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두산건설(회장 박정원)이 최근 감자 결정 하루 만에 또 다시 유상증자 소식을 알려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조치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른 선택이어서 금융권도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 두산건설의 이번 유상증자가 과거 두산그룹 오너일가의 갈등에서 비롯된 ‘형제의 난’이 현재까지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 나돌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업적 논란보다 오너리스크가 더 크게 작용됐다는 것이다.
이에 재계는 “이번 유상증자는 두산건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계속하고 있는 셈”이라며 “근본원인부터 해결해야 이번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두산 측은 “이번 증자가 성공리에 끝나면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지고 이자보상배율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지난번 그룹 차원의 1조 원가량 지원에서 밝혔듯이 두산건설 조기 정상화라는 그룹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까지는 어려운 계열사를 모 기업이 돕는 것이기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돕지 못한 다른 기업들과 비교돼 박수를 받는다.
그런데 일각에선 두산건설의 부실과 위기가 두산 오너일가의 ‘형제의 난’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여전해 당연히 도와야 한다는 반응이다.
오너리스크냐 건설경기 악화냐
두산 오너가는 2005년 경영권 다툼인 이른바 ‘형제의 난’을 겪었다. 그룹 회장이 창업주 박두병 회장의 차남 박용오 회장에서 3남 박용성 회장으로 바뀌면서 벌어진 이 분쟁은 형제들이 서로 비리를 폭로하면서 검찰 수사로 확대됐다.
같은 해 11월 검찰은 두산그룹 총수 일가가 10여 년 동안 326억 원의 회사 돈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두산그룹 오너 일가가 17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800억 원대 회사 돈을 빼돌렸다는 주장과 함께 오너 일가가 유상증자에 참여키 위해 빌린 대출금의 5년치 이자 138억 원을 회사 돈으로 대납한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이 일이 시초가 되어 두산건설이 현재까지도 감자 결정을 해야할 만큼 경영상태가 악화됐고, 급기야 하루 만에 유상증자를 또다시 신청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두산건설은 향후 2년 내에 갚아야 할 CP와 회사채가 1조 원대에 이른다.
또 다른 일각에선 두산건설이 고양시 탄현동에 짓는 일산 위브더제니스가 유동성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만 오너리스크보다 다소 약소하게 느껴진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기도 하다.
이 주상복합은 최고 59층 8개 동 규모로 전용면적 59~170㎡형 2700가구의 초대형 단지다. 서울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1~3차를 합친 것(2655가구)과 비슷한 규모다. 사업비도 2조 원대다. 지난해 두산건설의 총 매출(2조3000억 원 정도)과 비슷한 수준이다. 두산건설은 이 아파트를 2009년 12월 분양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가 악화된 상태였다.
분양률이 바닥권을 맴돌면서 두산건설에 유동성 위기를 안겼다.
결국 두산그룹이 주요 계열사의 알짜 사업을 두산건설에 떼주고 오너 일가까지 나서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만든 원인인 셈이라는 것이다.
두산 측은 “형제의 난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 더는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4000억 원 규모의 두산건설 유상증자 추진과 관련해서는 “10대 1 감자에 이은 증자는 두산그룹이 정상화로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해 논란의 불씨가 여전함을 상기시켰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