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중국 국적의 A(34)씨는 지난 2001년 4월께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인천항을 통해 국내에 입국했다. A씨는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2008년 12월께 경남 사천시 한 PC방에서 A씨는 3년 전 우연히 길에서 주운 B(60·여)씨의 신분증을 이용해 웹하드 사이트에 B씨 명의로 회원가입을 했다. 손쉽게 돈 벌 궁리를 하던 A씨는 또 다른 웹하드 사이트 3군데에도 B씨 명의로 회원가입을 하면서 신분을 숨긴 채 소설계 '헤비업로더'로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A씨는 파일을 웹하드 사이트에 올리면 누군가가 이를 내려받으면서 쌓이는 포인트를 현금화해 생활비로 이용했다. 이 같은 웹하드 사이트는 많은 사람이 파일을 내려받을수록 포인트도 비례해 누적되는 구조로 A씨는 점점 많은 소설을 올렸다.또 이런 점을 알고 A씨는 더 많은 포인트를 쌓기 위해 최근에 출판된 한 권당 수천원가량의 신간 소설을 30원(30포인트)의 헐값에 올렸다.
A씨가 올린 무협이나 판타지 장르의 소설은 특히 중고등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A씨는 자신의 작품이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것을 확인한 작가들이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며 경찰에 고소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전국 경찰서에서 'A씨를 처벌해 달라'는 70여건의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은 웹하드 사이트에 등록된 B씨를 불러 조사했다. 정작 B씨는 PC를 다룰 줄 모르는데다 웹하드 사이트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있었다.경찰은 B씨가 실제 불법복제 소설을 올린 A씨가 아니라고 판단해 돌려보냈다.
경찰은 새벽 시간대 경남 진주시내 한 PC수리점에서 소설 파일이 집중적으로 올라간 사실을 확인해 업주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업주는 자신의 가게에서 웹하드 사이트에 접속하는 손님이 있다고 진술, 경찰은 손님이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탐문수사를 벌여 A씨를 붙잡았다.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타인의 신분증을 이용해 4곳의 웹하드 사이트에 회원가입한 뒤 지난 8월부터 10월말까지 220여차례에 걸쳐 저작권이 있는 소설 740여 권을 불법복제해 올린 A씨를 저작권법과 주민등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능범죄수사팀장 김대규 경감은 "고소장이 접수된 내용에 대해서만 수사를 벌였기 때문에 실제 저작권 피해 내역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불법복제물을 이용하는 대부분이 청소년들로 저작권법 위반 사범 가운데 청소년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경감은 "이에 대해 청소년들은 포인트를 주고 파일을 내려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청소년들이 이 문제와 관련한 인신전환이 필요하며 경찰은 범죄예방교실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