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마지막 금요일 서울의 홍대앞은 클러버(클럽을 자주찾는 사람들이란 뜻)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물론 지방에서 원정(?)오는 사람들도 많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현장에서 바로 부비부비댄스를 추며 그날의 파트너를 만들 수 있기 때문. 서울 답십리에서 왔다는 서모양(23)은 “전 춤과 음악을 좋아해요. 나이트 클럽보다 가격도 저렴하구요. 그냥 하룻밤 파트너를 구하러 오는 사람들이 더 많은것 같네요”라며 웃었다. 그런 유혹을 받아 보았냐는 질문에 “그럼요. 하지만 모두 거절했지요. 예전엔 안그랬는데 점점 더티(더럽게)하게 노는 사람들이 많아진것 같아요. 클럽에서 춤추다보면 어떤 커플들은 아예 여관인지 클럽인지도 구분을 못하는 것 같거든요”하며 빠른 걸음으로 클럽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며 그녀의 대담한 옷차림이 남자들로 하여금 그런 충동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들어간 클럽은 홍대근처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클럽. 기자도 그녀를 따라 클럽안에 들어가 보니 후~ 하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클럽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찬 사람들과 심장이 터질듯한 비트가 강한 음악소리, 뿌연 담배연기와 인공안개가 뒤섞여 남녀가 밀착한채 흐느적거리며 부비부비댄스를 추고 있다. 춤이라 해서 춤으로 보는 것이지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성행위 동작으로 보아도 손색없는 야한 동작들이다. 홀 끝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남자가 혼자 춤추던 여자의 뒤쪽으로 다가간다. 남자는 자연스럽게 여성의 허리를 잡은 후 잠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자신의 몸을 여성의 엉덩이 쪽으로 밀착시켜 강하게 움직인다. 잠시 흠칫 놀란 여성은 남자의 얼굴을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마음에 들었는지 손을 뒤로해 남자의 목을 잡고 마치 성행위를 하듯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약간 보기 민망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시선을 딴곳으로 돌리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부러움반 호기심반으로 계속 그 커플들을 주시하고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 커플은 주위 시선과는 상관없이 엉겨 붙는듯한 자세로 진한 키스를 하다가 서로의 귀에 대고 속닥거리다 밖으로 나간다. 소위 말해 신세대들이 말하는 ‘원나잇’을 즐기러 가는 것이다.
강남에서 왔다는 김병철(28)씨는 원나잇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조금 의아한듯 “그런거 흔해요. 성인 남녀가 마음에 맞아 즐기는 것인데 무슨 문제 되나요?” 일부러 원나잇을 위해 오는 사람들도 많아요. 저도 오늘 잘하면 될듯 싶어서 동생이랑 즐기러 왔는데”라고 진지한 표정이다. 새벽 2시. 클럽안은 아직도 만원. 조금 전까지 혼자 춤을 추던 사람들은 어느새 삼삼오오로 파트너를 정해 춤추고 있다. 그런데 홀 중앙에서 남녀가 큰소리로 싸우고있다. 남자는 약간 술에 취한듯 했고 그 남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여성은 몇번 몸을 뺀후 “아 진짜 재수 없네. 요즘 클럽이 왜 이렇게 돼가는거야” 하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자 옆에서 춤을 추고 있던 남자는 같이 있던 친구에게 “저거 성폭행범으로 신고 하면 걸리냐?” 라고 말하자 “부비부비댄스 자체가 그런 춤인데 괜찮지 않을까?’하고 반문했다. 솔직히 기자도 궁금해서 변호사에게 확인해보니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여성이 싫다는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계속 같은 행위를 반복하면 그것은 성폭행범으로 몰릴수 있다”는 것이 변호사의 답변.
이는 부비부비댄스를 즐기는 여러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다. 새벽 3시. 하지만 춤을 추는 사람들은 전혀 줄것 같지 않다. 파장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 남아있는 사람들은 노골적인 춤으로 이성들에게 접근해 간다. 새벽 5시가 다 되어 클럽을 나서니 쌍쌍이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그때까지도 파트너를 구하지 못한 남자들은 길 한편에 쪼그려 앉아 다음 스케줄을 얘기하고 있다. 기자의 어디로 갈거냐는 질문에 “가긴 어딜 가요. 가봤자 사우나나 가야죠”라고 씁쓸할게 말한다. 이런 클럽의 파티문화를 주도한 곳이 바로 M.NET의 ‘슈퍼바이브파티’. 가수,영화배우,탤런트 등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그들의 섹시 ‘부비부비댄스’는 세간에 화재가 될 정도로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달 27일 M-NET의 슈퍼바이브파티(vj홍록기)에서는 ‘카우보이’, ‘카우걸’이라는 파티로 진행됐다. 많은 참가자들은 카우보이나 카우걸 복장을 하고 부비부비댄스를 즐기는 것. 하지만 이곳에서도 지켜야할 룰이 있다. 소위 레드 카펫이라는 곳을 통과해야만 안으로 입장할 수가 있는 것. 레드 카펫은 일종의 물(?)검사다.
파티의 드레스 코드를 잘 소화한 사람만이 우선 입장과 인터뷰의 특혜가 주어지기 때문에 많은 참가자들은 하룻밤의 파티를 위해 값비싼 의상을 빌리거나 사입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이는 부비부비의 인기도가 어느정돈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날 가슴깊게 파인 드레스에 청바지,말장화 복장을 하고온 여성은 부비부비댄스에대해 “열라 좋은 춤이예요. 가끔 남자들이 뒤로 다가 올때에는 일종의 쾌감 같은 게 와요. 그러니까 다들 좋아하는 것 아닌가요?” 하니 그 곁에 남자 한명이 끼여든다. “솔직히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부비부비를 더 좋아해요. 걔네들은 자기들 패션쇼하고 춤 잘 추는거 자랑하려고 오는 애들이죠. 이따가 보세요. 여자애들이 더 적극적이라니까요.”방송이 시작된 후 썰렁한 분위기를 띄우려 쌍쌍 부비부비춤을 유도 했다.
그러자 젊은 남녀들이 조금씩 야하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여기서 DJ의 눈에 띄면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 갑자기 한 남성이 여성에게 과감하게 데시해 부비부비춤을 춘다. 여성은 잠시 망설이며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더니 이내 남자쪽으로 몸을 돌려 앉으며 얼굴을 남자 사타구니 쪽으로 묻는 듯한 춤을 춘다.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동작이지만 탄성이 쏟아졌다. 환호하는 신세대들을 보며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부비부비댄스’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도 찬반론이 끊이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그것을 진정한 사교의 춤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김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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