서 10% 이상의 상호출자는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는 만큼 이 제한선 밑에서 최대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동생 박찬구 회장을 검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해 징역 7년과 벌금 300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 1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기영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 회장에 대해 “횡령·배임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박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금호산업 주식을 매도해 손실을 회피했으며, 이는 증권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고, 재벌에게 엄격한 법 집행을 위한 특별법 발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법정구속이 일반적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이 “박 회장이 금호산업 주식을 매각한 것은 석유화학 독자경영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면서 “서울화인테크를 사금고로 활용했다는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만큼 검찰 측의 횡령·배임 행위에 대한 전제 자체가 무너졌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피고인은 무죄라고 확신한다”며 “피고인이 누명에서 벗어나 회사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한다”고 언급했다.

박찬구 회장도 최후 진술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 회장은 “독립경영으로 금호석유화학을 제1의 화학기업으로 키우면 그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주식 매각도 그러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3년간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송구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억울한 심정을 헤아려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끝날 줄 모르는 ‘형제의 난’

사실 이들 형제의 대립은 2009년 이후 계속돼 왔다.

대우건설 매각 등 그룹 경영권의 의견차가 계열분리라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2년 뒤인 2011년 4월에는 박찬구 회장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지면서 형제간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박삼구 회장이 고발한 것으로 의심됐기 때문이다.

당시 박찬구 회장은 검찰의 소환 조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죄 지은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라며 “누군지는 알아서 판단하라”고 말하는 등 박삼구 회장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3월 박찬구 회장은 결국 공정위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제외해 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받아들이지 않자 금호석화는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금호석화는 다시 대법원에 항소해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금호’라는 상표 사용권을 둘러싸고 소송전을 치르기도 했다. 금호산업은 상표권 사용 대가를 내라고 주장한 반면 금호석화는 공동 소유여서 낼 필요가 없다며 팽팽히 맞섰다.

이처럼 이들의 갈등이 계속돼 오자 이번 박찬구 회장의 법적 분쟁도 이러한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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