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주류의 대반격: ‘국정원 특검’뒤 숨겨진 비밀
친노 주류의 대반격: ‘국정원 특검’뒤 숨겨진 비밀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3-12-02 10:34
  • 승인 2013.12.02 10:34
  • 호수 1022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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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전병헌 내치고 정세균-박영선 카드 ‘솔솔’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120여만 건의 트위터 글을 추가로 발견해 법원에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민주당은 이미 국가 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당일 늦은 오후에 민주당 지도부 전략회의에서 당내 일부 강경파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판을 깨자’, ‘지난 대선은 부정선거였다’며 대선 불복종 운동을 벌이자는 얘기였다. 이에 당 지도부는 다음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긴급 의총을 통해 항의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하지만 민주당 친노 주류 강경파는 만족스럽지 못한 지도부 행태에 성토를 멈추질 않고 있다. 여차하면 현 김한길-전병헌 지도부를 교체시키고 정세균-박영선 조합의 강경 분위기로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선집토끼 후산토끼론’이 강경파에 의해 힘을 받고 있다. 그 내막을 알아봤다.

- 문재인 ‘회고록’ 출간-콘서트 개최…‘대선 불복종’ 불 지피나

# 장면 하나. 검찰이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한 11월 20일 늦은 오후. 민주당 당사에 김한길 당대표, 전병헌 원내대표, 민병두 전략기획본부장 등 당 지도부가 모였다. 향후 전략 기조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전략회의중이었다. 이 자리에 강경파로 분류되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불쑥 들어와 당 지도부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 한 마디로 “지난 대선은 부정선거였다”, “판을 깨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급기야 박 의원은 비공식 회의장에서 ‘눈물’까지 보이면서 억울함을 성토했다는 후문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이기도 한 박 의원이 성토 후 당내 강경파를 달래기 위한 차원에서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남재준 국정원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 장면 둘. 11월 25일 대정부 질문장에서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사 교과서 기술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자 민주당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모두 나가자”며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온건파 진영에서는 “의총에서는 격론 끝에 본회의 참석하는 것으로 뜻을 모으고서도 본회의장에서 즉흥적으로 의사 일정을 거부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의견이었지만 통하지 않고 있다. ‘봉숭아 학당’을 넘어 ‘찌x이 정당’으로 전락했다는 냉소적인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당 들었다! 놨다!...친노 강경파 요물?”

작금에 민주당은 친노 주류 강경파들이 당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셈이다. 당 지도부에서 ‘친노 주류 강경파’를 두고 인기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 유행어에 빗대 ‘요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모든 불만의 근간은 당 지도부의 ‘전략부재’를 빌미로 삼고 있지만 결국 친노 주류와 비주류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정설이다.

급기야 친노 주류 강경파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의 시국미사 논란을 두고 집권 여당과 ‘각세우기’에 들어섰다. 지난 26일 검찰은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의 발언을 두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이 들어와 수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 신부는 22일 시국미사장에서 “독도는 우리 땅인데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하면서 독도에서 훈련하려고 하면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해요? 쏴버려야지, 안 쏘면 대통령이 문제 있어요”라며 “NLL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어요? 북한에서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에 친노 강경파의 수장격인 문재인 의원이 들고 일어섰다. 가톨릭 신자인 문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가톨릭신도회 소속 의원들이 개최한 미사에서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사제단과 신부들에 게까지 종북몰이를 하는데 분노를 느낀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한 박 신부 검찰 수사와 관련해 “미사에서 한 사제의 강연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를 한다는데 아마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전 세계 가톨릭의 공분을 사는 일이 아닐까 싶다”며 “부끄러운 행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의구현사제단’과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해 온 김한길-전병헌 등 온건 비주류 당 지도부에 맞서 민주당 초선 강경파 의원과 친노 주류가 뭉쳐서 압박하고 있는 양상이다. 동시에 종북몰이에 단초를 제공한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관련 ‘특검’을 통해 박근혜 정권도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강경 흐름은 12월 4일 문재인 의원의 자서전 성격인 ‘대선 회고록’ 출간과 출판기념회를 대신해 대선 1주년이 되는 전날인 내달 18일 ‘토크 콘서트’장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당 장악→특검→대선불복종 운동?

친노 강경파들의 강경 일색의 일차적인 목적은 내년 지방선거전 ‘지도부 교체’에 있다는 분석이 당 지도부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의 ‘친노 죽이기’에 당 지도부가 적극 대처하기보다는 ‘나 몰라라’하는 데 불만이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경파 일각에서는 “이참에 김한길-전병헌 체제를 정세균-박영선 라인으로 바꾸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친노 486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정 의원과 강경파 목소리를 대변하는 박 의원 조합으로 정국을 돌파하자는 주장이다.

또한 ‘특검’을 통해 여차하면 ‘대선불복종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음도 암시하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한 언론사에서 ‘문재인 의원 대선승복 입장을 표명한다는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기사가 뜨자 문 의원실에서는 발끈하고 나섰다. 문 의원실에선 “소설 같은 얘기로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하고 나섰다.

실제로 친노 강경파에서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다루는 특검에서 박근혜 캠프 관계자 특히 회계책임자가 구속되는 등 불법적인 행위가 발견될 경우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선불복종 운동’을 벌일 공산이 높다. 과거 한나라당이 추진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설혹 특검에서 유죄 판결이 나지 않더라도 ‘대선불복종 운동’으로 강경파가 당을 주도하고 정국을 공세적으로 이끌면서 친노 위주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된다. 결국 청와대와 여당의 ‘공안정국’, ‘종북몰이’에 맞서 친노 주류는 ‘대선불복종 카드’를 꺼내들기 위한 특검을 들고 나온 것이라는 관측이다. 물론 새누리당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어 ‘특검’을 수용할 리 만무하다. 특검을 수용하더라도 여당에서는 제한적으로 ‘이명박 정권하에서 벌어진 불법행위로 한정을 둬야 한다’, ‘특검을 여당이 선호하는 인사로 임명해야 한다’는 등 조건을 달고 있다.

바야흐로 친노의 사생결단식 싸움이 본격 시작됐다. 그 깃발은 그동안 참고 참았던 문 의원이 들었다. 실패할 경우 정치적 미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권과의 싸움은 곧 ‘감옥행’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성공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는 친노 주류에게 달콤한 권력을 선물할 것이다. 당안팎에서 제2의 친노 전성기를 누릴 수도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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