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편안해야 대통령이 편안하다
당이 편안해야 대통령이 편안하다
  • 홍성철 
  • 입력 2005-01-12 09:00
  • 승인 2005.01.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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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당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 의장과 원내대표 등 지도부 총사퇴로 비상체제가 가동되면서 당권경쟁도 조기에 가시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당내 제 계파는 원내대표(1월28일)와 당 의장 경선(4월2일)을 앞두고 벌써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도 당권 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이 비록 당·정분리 원칙을 천명하고 있지만 집권 중반기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선 당·청·정간에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이 절실할 것이란 관측이다. 여권 일각에서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친노세력을 대거 동원해 당권을 접수할 것이란 소리가 나돌고 있는 것도 이러한 관측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노 대통령과 청와대측이 당권장악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3기 국정운영 기조가 자리잡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3일 신년사를 통해 총리에게 내치를 맡기는 이른바 ‘분권형 국정운영 및 책임총리제 강화’ 구상을 강력히 피력한 바 있다. 집권 2년간의 시행착오와 정책적 오류를 반성하는 동시에 집권 3년차부터는 좀더 큰 그림을 그려나가겠다는 노 대통령의 각오와 의지가 담겨 있는 구상으로 풀이된다.노 대통령은 또 국내정치와 관련해서는 당정분리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갈등과 대립보다는 대화와 화해를 통해 국정 안정을 꾀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국내정치와 내치는 각각 당과 총리에게 맡기고 자신은 21세기 선진국 대열 합류를 위한 외치에 힘쓰겠다는 게 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집권3기 국정운영 골자다.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의 이러한 구상이 원만히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지지기반인 열린우리당이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연말 ‘4대 개혁법안’을 둘러싼 여야간 치열한 대치정국 속에서 이른바 ‘의총 대반란’을 겪는 등 첨예한 이념갈등이 노출됐다. 이러한 당내 이념갈등은 결국 지도부 총 사퇴로 비화됐고, 이는 연초부터 당권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이처럼 당내 이념갈등으로 인한 내홍이 심화되고 계파간 당권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경우 그 후유증은 이번 당지도부 경선이후에도 계속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또 이러한 당권경쟁은 차기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한 세력확장 싸움으로 비화될 수 있고 이는 자칫 ‘레임덕’을 앞당기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측이 이번 당 지도부 경선 과정에서 어떤식으로든 당권 장악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이다.

여권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노 대통령의 당권접수 플랜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우선 지도부 총사퇴 이후 구성된 임시 집행위에 친노세력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역임한 임채정 의원이 의장을 맡고 있고,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강철씨와 이호웅 의원은 각각 당원협의회 분쟁심의원장과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당 지도부 경선과 관련한 관리감독역을 맡고 있는 임시 집행위의 권한과 역할에 비춰볼때 친노세력으로 짜여진 집행위 구성원 면면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4월2일로 예정된 당 의장 경선에서도 친노세력들은 의기투합해 당 지도부를 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중 문희상 한명숙 김혁규 의원 등 친노세력들이 ‘빅3’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에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친노그룹 좌장격인 문 의원은 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고 있는 만큼 당청간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에 적임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한 의원 또한 친노그룹 대표주자로서 보수 노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차별화된 집권당 여성 대표로 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측에서 선호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PK(부산 경남)지역을 대표하고 있는 김 의원 역시 노 대통령과 코드가 일치하는 인사인 만큼 PK사단 등 친노그룹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청와대 등 친노그룹이 이들 ‘당권주자 빅3’를 물밑 지원하고 있는 배경에는 차기 대권구도가 자리잡고 있다.

여권내 잠룡들과는 달리 이들 세 사람은 ‘큰 꿈(대권)’을 꾸고 있지 않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참여정부가 집권 중반기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차기 대권주자 그룹에 당권이 넘어갈 경우 당내 권력투쟁은 조기에 가시화될 수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레임덕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친노그룹이 대권에 뜻이 없는 이들 ‘빅3’를 당권주자로 물밑 지원하고 있는 이면에는 대권주자 관리 및 레임덕 차단이라는 다목적 포석이 숨겨져 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한편 386세력 등 소장개혁파 친노그룹에서는 당 의장 뿐 아니라 원내대표 자리도 친노그룹에서 장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광재 백원우 이화영 의원 등 친노직계 의원 12명으로 구성된 ‘의정연구센터’는 최근 이러한 주장에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L의원은 “당 의장에 한명숙 의원, 원내대표에 문희상 의원을 밀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한·문 카드’는 당내 갈등을 진압하는 동시에 조기에 가시화될 수 있는 대권경쟁과 레임덕을 차단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라고 전했다.L의원의 주장처럼 ‘한·문 카드’가 현실화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문 의원은 원내대표보다 당 의장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범친노그룹이 당권접수 플랜을 물밑 가동하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만큼 문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으로 목표를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홍성철  anderia1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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