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라이벌 구도가 심상찮다. KB국민카드는 지난 7월 심재오 사장을, 신한카드는 지난 8월 위성호 사장을 각각 맞이했다. 그리고 취임과 동시에 두 사장 모두 1958년생으로 서울고 29회 고교 동창이라는 점이 이목을 끌었다. 이렇게 고교동창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게 된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는 연말을 기점으로 구체적인 액션과 계획안을 내놓고 격돌하는 모양새를 보이기 시작했다. 내년 양사의 전면전이 예고되는 가운데 이들의 경영전략 차별화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58년생 서울고 29회’ 이색 구도에 관심 증폭
연말 전초전, 내년 전면전 예고 “갈 길이 바빠”
두 사장의 경영 행보는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위 사장은 조직 정비에 힘을 쏟는 반면 심 사장은 신규 상품 출시로 선제공격에 나선 상태다.
먼저 위 사장을 필두로 한 신한카드의 경우 빅데이터 경영이 핵심이다. 카드업계 최초로 신설되는 빅데이터 센터를 경영기획 부문에 배치하고 센터장에 본부장급 임원으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새로운 조직개편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운영 방식은 빅데이터 기반 마케팅 파트와 비즈니스 인사이트 파트, 빅데이터 플랫폼 파트 등 3개 파트로 구성된다.
또 빅데이터 센터는 개인 단위 고객 맞춤형 토털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고객의 특성에 맞는 카드를 안내하고 지역마다 이용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기 있는 가맹점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다만 그동안 카드사들이 마케팅에 활용해 오긴 했지만 아직은 미지의 영역으로 평가받는 빅데이터를 앞으로 어떻게 사업모델로 승화시킬지가 관건이다.
위 사장은 “2200만 고객의 정보를 모아 새로운 가치를 재창출해 고객에게 되돌려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신한카드가 지향하는 빅데이터”라면서 “규모의 1등을 넘어 고객을 위한 가장 작은 부분까지 생각하는 1등 카드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이에 맞서는 심 사장은 훈·민·정·음 카드를 출시하고 브랜드 스토리텔링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취임 후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뜨겁다. 국민카드는 벌써 다양한 광고를 선보이는 등 해당 카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마케팅 분야에 오랫동안 몸 담은 전문가답게 심 사장은 훈민정음 카드 출시를 시작으로 국민카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든다는 노림수다. 더불어 국민카드는 작년과 올해 각각 혜담, 혜담Ⅱ 카드를 출시하며 상품 혜택을 하나의 카드에 집중한 ‘원카드' 전략을 펼친 바 있다. 앞으로는 훈민정음 카드의 출시로 ‘투트랙’ 전략을 펼쳐 나갈 수 있게 됐다.
심 사장이 훈민정음 카드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카드의 브랜드 이미지에 알맞게 스토리가 있는 상품을 만들고자 했다”며 “한국브랜드를 강화하고 우리 고유문화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민생활의 힘이 소비자들의 생활 소비에 긍정적으로 연결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게 그 배경이다.
점유율 싸움, 향방은 어디로
이처럼 두 사장의 경영 행보가 엇갈린 가운데 이들의 점유율 경쟁도 눈여겨볼 만하다. 업계에선 이미 내년 1월을 양사 간 전면전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
앞서 업계에서 다소 뒤쳐졌던 국민카드는 NH농협카드에 체크카드 부문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1분기 점유율이 20.8%에 달해 시장 장악력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대로 업계 1위 신한카드는 한때 24~25%에 달하던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20% 전후로 떨어졌다. 2012년 기준 신한카드 전체 시장 점유율은 20.1%(체크카드+신용카드 부문 합계)로 20%대 점유율 마지노선을 지켜 내는 데 그쳤다. 두 회사의 점유율 그래프가 상당히 대비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조직 개편에 힘을 쏟던 위 사장이 내년 1월 빅데이터 카드·아멕스 카드 등 신상품을 본격 출시하기 때문에 반전의 여지가 있다. 상품개발과 기획 등 브랜드전략에 초점을 맞춘 국민카드는 이달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전 분야 인력을 보강한다.
이 때문에 1월쯤이면 모든 준비를 마친 두 사장이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을 지 서서히 드러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한때 20% 초중반대였던 신한카드의 시장 점유율이 최근 20%를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하락한 점에 주목해 위 사장이 신상품을 출시하면서 점유율 싸움에 공격적인 행보를 이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도 “심 사장이 신상품을 먼저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신한카드 역시 내년 주력 신상품의 콘셉트와 내용을 구체화하면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 “위 사장이 3개월 간 부사장직을 맡아 준비 기간을 거친 만큼 좀 더 공격적인 경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양사는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국민카드와의 대립 구도와 관련해 “두 사장이 동창이라는 점과 취임 시기가 비슷해 계속 언급되긴 하지만 특별히 신경 쓰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현재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20.6%를 유지하고 있어 아직까지 10%대에 머물고 있는 2위권과 격차가 크다”며 “국민카드 역시 삼성카드와의 2위권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국민카드 관계자 역시 “연말이나 연초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은 카드업계의 관행일 뿐 신한카드를 의식한 것은 아니다”라며 “두 사장 간 개인적인 부분과 연결된 경쟁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카드 한두 장으로 점유율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올해 하반기 새 수장으로 임명된 두 사장이 내년 본격적인 경영시험대에 오르는 것만큼은 자명한 사실. 인연의 끈으로 얽혀 피할 수 없는 자존심 경쟁을 하고 있는 위 사장과 심 사장이 수수료 수익 급감, 대출금리 인하 압박 등으로 침체된 카드업계에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