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삼성…연말 인사로 미래 말한다
변화의 삼성…연말 인사로 미래 말한다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3-12-09 09:25
  • 승인 2013.12.09 09:25
  • 호수 1023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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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원톱’, 후계구도 ‘독주’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삼성이 지난 2일 사장단 정기인사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의 자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의 노하우를 각 계열사에 심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철저한 성과주의에 따른 발탁인사와 여성ㆍ외국인 임원 승진 규모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오너 일가에서는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만 삼성에버랜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양상이다.

이서현 사장 승진…이재용 승계 ‘굳히기’
더욱 커진 전자…나머지 계열사 나눠갖기는?

이번 삼성 인사에서는 삼성전자 내 핵심 인력들이 승진해 비전자 계열사 사장단으로 투입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물론 삼성전자 내 경영진 역시 탄탄하게 보강되면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거대해졌다.

실제로 그룹 내 사장 승진자 8명 중 5명은 삼성전자 출신이다. 세부적으로는 김영기 삼성전자 부사장이 네트워크사업부문 사장으로, 김종호 부사장이 삼성전자 세트제조담당 사장 겸 무선사업부 글로벌제조센터장으로 승진했다.

또 조남성 삼성전자 부사장은 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으로, 원기찬 부사장은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선종 부사장은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며 자리를 옮겼다. 이외에도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같은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안민수 삼성생명 부사장은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으로 올라섰다.

이와 같은 발표에도 3세 경영권 승계 구도 변화는 따로 감지되지 않았다. 오너 일가에서는 유일하게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부문 사장으로 승진한 정도다. 이로써 이부진-이서현 자매는 실질적 지주회사인 에버랜드에서 나란히 부문별 사장직을 유지하게 됐지만 삼성의 주인은 따로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에버랜드 지분 25.1%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부진-이서현 사장의 경우 각각 8.37%를 갖고 있다. 결국 경영권 승계 구도는 에버랜드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독주로 굳어진 것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이부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더라면 시나리오는 조금 달라진다. 그러나 이부진 사장이 직함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재미는 다소 반감됐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가 안정적으로 흘러가는 데 대한 호기심과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로써 향후 이재용 부회장이 눈부신 실적의 전자를 가져가고 이부진 사장이 호텔과 면세점을, 이서현 사장이 패션을 맡는 것은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타 계열사들은 아직 그 향방이 불투명해 지속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금융 계열사의 경우 생명ㆍ화재ㆍ카드의 CEO가 모두 바뀌면서 경영전략이 큰 폭으로 수정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양보다 질…다양한 배경

한편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자를 배출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여기에는 직급별 승진 연한에 상관없이 능력별로 승진시키는 발탁인사도 포함돼 있는데 이 역시 가장 큰 규모였다.

삼성이 지난 6일 발표한 임원인사에서 승진한 인원은 총 475명으로 부사장 51명, 전무 93명, 상무 331명이다. 이는 지난해 485명, 2011년 501명보다는 다소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발탁인사의 경우에는 부사장 10명, 전무 26명, 상무 49명 등 총 85명으로 지난해 74명, 2011년 54명보다 늘어났다.

세부적으로는 여성과 외국인 승진자가 각각 15명과 12명, 해외근무 인력 승진자는 80명으로 모두 역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 외에도 R&D부문 승진자 120명, 제조부문 승진자 33명, 경력입사자 승진자 150명 등 모두 지금까지의 인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삼성전자만 보면 임원 승진자는 161명으로 지난해 157명, 2011년 133명보다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발탁인사 규모도 세트부문에서만 35명에 달할 정도로 타 계열사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연말마다 있는 삼성 인사가 이번에는 철저한 성과주의는 물론이고 안정적인 후계구도까지 재확인시켰다”면서 “향후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이서현 사장의 계열사 배분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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