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가는 해외 ‘직구’…카드사 웃고 수입사 운다
커져가는 해외 ‘직구’…카드사 웃고 수입사 운다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3-12-16 09:30
  • 승인 2013.12.16 09:30
  • 호수 1024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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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구매’를 아시나요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바야흐로 소비자들이 해외 온라인쇼핑몰에서 주문한 상품을 배송대행업체를 통해 국내에서 받는 것이 일상화된 시대다. 해외 직접구매, 일명 ‘직구’로 불리는 이 소피패턴은 최근 몇 년간 국내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국외 결제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는 국외 쇼핑몰 이용자 수와 결제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직구에 대한 재조명의 계기로 작용했다.

‘한국이 봉’은 옛말…클릭 몇 번에 전 세계 비교해
‘가격 민감도ㆍ상품 다양성에 움직여…소비심리 향방은

만약 같은 상품이 국외에서는 160만 원, 국내에서는 450만 원이라면 과연 소비자들은 어느 쪽을 택할까. 그것도 온라인에서 클릭 몇 번으로 사들여 관세ㆍ배송료를 포함해도 215만 원에 구매가 가능하다면 선택은 더욱 쉬워진다. 실제로 미국의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에 삼성전자의 65인치 스마트 TV 가격이 국내외에서 갈린 사례다.

통상적으로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 추수감사절(매년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 다음날인 금요일을 가리킨다. 미국 유통업계에서는 이날을 기점으로 약 1주일간 대규모의 바겐세일을 진행하는데 이때에야 연중 처음으로 장부에 적자(red ink)가 아닌 흑자(black ink)를 기록한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나도 해봤다” 4명 중 1명 직구·구매대행

이처럼 ‘남의 나라’ 잔치였던 블랙프라이데이지만 최근 2~3년간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더는 먼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해외 직접구매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4명 중 1명인 24.3%가 ‘해외 인터넷쇼핑몰이나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 허용)로 ‘국내 동일 상품보다 싼 가격’(67%)을 들었으며 ‘국내에 없는 브랜드 구매’(37.8%), ‘다양한 상품 종류’(35%), ‘우수한 품질’(20.3%) 등을 꼽았다. 또한 주요 구입품목으로는 ‘의류’(41.5%)를 가장 많이 선택했으며 ‘구두, 액세서리 등 패션잡화’(40.8%), ‘건강식품’(34.5%), ‘유아용품ㆍ의류(29.3%), ‘가방ㆍ지갑’(28%), ‘화장품’(26.8%), ‘식품’(14%), ‘전자제품’(11%)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직구는 2010년을 전후로 몰테일 등 배송대행 업체들이 대거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됐다”며 “직구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대한상공회의소> (복수응답 허용)

이를 증명하듯 카드업계와 유통업계의 표정도 교차하고 있다. 일부 해외 온라인쇼핑몰에 국내 소비자가 대대적으로 몰리면서 해당 수입품을 들여오는 공식수입사들의 표정은 구겨졌으나 카드사들은 늘어난 해외 사용액에 즐거워하는 식이다.

일례로 유명 의류브랜드인 ‘갭’의 공식 온라인쇼핑몰은 한국 주소로의 직배송을 차단했음에도 미국 주소를 통해 국내로 들여오려는 소비자들을 막지 않았다. 이에 ‘갭’의 한국 라이선스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에서는 대부분 2~3배가 넘는 국내 소비자가와 미국 세일가가 함께 비교되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전언이다.

앞서 ‘폴로’를 수입했던 두산그룹이 라이선스계약을 종료했던 것 역시 본사의 직접 진출 외에도 소비자들의 국내외 가격 비교와 외면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후문이다. 현재 폴로는 본사인 랄프로렌이 국내에 직접 유통하고 있으나 지난 7월 이전까지는 여전히 국외에 비해 2~3배의 가격을 자랑해 소비자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일부 해외 온라인쇼핑몰의 경우 아예 대대적인 국내 소비자 모시기에 나서기도 했다. 아이허브 등 국내에 잘 알려진 몇몇 쇼핑몰은 한국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고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국내 소비심리 잡기에 나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소비자들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는 횟수도 적었을 뿐더러 설령 기회가 있더라도 정품 여부나 사후서비스 등의 문제로 구매를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공유가 일상화됨과 동시에 외국어 실력의 신장과 소비 마인드 변화가 맞물리면서 직구가 급속도로 꽃피우게 된 현실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외 카드 결제액 증가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면서 카드사들은 직구족을 중요한 타깃으로 매출신장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들썩인 국내 소비심리는 이미 카드사들의 해외 결제액 규모로 증명됐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시즌 1주일간 해외 온라인쇼핑을 한 국내 신한카드 이용자는 약 3만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 명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3분기 해외 카드 사용액이 27억1000만 달러(약 2조8455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3억7000만 달러(약 2조4885억 원)와 비교했을 때 14.2%가량 증가한 수치다. 카드업계 전체에서는 올해 해외 직구 카드 결제액만 1조2700억 원 규모로 지난해 9700억 원보다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몇몇 카드사들의 경우 아예 커져가는 해외 직구 수요를 겨냥해 구매 시 한시적으로 할인혜택이나 관세ㆍ배송비 절감을 내걸기도 했다. 신한카드는 30대 해외 온라인쇼핑몰에서 10만 원 이상 결제한 고객에게 캐시백 혜택을 제공한다. 씨티카드도 쇼핑몰에 따라 무료배송이나 배송대행 비용의 10% 할인 혜택을 주며, 비씨카드의 경우 아마존닷컴에서 비씨글로벌을 사용해 자체 기획 상품 구입 시 무료배송을 시행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 직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각 카드사에서 이들의 민심 잡기에 나선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과 같은 추이가 이어진다면 해외 직구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확고한 소비패턴의 하나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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