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지의 반란, 한화 4강 진입 위한 리빌딩
꼴지의 반란, 한화 4강 진입 위한 리빌딩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3-12-02 10:17
  • 승인 2013.12.02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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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시장 178억 원으로 큰손 등극…2차 드래프트도 소기의 성과 달성
[일요서울|김종현 기자] 류현진의 보상금으로 타 구단에 비해 두둑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던 한화가 올 시즌을 마치고 대대적인 리빌딩에 들어갔다. 특히 올해 신생팀 NC에게도 무너지면서 자존심을 구겼던 한화로서는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대대적인 칼을 빼들었다. 이런 가운데 당장 다음 시즌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2차 드래프트에서의 선견지명이 한화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올 시즌 우리는 선수가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김응룡 감독의 엄살 덕분이었을까, 이번 FA시장에서 한화 이글스는 178억 원을 쏟아 부으며 큰손으로 등장했다. 정근우를 비롯해 이용규와 각각 70억 원과 67억 원의 거액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또 내부 FA 단속에도 성공하며 스토브리그 승자로 평가받고 있다.
 
정근우와 이용규는 지난달 27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정근우는 SK에서 달았던 등번호인 8번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고 이용규는 1번으로 바꿔 달았다. 이날 정승진 한화 이글스 사장과 노재덕 단장, 주장 고동진, 김태균, 최진행과 함께 입단식에 참석한 김 감독은 “둘 다 발이 빠르고 수비력이 최고다. 지난 시즌 우리의 약점을 잘 보강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평소만큼만 해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또 김 감독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부담을 느끼면 안 된다”면서 “FA 선수들이 기대만큼 못 해주는 이유는 너무 부담감을 느껴서 그렇다. 평소 하던 대로만 하면 만족할 수 있다. 둘 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하던 대로 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격려했다.
 
이에 정근우와 이용규는 나란히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정근우는 “선수들과 얼마나 잘 융화하고 적응해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 같다. 몸을 잘 만들어서 시즌 내내 경기에 빠지지 않고 최대한 많이 나가 팀이 4강에 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용규도 “한화의 전력을 두고 내가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야구는 시즌 개막을 해봐야 아는 것이다. 부상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면 잘할 수 있다”며 “도전이라고 생각하지만 충분히 4강에 들어갈 수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내·외 FA 선점 
첫 단추부터 잘 끼워
 
이들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FA 역사상 최고 몸값을 기록한 롯데 강민호(4년간 75억 원)와 함께 그간 심정수가 갖고 있던 4년간 60억 원의 기록을 가볍게 넘어서면서 초특급 FA 스타로 떠올랐다. 최근 FA 시장이 몸값 급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지만 그간 전력 보강에서 아쉬움이 많았던 한화는 이들에게 보상금 포함해 150억 원 규모의 거액 투자를 결정했다.
 
한화는 최근 5년간 4번이나 최하위에 처졌던 약체이기에 국가대표 톱타자인 정근우와 이용규를 통해 팀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대수(4년간 20억 원), 한상훈(4년간 13억 원), 박정진(2년간 8억 원) 등 내부 FA 3인방을 총액 41억 원에 모두 붙잡는 데 성공하면서 스토브리그 첫 단추도 잘 끼웠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화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서도 쏠쏠한 보강에 성공했다. 한화는 1라운드에서 삼성 투수 이동걸, 2라운드에서 LG 투수 이성진, 3라운드에서 SK 내야수 최윤석을 각각 지명했다. 
 
이동걸은 삼성에서 불펜으로 뛰었던 투수로 오른손 파워피처로 최고구속 140km대 후반을 기록하며 포크볼도 갖추고 있다. 올해 1군에서 10경기밖에 뛰지 않았지만 한화는 선발 가능성을 보고 있다. 
 
그에 대해 “장래성 있는 선발투수다. 내년 선발을 보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젊고 선발 보직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를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2라운드에서 지명된 이성진은 2010년 LG에 입단한 뒤 1군 등판 경험이 단 2경기뿐인 무명이다. 하지만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42경기에 나가 방어율 2.20을 기록했다.
 
최윤석(3라운드)은 SK에서 유격수로 종종 선발 출전했다. 경력과 기량면에서 즉시전력감이지만 현재 경찰청 입대를 앞두고 있어 미래를 위한 지명으로 풀이된다.
 
한화는 즉시전력감으로 이동걸을, 미래를 위해 이성진, 최윤석을 데려온 셈이다.
 
새 외국인 선수 영입 
새판 짜기 돌입
 
이어 한화의 리빌딩 의지는 외국인 선수들과의 재계약 포기로 이어졌다. 새로운 투수 2명과 외야수로 쓸 외국인 타자 1명을 영입해 다음 시즌 도약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올 시즌 함께했던 데니 바티스타와 대나 이브랜드를 웨이버 형식으로 내보냈다. 특히 한화는 팀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두 선수의 앞길을 열어주는 결정을 내리면서 팬들의 갈채를 받았다. 
 
이들은 아직 국내 타른 팀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들로 통상 외국인 선수를 방출할 때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시켜 타 구단 이적을 막아왔다. 
 
노 단장은 “다른 팀에 가서 성공하면 우리 쪽에서 (외국인 선수들을) 잘못 썼다는 뜻 아니겠냐”며 “이들 선수 앞길을 막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안 쓰면 내보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에게 감사 편지와 함께 사진 액자 형식의 감사패를 두 선수에게 전달하기로 하면서 훈훈한 감동을 연출했다. 헤어지는 외국인 선수에게 선물을 보내며 감사를 표하는 것은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이 밖에도 한화는 두산에서 방출된 김선우에 대해서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김 감독은 공개적으로 “김선우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는 기존 젊은 투수들이 여전히 경쟁하고 있고 군 전역 선수 안영명, 윤규진이 합류한 가운데 외국인 투수 2명을 선발로 영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김선우 같은 베테랑 투수가 합류한다면 한화는 탄탄한 전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오른손 선발투수인 김선우는 2008년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와 2009년부터 3년 연속 10승을 거뒀다. 2011년에는 16승을 거둬 다승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잔부상을 겪으며 17경기에서 5승 6패와 방어율 5.52%에 그쳤지만 여전히 선발 한 자리를 소화해낼 수 있는 우완으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선수 육성으로 
팀 침체기 탈출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당장 우승이나 4강권을 넘보는 일에 집착하지 않는다. 바로 미래를 위한 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겨울 충남 서산에 2군전용 훈련장을 지으며 전력 강화에 나선 한화는 이번 겨울 선수 영입에서도 그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11명의 선수를 지명한 데 이어 신고선수도 무려 12명을 데려왔다. 또 올해부터 2군뿐만 아니라 3군까지 운영하며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리빌딩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팀당 보유선수 65명을 맞추기 위해 기존 선수들을 대대적으로 정리해야 했다. 특히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30대 이상의 베테랑 선수들이 칼바람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한화다. FA 시장을 통해 공격력은 보강했지만 투수 쪽에서는 불확실한 요소들이 산재한다. 
 
한 야구 전문가는 “한화의 관건은 결국 투수력이다.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바뀌었는데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유창식과 송창현이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하게 풀타임 선발로 검증된 게 없다. 지금 당장 선발 5명도 꾸리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감독도 “이제 야수가 보강되니까 투수 문제 때문에 골치 아프다. 특히 외국인 투수 2명을 어떻게 데려오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확실한 주전 포수의 부재와 외국인 타자 변수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이처럼 갈 길이 먼 한화지만 꼴지 탈출을 위해 구단과 현장의 손발이 척척 맞아들어 가면서 팬들의 기대감과 칭찬일색이다. 김 감독 역시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과 결정에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리빌딩을 위한 첫삽을 성공적으로 뜬 만큼 장기적 체질 변화를 통해 한화의 가을 야구 복귀를 기대해 본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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