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저 수상자 낯 익은 이름 인기투표에 그쳐…공정성도 도마 위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올해 처음 승강제를 적용한 K리그가 클래식리그에서 포항스틸러스의 우승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 가운데 고공폭격기 김신욱이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황선홍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폐막을 알렸다.
하지만 시상식에서 챌린저(2부리그)의 자리는 들러리일 뿐 초라했다. 또 승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챌린저 우승팀인 상주상무가 대거 불참하는 등 퇴색한 동반성장의 면모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3일 이번 시즌을 결산하는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이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포항은 우승과 함께 6개의 상을 휩쓸며 올 시즌 최고의 팀으로 등극했다. 올해 신설된 영플레이어 상을 차지한 고무열을 시작으로 베스트 11에 김원일(수비수), 고무열·이명주(미드필더가)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고 황선홍 감독도 총 113표 중 75표(66.4%)를 얻어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황 감독은 “이 상을 받아도 되는지 생각을 많이 했다. 과분한 상이다. 장성환 사장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는 물론이고 항상 격려를 아끼지 않는 팬들에게 감사한다”면서 “감독 6년 차인데 어려운 일이 많았다. 앞으로 더욱 발전한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MVP의 영예는 김신욱(울산)에게 돌아갔다. 그는 올해 36경기에 출전해 19골 6도움의 맹활약을 펼쳐 MVP 투표에서 113표 가운데 90표(79.6%)를 획득해 이명주(12표)와 하대성(11표)을 압도적인 표차로 따돌렸다.
또 김신욱은 경기당 득점에서 데얀(서울)에게 밀려 득점왕을 놓쳤으나 MVP를 비롯해 베스트11, 아이다스 올인 팬타스틱 플레이어까지 석권하며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김신욱은 “이 상(MVP)은 많은 분들이 선물해 주셨다. 올해 모든 순간이 감동이었다”며 “나의 축구가 얼마나 발전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처음을 기억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일각에서는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이뤘다고 하지만 큰 도움을 받은 시즌이었다. 김호곤 감독님과 최고의 선수들이 나에게 모든 것을 맞춰줬다”고 덧붙였다. 챌린지에서는 상주상무의 이근호가 MVP에 선정됐고 박항서 상주상무 감독이 챌린지 감독상을 수상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프로 첫 승강제 도입
챌린저는 들러리

이번 시상식에서도 K리그는 클래식만의 잔치로 끝났다. 이날 클래식(1부) 14개 팀과 챌린지(2부) 8개 팀의 선수와 관계자들이 참여해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올 시상식은 김신욱에게 MVP트로피가 넘겨진 뒤 시상식 중계가 종료되면서 반쪽짜리 잔치로 끝나버렸다.
카메라가 꺼진 2부 시상식장에서는 후보 호명도 없이 수상자들이 한꺼번에 불려나와 상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여기에 이날 챌린저 감독상을 받은 박항서 감독을 비롯해 MVP인 이근호, 베스트11 수상자 중 대다수를 차지한 우승팀 상주상무 선수들이 대거 빠지면서 맥 빠진 시상식이 됐다.
상주는 시상식 다음 날인 4일 저녁 클래식 12위팀인 강원 FC와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르기 위한 대비 훈련으로 전원 불참했다.
이와 함께 챌린지의 후보자 및 수상자가 대부분 클래식 무대에서 활동했던 익숙한 이름이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선정 과정에서의 공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수상자는 선정위원회에서 후보를 선택했고 최종 결과는 기자단 투표로 결정됐다. 이중 챌린지팀 지역에는 단 한표씩만 주어졌다.
결국 연고가 없는 경찰을 제외하고 챌린지 리그는 광주·상주·안양·충주·수원·고양·부천을 기반으로 꾸려졌다. 클래식 위주의 취재 시스템 속에서 취재진은 22개 팀을 꼼꼼히 살펴볼 수는 없었다. 이에 단순 수치와 이름값에만 의존하는 인기투표에 그친 셈이 됐다.
시상식 이후에도 방송시간에 맞추느라 충분히 소감을 전하지 못한 김신욱, 황선홍, 고무열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을 뿐 챌린지 수상자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 위한 시간은 역시 없었다. 더욱이 이날 챌린지 선수들은 자신의 팀 색을 상징하는 넥타이와 머플러를 준비했지만 이를 선보일 기회조차 얻지 못하면서 그저 들러리 역할만 도맡아야 하는 씁쓸함을 남겼다.
사령탑 칼바람 울산 김호곤 감독 사퇴

우선 올해도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울산 현대의 김호곤 감독이 지난 4일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자신 사퇴를 했다. 후임으로는 실업축구 울산현대미포조선의 조민국 감독이 선임됐다.
앞서 지난달 30일 대구FC의 백종철 감독이 챌린지 강등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특히 대구는 지난 5월 8경기 연속 무승의 수렁에 빠진 당성중 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는 등 1년 사이 감독 2명을 갈아치우며 사령탑의 무덤이 됐다.
이 밖에 챌린지에서 강등권 탈출 싸움을 벌이던 기업구단 감독들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 2010시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올해 그룹B로 떨어지며 체면을 구겼다.
전남 드래곤즈에 지난해 8월 부임해 팀을 강등권에서 구해내면서 2년 재계약에 성공한 하석주 감독도 올해 팀이 그룹B에 머물면서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시민구단 전환을 앞둔 성남 일화의 안익수 감독 역시 경질설이 나도는 가운데 감독 자리를 놓고 구애에 나선 축구계 인사가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축구연맹은 2013시즌을 앞두고 출범 30년을 맞아 새출발을 얘기해 왔다. 특히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승강제를 처음 도입하며 더 박진감 넘치고 경쟁력 있는 K리그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대가 컷던 탓일까, 챌린지의 대표선수들은 승강제의 홍보수단으로 전략하며 동반성장이 퇴색해버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2014시즌에는 클래식과 챌린지 모두 흥행에 성공하고 상생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