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증여세를 피하는 방법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증여세를 피하는 방법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12-09 10:23
  • 승인 2013.12.09 10:23
  • 호수 1023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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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직접 매각없이 법인으로 넘겨 ‘꼼수’ 논란

왼쪽부터 허진규 회장, 허정석 대표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사진 왼쪽)이 일진홀딩스 지분을 장남인 허정석 일진파트너스 대표(사진 오른쪽)에게 전량 매각한 배경에 갖가지 의혹이 일고 있다. 그 배경은 경영 승계를 마무리짓기 위한 실질적 절차였으며, 거액의 증여세 문제 역시 숨겨 있다는 분석이다. 지분이 넘어간 일진파트너스 자체가 허 대표의 100% 지분 보유 회사이기 때문에 허 회장의 지분 매각은 일진홀딩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허 대표에게 경영권을 완전히 이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더욱이 지분 매각 과정에서 허 회장은 허 대표에게 직접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법인으로 매각하면서 세금을 크게 줄이는 이득을 보기도 했다.

허정석 일진파트너스 대표 체제 본격적 서막 오르나
꿩 먹고 알 먹고 ‘일타이피’ 돈 아끼고 경영승계하고…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일진홀딩스가 허 회장의 지분 753만5897주(15.27%)를 시간외거래 방식으로 계열사인 일진파트너스에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다. 허 대표가 100% 지분을 보유한 일진파트너스는 이번 매각으로 총 지분 1215만8329주(24.64%)를 확보해 일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서게 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허 대표만 일진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 꼴이다. 자신이 100% 지배하고 있는 일진파트너스를 통해 추가로 일진홀딩스 지분 24.64%를 거머쥐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재 허 대표의 일진홀딩스 지분은 직접 보유한 지분에 일진파트너스 보유분을 합쳐 53.8%로 늘었으며, 허 회장 지분은 단 1%도 없는 상태다. 일진전기·일진다이아몬드·일진디앤코·전주방송의 지주사인 일진홀딩스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마무리됐다고 해도 무방하단 이야기다.

그리고 이 과정에 허 회장의 꼼수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첫 번째는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일진파트너스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허 회장이 허 대표에게 직접 지분을 증여하는 방법을 버리고 일진파트너스로 넘긴 것 자체가 거액의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허 회장이 일진홀딩스 주식을 허 대표에게 직접 증여했을 경우 세금으로만 72억 원가량을 납부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허 회장이 이번에 내야 하는 세금은 35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개인 증여를 통해 지분을 넘겨줬을 경우 발생했을 세금과 비교해 37억 원가량을 아끼는 것이다. 일진홀딩스의 정확한 매각대금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일 종가(2325원)를 기준으로 볼 땐 총 175억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세무당국은 30억 원을 초과하는 상장사 주식을 증여할 경우 초과금액의 50%를 세금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번 일진홀딩스 지분을 놓고 보면 증여로 돌렸을 경우 30억 원을 제외한 145억 원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그러나 현재 허 회장은 20% 세율의 양도소득세만 내고 세율이 50%에 육박하는 증여세는 내지 않아도 된다. 

결과적으로 일진파트너스라는 법인에 지분을 몰아주면서 거액의 세금을 피한 것이다. 법인으로 지분을 증여하거나 매각할 경우 세율이 크게 완화되는 법에도 저촉 사항은 없다. 세무당국에서는 상장사 주식을 법인에 넘기게 되면 최대 22% 법인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할 뿐이다. 2억  원 이하 10%, 2억~200억 원 20%, 200억 원 초과 시 22% 세율이 책정된다.

이번 주식 매각은 허 회장에게 간접 지분 보유를 통해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는 동시에 세금도 크게 아낄 수 있는 방편이었다.

두 번째 지적은 기업들의 고질병인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이 있다. 그룹의 일감을 받아 성장한 일진파트너스를 사조직처럼 활용했다는 것이다. 즉, 증여의 경우였다면 세금을 허 회장 혹은 허 대표가 직접 냈어야 했지만 이번 거래는 주식 매각 차원이라 일진파트너스가 모든 자금을 대신 짊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자금이 일감 몰아주기로 축적됐다는 의혹도 더해졌다.

1996년 설립된 일진파트너스는 현재 일진그룹 내 국제물류업 및 복합운송주선업을 담당하고 있다. 2010년 34억 원, 2011년 90억 원에 이어 지난해 136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담당한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 136억 원 전부를 일진홀딩스 자회사인 일진전기에서 받아왔을 정도로 내부 일감몰아주기의 표본이다. 매출액 100%가 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데다 허 대표가 지분을 100%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른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인 것이다. 일진전기도 허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의혹

이러한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일진전기가 벌어들인 돈은 일진파트너스로 흘러 들어갔고, 이 돈이 돌아 2세 경영권 강화에 쓰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미 학계나 시민단체 사이에선 대부분 “일진그룹의 대표적 일감 몰아주기 기업인 일진파트너스를 통해 2세 경영체제를 구축한 것은 꼼수에 가깝다”라든지 “법망을 재구축해 경영승계를 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편법들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일진그룹 관계자는 “허 대표의 책임경영이 강화되는 차원일 뿐, 허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증여세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지적에 대해선 “모든 절차를 확인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일감 몰아주기 부분은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주식 매각은 허 대표가 그동안 그룹에 가져다 준 성과의 연장선”이라면서도 “증여세를 회피한다는 시각이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회장 본인의 의중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여지를 두기도 했다.

한편 장남에게 경영 승계 작업을 사실상 완료한 만큼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에 대한 승계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여전히 일진머티리얼즈를 비롯해 일진디스플레이·일진제강·일진유니스코·일진반도체·일진LED 등 나머지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회사를 차남인 허 대표이사에게 넘겨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할 것이란 예상이다.

모든 계열사의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면 일진그룹은 일진홀딩스·일진전기·일진다이아몬드 등 계열사는 장남이, 일진머티리얼즈·일진제강·일진반도체 등 계열사는 차남이 이끄는 구도가 구축된다. 이로 인해 남아 있는 계열사 경영 승계 과정에서도 이번과 같은 잡음이 또 발생할지에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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