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우리 문화의 저력
전통의 재창조를
바탕으로 완성된 한류
우리는 우리 문화에 대해 한때는 이해가 너무 부족해 자부심도 없고 거기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어 계승 발전시키려는 의지도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은연중 우리 문화 역량이 발휘돼 민족적 자부심이 생겨나고 자아를 발견하고 국력이 신장되자 서서히 우리 국민의 가슴에 문화가 중요하고 전통문화에는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저력과 원동력이 잠재했다는 것을 아주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문화재청에서 수십 년째 시행하는 전승공예대전 등 여러 시책이 전통예술을 진흥 계승 발전시키려고 큰 노력을 경주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미술대학 출신들이 전통미술에 눈을 돌려 도자공예를 비롯한 공예분야에서 전통을 현대에 새롭게 되살려낸 바람직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고, 우리 국악이 대중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예능 문화가 세계로 진출하여 한국인의 예능적 재능이 높이 평가받고 광적으로 호응하고 응원하고 있는 소위 한류가 참으로 오랜만에 우리 마음을 뿌듯하게 하고 있다. 수많은 예능 연기자들이 엄격하고 정밀한 지도를 받고 수없는 수련을 거듭하고 경쟁하면서 성장한 결과라 그들이 쌓은 큰 성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 생각된다.
한류에는 우리 문화의 전통인 자연스러움과 어우러짐과 익살스러움과 간결함과 발랄함이 듬뿍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우리 춤사위와 창법과 음색과 장단과 의상 등의 특징이 은연중 담겨 있어 억지로 꾸미지 아니하고 억지로 잘 보이려 하지 아니하고 흥이 나는 대로 그 흥을 절도 있는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의 전통만이 아닌 서양예능의 전통을 과감히 받아들여 그것을 접목, 소화하여 독창적인 자기 것으로 재창조한 것이었다.
여기까지 이르기에는 수많은 그룹이 경쟁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깨닫고 우수한 지도자가 배출되고 대단한 기획사들이 각기 독창적으로 조련한 것 등이 주효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노래의 한 소절 한 소절의 창법 장단 음색까지 춤사위의 미세한 부분까지 다듬고 다듬어 왜 그렇게 되어야 하는가,
왜 그렇게 하여야 하는 뜻은 무엇인가 하고 노래와 춤 하나하나에 깊은 뜻이 담겨 한국인의 예능 철학이 발전하고 깊숙이 배어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인이 보고 느끼면서 어떤지 자신들과 다른 차별화된 독창성과 아름다움에서 신선한 감동과 충격을 느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 전통문화의 저력이 아니겠는가.
사라진 우리 전통 차 문화
한두 가지만 더 짚고 넘어가 보고자 한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녹차를 마시는 풍조가 넓게 퍼지고 있다.
여기에 힘입었는지 전통차라 하여 갖은 약재, 과일, 열매 등으로 만든 음료와 차가 범람하고 있으며 탄산음료가 오히려 밀려난 듯하고 식혜, 화채, 수정과 등 음료수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일이고 해외로 진출하여 큰 호응을 얻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우리는 고려시대 이후에는 우리의 전통차문화가 거의 없어지고 남쪽지방에 거주하는 일부 학자와 사찰에서만 녹차를 마시는 명맥이 근근이 이어 내려 왔다.
조선시대 차를 마시는 데에는 특별한 법도나 격식이 없었다. 아무리 멀어도 아주 좋은 맑고 깨끗한 물을 길어다가 끓여낸 뒤 적절한 때에 차를 넣어 정성스레 차를 우려내어 향기를 드높여 고요 청정한 산사의 정취에 맞게, 조촐한 선비의 정서가 맑게 배어 다향을 음미 하면서 혹다향의 뜻을 새기면서 조금씩 마시면 되는 것이었다.
일본에서는 우려 마시는 녹차와 차를 곱게 갈아 물에 타서 저 거품을 내어 조금 걸쭉하게 마시는 말차가 있다. 엽차인 녹차를 마시는 데에는 별다른 법도와 격식이 없다. 좋은 물에 우려낸 향이 있는 엽차에 맞는 여러 가지 질의 잔과 여러 가지 모양의 잔을 개성에 따라 골라 잔탁에 놓아 차를 따르고 마시면 되는 것이다. 말차를 마시는 데에는 법도와 수없이 까다로운 격식과 절차가 있다. 차 명가마다 그 법도와 격식이 다르다.
전문가들이 제대로 그 법도와 격식에 따라 차를 마시려면 그 행사가 거의 하루 종일 걸린다. 그러한 모임이 아닌 일반 차회에 참석하여 차실에서 차만 마시려 해도 어느 정도의 법도와 격식과 절차를 알아야하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정좌하고 차례대로 마실 수 있다.
그런데 조선조와 광복 후 수십 년간 우리에게 없었던 녹차 마시는 풍조가 아마 1970년 후반부터 일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전국적으로 만연돼 있다.

청자상감포류수금문정병
(靑磁象嵌蒲柳水禽文淨甁)
12세기 중엽 작품인 청자상감포류수금문정병은 동체에 두 마리 원앙과 연지, 포류문이 상감돼 있다. 구부와 첨대는 팔각형으로, 구부 아래에는 좁은 당초문대가, 첨대 두 곳에는 당초문이 각각 백상감된 것이 특징이다.
고려 전기 청자 정병 중에서도 뛰어난 걸작인 이 정병은 형태도 비색유약도 아름답다. 회화적 구성의 버들, 갈대, 수초, 원앙 등 상감 문양도상감청자 중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는 명품이다.
이 정병은 간송 정형필 선생이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간송미술관에서 소장 중이다.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사진=한국미술발전연구소>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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