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공기업 방만 경영의 실태를 말하다 ⑧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연속기획] 공기업 방만 경영의 실태를 말하다 ⑧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12-09 10:39
  • 승인 2013.12.09 10:39
  • 호수 1023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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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혈세를 개인 사금고처럼 국감때마다 예산 낭비 ‘질타’

공기업(公企業).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소유권을 갖거나 통제권을 행사하는 기업을 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첫 번째 의무로서 공익성을 요구받고, 두 번째로 관료주의와 비능률을 회피해야 한다는 책임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막상 공기업들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공공의 목적을 잊은 채 방만경영 일로를 걷는 모습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공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공기업을 찾는 것이 오히려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와 같은 현실에 [일요서울]은 각 공기업이 어떻게 공익을 해치고 있는지 그 천태만상을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그 여덟 번째 대상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사장 오영호·이하 코트라)다.

상품권 지급 후 책 구입 종용…사측 “오해다”
해외전시사업 10개 중 2개 수출실적 전무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코트라는 무역진흥과 국내외 기업 간의 투자 및 산업·기술 협력의 지원을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설립된 정부투자기관이다. 정부로부터 올해 직·간접 지원금은 3437억 원이다.
기업 슬로건도 ‘“나누면 더 큰 하나가 됩니다’다. 오영호 사장도 기업홈페이지를 통해 윤리경영을 역설하면서 ▲조직을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이 함께하는 경영 ▲그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경영 ▲국가경제나 세계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경영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직은 미흡하다는 게 동종업계의 전반적인 관전평이다. 예산 낭비 논란의 불씨가 여전하고, 최근에는 오 사장의 개인 저서를 국민혈세로 구입한 의혹이 불거져 홍역을 치르고 있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코트라는 지난 10월 출간된 오 사장의 저서 ‘신뢰경제의 귀환’과 지난해 출간된 ‘미래 중국과 통하라’를 1000권 이상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코트라 직원들이 동원됐다는 것.
코트라 직원들의 개인 구매를 강요하고 대납까지 해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한 책을 구매한 후 영수증을 제출하면 현금을 주거나, 미리 상품권을 제공한 뒤 오 사장의 책을 구매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신뢰경제의 귀환’은 최근 1쇄 분량인 2000부를 한 달 만에 판매하고 현재 2쇄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코트라 관계자는 “‘신뢰경제의 귀환’은 출판 후 200~300권을 오 사장의 사재를 털어 구입했고 ‘미래 중국과 통하라’는 코트라가 주최한 중국 시장 설명회 참석자들에게 800여 권을 배포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사내 독서 동아리 모임 직원들이 오 사장의 저서를 대상으로 ‘저자와의 대화’를 열어 50권한도 내에서 책값을 지원한 것”이라며 “책을 직원들에게 강매하거나 조직적으로 구입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이번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코트라의 예산 낭비 질타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올해 코트라가 진행했던 해외 전시회 10차례 가운데 수출계약이 이뤄진 것은 고작 2차례에 불과하고, 13억 원을 들인 글로벌 브랜드 사업도 효과가 없어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고개를 든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동철 민주당 의원실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코트라가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중소 수출업체들과 참가한 해외전시회 617개 가운데 112개(18%)는 수출 성과를 전혀 내지 못했다.
연도별로 보면 2008년 117개 전시회 중 21개(18%), 2009년 139개 중 31개(22%), 2010년 90개 중 15개(17%), 2011년 95개 중 12개(13%), 2012년 101개 중 17개(17%)가 수출과는 거리가 멀었다.
올해의 경우 지난 8월 현재 115개 해외전시회에 참가했지만 16개(21%)가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해당 기간 참가업체 는 총 1만1979개 사였고 국고지원액도 781억 원이나 됐다.

대표적으로 한국자동차산업국제화재단과 공동으로 2008년부터 매년 참가해 온 미국 디트로이트 자동차부품전시회의 경우 2010년 190만 달러, 2011년 161만 달러의 수출계약이 성사됐을 뿐 나머지는 빈손이었다.
김 의원은 “해외전시회의 수출계약이 없다는 것은 코트라의 중소기업 수출 지원이 미흡하다는 것”이라며 “전시회 참가만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손을 털 것이 아니라 수출계약까지 체결할 수 있도록 총력적인 지원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근무자에 대한 인권보호 대책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 출장으로 외국을 방문한 공무원과 공공직원 임직원, 기업인들에 의해 성희롱 등 인권 침해가 빈번히 발생했기 때문이다.

직원 고충 처리업무 부서 신설 시급

전순옥 민주당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지난 6월 코트라 노조가 2달간 직원들을 상대로 인권 침해 사례를 접수했는데 38건의 피해 사례 중 10건이 성희롱, 성추행이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모 지자체 투자유치단장은 여직원의 허벅지를 만졌고 이에 여직원이 항의하자 오히려 폭언을 한 일도 있었다.

지난해 한국상품전 개최 시 모기업에 통역을 할 유학생을 소개했는데 기업 담당자가 유학생에게 교육을 빌미로 호텔로 유인해 반나체의 모습을 보이며 수건을 가져다 달라고 했던 일도 있었다.
또 지자체의 공무원들은 이미 지급한 사업비에서 비용이 남으면 전액을 쓴 것으로 정산을 해주고, 잔액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투자유치단에 참여한 지자체 공무원이 식사비와 관광지입장료등 사적비용을 사업비로 결제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
심지어 성매매 알선과 2012년 한국관 개최 당시에는 A기업 인사가 여직원에게 젊은 여자가 좋다며 행사 동안 애인하자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전 의원은 “이번 공개를 빌미로 직원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 또는 불이익이 주어진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직원들의 고충과 성희롱 상담 등 인권문제를 해결할 상시적 기구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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