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추정가 수백억 아닌 50억 원 정도 예상
미술관 갖고 싶었던 전재국 꿈 산산조각 나
전씨 일가가 소유했다가 압류된 600여 점의 작품은 그 가치를 떠나 양이 상당하다. 어지간한 재벌이라고 해도 개인 소장용으로 갖고 있을 만한 양을 넘어선다. 재국씨는 평소 그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시공사를 통해 많은 미술 관련 서적을 발간했고 평창동에 갤러리 시공아트스페이스를 운영할 만큼 그림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미술 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씨 일가가 그림을 사 모으고 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소문이 있었다. 전재국씨가 미술관을 만들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재국씨가 600점이 넘는 작품을 소유하고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압류와 경매로 재국씨의 꿈은 물거품이 돼 버렸다.
김환기 유화 최대 8억 원
오치균 그림 2억 원대
압류미술품의 첫 경매는 11일 신사동에 위치한 K옥션 경매장에서 진행된다. 경매 타이틀은 ‘전재국 미술품 컬렉션 경매’다. 현재 80점에 대한 추정가는 최소 17억 원이다.
이번 경매에 출품되는 작품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출품작은 김환기의 뉴욕시대 유화 ‘24-VIII-65 South East’다. 100호 크기로 추정가가 최소 4억5000만 원에서 최대 8억 원이다. 미술전문가 김모(50)씨는 “자연과의 교감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이 그림은 김환기 특유의 색채는 아니지만, 보관상태가 양호하고 최근 들어 김환기 작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해 경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환기는 한국 추상미술 1세대로 한국적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고유의 예술세계를 정립한 것으로 평가받는 작가다. 김환기는 국내 미술 시장에서 박수근, 이중섭 등과 함께 작품 거래 가격 및 낙찰 총액이 높은 대표적 근현대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2007년 서울옥션에 출품됐던 김환기의 ‘꽃과 항아리’는 낙찰가 30억5000만 원으로 국내 3위를 기록 중이다.
오치균의 작품도 눈길을 끌고 있다. ‘가을 정류장’ ‘인왕추경’ ‘마드리드’ ‘겨울산타페’ 등 5점이다. 이중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가을 정류장’은 추정가가 최대 2억 원이다.
한편 해외미술품으론 데이비드 살르, 패트릭 휴즈, 데미안 허스트, 프랜시스 베이컨, 탕즈강, 쩡판즈의 작품이 있다. 김대중, 전두환 전 대통령의 글씨도 포함됐다.

조선시대 화첩 추정가 약 8억 원
서울옥션에서 진행되는 경매작 중 고미술품들이 눈길을 끈다. 최고 추정가 작품은 조선시대 화가들의 화첩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집안에서 오랫동안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 이 화첩에는 겸재 정선의 그림 5폭, 현재 심사정 그림 3폭, 관아재 조영석, 표암 강세황, 호생관 최북, 북산 김수철 등 모두 9명의 작가가 그린 총 16폭의 그림이 담겨 있다. 화첩 추정가는 최대 8억 원 정도다.
조선 후기인 18세기와 19세기에 걸친 대가들의 작품을 고루 담고 있는 이 화첩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은 겸재 정선의 ‘계상아회도’다. 우뚝 솟은 산과 굽이쳐 흐르는 계곡의 모습을 시원한 구도로 풀어내고, 너른 바위에 모여 앉아 경치를 감상하는 인물들과 나귀를 타고 이들을 찾아가는 또 다른 인물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겸재 특유의 필치와 화법이 드러나는 수작이다. 이 그림의 추정가는 5억 원 정도다.
근경의 바위와 굽이친 소나무,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배경으로 이를 바라보는 선비의 모습을 담고 있는 현재 심사정의 ‘송하관폭도’도 눈길을 끈다.
재미있는 점은 이 화첩이 언제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 집에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평소 전두환 전 대통령은 그림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 그림이 선물을 받은 것인지 직접 구매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제는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미술전문가 김씨는 “이런 화첩을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갖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전재국씨야 워낙 그림을 좋아한다고 알려졌고 실제 그림을 많이 사기도 했지만 이 화첩은 의외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 화첩 속 그림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이대원 화백의 ‘농원’이라는 작품도 인기를 끌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작품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집에 실제로 걸려 있던 작품이다. 가로 길이가 194cm에 이르는 120호 크기의 대작으로 1987년에 제작됐다.
수억 원 호가하는 야드로 도자기 컬렉션
스페인의 수제 도자기 인형 전문 브랜드 야드로 도자기 컬렉션도 눈길을 끈다. 이번 경매에는 레전드 컬
미술업계 사람들은 이번 압류품 경매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하다. 국내 미술계를 활성화 시키는 데 도움을 줬던 재국씨의 몰락을 아쉬워하는 반응과 이게 다가 아닐 것이라는 반응이다. 당초 검찰은 대부분의 압류품을 시공사 사옥과 갤러리 시공아트스페이스 그리고 허브빌리지에서 찾아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또 다른 비밀 수장고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