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공기업(公企業).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소유권을 갖거나 통제권을 행사하는 기업을 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첫 번째 의무로서 공익성을 요구받고, 두 번째로 관료주의와 비능률을 회피해야 한다는 책임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막상 공기업들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공공의 목적을 잊은 채 방만경영 일로를 걷는 모습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공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공기업을 찾는 것이 오히려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와 같은 현실에 [일요서울]은 각 공기업이 어떻게 공익을 해치고 있는지 그 천태만상을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그 아홉 번째 대상은 한국가스공사(사장 장석효·이하 가스공사)다.
연봉·성과급 에너지공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
고용세습 복지혜택, 호화 청사 논란도 시끄러워
가스공사는 정부가 지난 11일 공공기관 합리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지정한 부채 중점관리 기관이다. 이명박 정부 때 공격적인 해외자원개발 투자를 단행하면서 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채 현황을 살펴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32조3000억 원이다. 2007년 말 부채가 8조7000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년 만에 23조5000억 원이나 늘어났다. 자본을 부채로 나눈 부채비율은 385.4%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인다.
그런데 가스공사는 부채를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 공공기관 노조가 우리나라 전체 공공기관의 사내복지기금 실태를 조사한 문서에 따르면 가스공사 등 14개 시장형 공기업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7500만 원이 넘는다. 1인당 복지비도 연간 600만 원을 웃돈다.
눈여겨볼 점은 에너지공기업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가스공사가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봉만큼은 에너지공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 가스공사는 사장에게 성과급을 포함해 2억9867만 원, 직원 1인당 8000만 원씩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
직급별 성과급은 가장 하위직인 7급이 800만 원으로 2009년 대비 3년 만에 2배로 늘었다. 6급은 900만 원, 5급은 1100만 원, 4급은 1300만 원, 3급은 1800만 원, 2급은 3800만 원, 1급은 4800만 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또 고용세습 조항을 운용 중이라는 점과 부채 32조 원의 가스공사가 내년 9월 옮겨갈 대구 혁신도시 본사 건축 용지가 현재 경기도 사옥보다 4배 넓다는 점도 가스공사를 방만 경영의 굴레에서 더욱 옥죄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공기업이 부채가 385%에 이르는데 기관장과 직원 연봉은 최고 수준이라니 방만 경영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가스공사의 빚은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연봉보다 부채부터 줄여야 한다”고 질타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기업이 위기의 순간으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에도 임직원들은 안정된 신분, 높은 보수, 복리후생을 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가스공사는 ‘해외 투자 사업이 사업타당성 및 경제성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시장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아 대규모 손실이 우려된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오영식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민주당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가 그 증거다. 캐나다 혼리버, 웨스트컷뱅크 광구 지분 인수와 호주 GLNG 프로젝트 지분 참여 등 가스공사의 해외투자 실적을 올해 순현재가치(NPV)로 평가했을 경우 의사 결정 시점과 비교할 때 현저하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두 개 광구에 대한 투자 계획 총액은 27억8500만 캐나다달러이며, 현재까지 혼리버 광구에 6억7700만 캐나다달러, 웨스트컷뱅크에 2억5200만 캐나다달러가 투자됐다. 하지만 2013년 10월 기준 혼리버와 웨스트컷뱅크의 경제성을 분석했을 때 혼리버는 1억8400만 캐나다달러 손실, 웨스트컷뱅크 3억2200만 캐나다달러 손실로 의사 결정 시점과 비교할 때 NPV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2010년 호주 GLNG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2015년부터 2035년까지 연간 350만 톤 규모의 LNG 도입계약을 체결하면서 프로젝트 지분 15%를 매입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가스공사는 호주지역 건설 인건비 상승, 가스전 추가 개발, 호주달러 강세 등의 사유로 당초 계획보다 12억 달러 이상 투자비를 증액했다. 당초 계획보다 12억 달러 이상 투자비가 증가함에 따라 호주 GLNG 프로젝트의 경제성은 당초 9.8%에서 7.5%로 악화됐고 NPV는 7억6000만 달러로 급감한 상태다.
아울러 가스공사는 자산 유동화를 통해 5000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하고 부채 비율도 줄이려던 계획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가 추진 중인 이라크, 인도네시아 가스전의 지분 매각 작업이 스톤브릿지캐피탈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긴 했지만 정작 돈을 대야 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 난항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결국 주먹구구식 해외투자 사업이 가스공사의 부채 문제에 또다시 부채 폭탄을 터뜨린 셈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한편 정부는 현재 가스공사에 기존 계획 대비 부채증가 속도를 30% 이상 낮출 것을 주문한 상태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내년 1월까지 강화된 부채관리 계획을 정부에 제출하고 내년 3분기 말 중간점검을 받아야 한다. 부채감축이 미진하면 기관장 해임 건의 및 성과급 지급 제한 등 고강도 제재가 가해질 예정이다.
다만 가스공사는 지적사항들에 대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문제점들은 당연히 고쳐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하루이틀 만에 실행할 수 있는 부분들이 아니라서 신중하게 대책을 검토 중이다”라고 전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