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가장 범죄도 성행
최근에는 여성대리운전자만을 고용해 영업하는 여성대리운전 회사가 많다. 이유는 한결 같이 여성들의 부드럽고 꼼꼼한 운전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라고. 하지만 문제는 극소수의 여성대리운전자들이 대리운전은 제쳐 두고 더 많은 부가적인 수입을 위해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제보를 받고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3주간에 걸쳐 잠복에 들어갔다. 지난 13일 저녁 신설동 근처에서 만난 대리운전사 김모(32)씨는 “여성대리운전자가 요즘 인기가 좋죠?”라는 기자의 질문에 약간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대리운전해서 얼마나 번다고 저녁 늦게까지 여성들이 대리운전을 합니까? 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죠. 걔네들 말만 잘하면 2차도 뛴댑디다.” 그는 또 가정불화로 대리운전을 시작한 한 여성 대리운전자를 예로 들면서 “그 여잔 자기가 인기가 좀 있고 찾는 고객들이 많아지니까 아예 마음 맞는 여자 몇명이서 단골 장사를 하고 있어요. 요즘은 아예 젊은 아가씨들까지 고용해 대리운전을 한다고 하던데…….”라고 했다.
그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단골 장사만 한다는 소릴 들어서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고요. 서울 장안동 쪽에는 아예 젊은 여성이 대리운전을 하며 성매매까지 한다고 하네요. 취재하실 거면 그쪽으로 가보세요”라고 한다. 우리취재팀은 젊은 여성들이 영업하고 있다는 장안동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저녁10시30분쯤 됐지만 장안동은 아직 한창이었다. 새벽 한시쯤 돼서야 술 취한 취객들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찾고 있는 젊은 여성 대리운전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제보자의 얘기에 따르면 장안동 광고 전단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런 전단지는 찾을 수가 없었다. 장안동 일대를 샅샅이 뒤지고 있던 중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는 우리를 보며 삐끼인 듯한 한 청년이 툭툭 지나가듯 한마디씩 던진다. “술 한잔 하실래요? 쭉쭉 빵빵 아가씨들도 많아요. 2차도 다 되고요. 일단 보시고 마음에 안 드시면 그냥 나오셔도 돼요. 진짜 죽인다니까요.”
고객 많아져 단골장사도 한다?
그가 하는 말을 귓전으로 흘리고 “혹시 여자 대리운전자 아는 사람은 없나요”하고 우리가 궁금해하던 것을 물어 봤다. 그는 “아~ 대리운전이요? 우리들이 다 불러드려요.” “그런 뜻이 아니라 여자대리운전하는 분들이 2차까지 서비스한다고 하던데……”라고 넌지시 물어보자 그는 이제야 모든 걸 다 알아차렸다는 듯 “아~마사지 애들 얘기하시는구나. 걔들이 대리운전도 같이 해요. 요즘 장사가 안되니까 대리운전도 하면서 그냥 한 탕씩 뛴다던데요. 가끔 저희 업소에서도 서비스 차원에서 손님들이 원하면 대리운전 애들 불러서 연결시켜 줄 때도 있어요. 가격은 먼저 결정하죠. 보통 15만원에서 20만원 받는데요.” 그의 말대로라면 실제적으로 여성대리운전자들이 성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유흥가 근처에서 불법 출장 마사지를 하는 여성들이 마사지와 함께 대리운전도 하며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흥가 근처 출장마사지
우린 그가 건네준 출장 마사지 광고 전단지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해봤다. 한 남성이 전화를 받는다. “거기 대리운전도 하나요?”라고 물으니 기자의 전화번호가 낯설어서인지 “왜 대리운전자를 찾는 전화를 여기다가 하십니까”하며 다소 퉁명스럽게 반문한다. 기자는 “친한 친구로부터 연락처를 받았는데 거기서도 한다고 하던데…선수끼리 왜 이러십니까 다 알고 전화하는건데…”라고 했더니 “어디까지 가시는데요?”라며 아까와는 영판 다른 분위기로 물어본다. 장안동에서 약 15분 거리라고 했더니 5만원을 달라고 한다. 2차 비용은 따로 15만원 더 달라고 한다. 요즘 여성대리운전자들을 쳐다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고 한다.
이는 불법운전자들의 이같은 행위가 사회에 잘못 알려지며 여성대리운전자 하면 ‘성매매’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각인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는 여성대리운전회사로 “무사히 안전하게 데려다줘 고맙다”고 인사하는 글들도 자주 볼 수 있다. 대리운전을 하다 얼마 전 그만둔 이모(43·여)씨는 “많은 남성들이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회사에 전화를 걸어 여성대리운전자를 꼭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전했다. 물론 여성이 섬세하고 안전하게 운전을 하니까 부르는 남성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은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여성대리운전자들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이렇게 잘못된 인식을 갖는데엔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그 주범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녀는 “많은 여성들이 오죽하면 밤에 대리운전까지하며 살겠어요”라며 “떳떳하게 살려는 그녀들을 많이 보듬어주고 격려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 서울 강남에서 출장 마사지를 하고 있는 장모(34·여)씨
기자와 몇 번의 연락과 약속변경을 반복한 후에야 그녀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조금은 귀여운 얼굴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그녀는 지방에서 올라와 얼마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상태로 서울 장안동 쪽에 있는 경락, 스포츠 마사지 학원을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취직도 쉽지 않고 마땅한 돈벌이도 없어 불법출장마사지로 자연스럽게 빠졌다고 한다. 그녀는 요즘 대리운전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장 마사지도 같이하니 수입은 쏠쏠하다고 솔직히 털어 놓는다. 그녀와 함께 일하는 여성들만 해도 10여명이 된다고 한다. 가격은 출장마사지 15만원에, 가까운 거리를 운전해 주는 것은 보통 5만원 정도 더 준다고 한다. 가끔 전화하는 손님 중에는 대리운전과 카섹스가 가능하겠느냐고 묻는 이도 많다고 한다. 사진 촬영을 원하는 기자의 부탁에 사진은 절대로 안 된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가버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여성 대리 운전자들의 성매매’ 오해는 일부 남성들의 자만심과 음지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은 불법성매매가 만든 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성부/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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