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도, 자회사도 성 접대 파문 정체성 잃었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공기업(公企業).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소유권을 갖거나 통제권을 행사하는 기업을 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첫 번째 의무로서 공익성을 요구받고, 두 번째로 관료주의와 비능률을 회피해야 한다는 책임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막상 공기업들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공공의 목적을 잊은 채 방만경영 일로를 걷는 모습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공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공기업을 찾는 것이 오히려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와 같은 현실에 [일요서울]은 각 공기업이 어떻게 공익을 해치고 있는지 그 천태만상을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그 일곱 번째 대상은 전격 퇴임한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성접대 의혹 속에 시끌벅적한 한국관광공사(이하 관광공사)다.
도덕적 해이·과도한 복지는 공기업 특성인가
엉뚱한 사업에 예산 탕진, 담합 의혹까지 ‘시끌’
이 전 사장은 지난달 15일 일본 성인 퇴폐업소에서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전격 사퇴했다. 관광공사는 이날 오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사내방송으로 오전 10시에 관광공사 지하 1층 TIC 센터에서 이 사장의 퇴임식이 있을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문제는 앞서 이 전 사장이 지난해 설 연휴 동안 일본 모 관광회사 부사장의 초청을 받아 관광공사의 용역업체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일본을 찾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사장 등이 퇴폐업소에 출입했다는 의혹이 지난달 12일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이 전 사장과 함께 일본에 갔던 한 용역업체 관계자는 이날에 대해 “이 전 사장이 (성인업소를) 가고 싶다고 해 일본 관광회사 임원의 안내로 이 전 사장과 우리 회사 사장이 성인 퇴폐업소를 찾았다”며 “이 전 사장이 간 곳은 도쿄 요시와라에 있는 소프랜드로 100여만 원의 비용은 일본 측에서 부담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현재 이 전 사장은 같은 날 사퇴의 변이라는 보도 자료에서 “법적인 절차로 명예회복을 위해 사퇴한다”면서 “한국관광공사 수장으로서 관광산업, 그리고 조직을 위해 이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힌 상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성접대 파문이 비단 이 전 사장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로 외국인 대상 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외국인 영주권을 갖고 국내에 장기 체류 중인 해외 동포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유흥업소에서 성접대까지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GKL이 고객 유치 비용으로 1인당 54만7000원을 사용한 반면, PR여권 소지자들에게는 1인당 114만 원의 고객유치비용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PR여권이란 외국 영주권을 가진 해외 동포들이 국내에서 기간 제한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외교통상부에서 발급하는 여권을 뜻한다. 또 GKL의 VIP 고객 중 PR여권 소지 해외 동포는 651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지난 5년 동안 GKL에서 쓴 돈은 3103억 원으로, 같은 기간 GKL 매출의 13.1%를 차지할 만큼 높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GKL이 국외 고객 유치를 위해 항공·숙박 등에 사용해야 할 고객유치비로 이들에게 유흥단란업소 접대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PR여권 고객들의 올해 유흥단란주점 출입기록을 조사한 결과 주로 강남 일대 유흥단란주점에서 26회에 걸쳐 6600만 원을 지출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꼬집었다.
VIP고객이 원할 경우 어쩔 수 없다는 GKL 측의 해명에 대해선 “실제 올해 카지노를 출입했던 한 PR여권 고객은 GKL 마케팅팀 직원이 성접대까지 해 게임을 하도록 하는 등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를 했다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면서 “매출증대를 위해 국내에 거주하는 해외 시민권자에게 유흥까지 제공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결국 관광공사는 조직을 이끄는 수장과 받쳐주는 자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성접대를 하고, 받았다는 설이 제기돼 ‘성접대 공사’라는 불명예를 떠안을 위기에 놓여 있다.
아울러 공기업 방만 경영에 빠지지 않는 비효율적인 사업들, 도덕적 해이, 정체성 혼란 등의 문제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어 아쉬움을 안겼다.
먼저 관광공사는 자립형사립고등학교와 특수목적고등학교 취학 자녀를 둔 직원들에게 일반 고등학교에 비해 최대 6배까지 많은 학자금을 전액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의무교육인 일반 중학교가 아닌 영훈국제중, 대원국제중에도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고 있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제출한 자녀 학비 지원 내역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관광공사가 일반고 자녀들에게 지원한 1인당 평균 170만 원보다 약 3배 많은 1인당 497만 원을 자사고, 특목고 취학 직원 자녀들에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굿스테이, 베네키아호텔, 창조관광 공모 사업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죽하면 이들 사업은 현재 간판만 내건 형식적인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듣고 있을 지경이다.
우수 숙박업 기준에 미달하는 업소는 전체 548개 가운데 389개로 무려 71%에 달하고, 대실영업, 폐쇄형구조 등 기준을 위배하는 업소들이 굿스테이 업소로 영업하는 행태가 매년 반복되고 있는데도 불량업소를 퇴출시키거나 우수 업소에 대한 인센티브 같은 것이 전무한 상태다. 이에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관광공사가 시행 중인 베니키아호텔 체인 사업에 2009년부터 한해 20여억 원씩 2013년까지 99억5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정작 외국인 관광객 투숙 비율은 지난해 기준 27.4%에 불과하다”고 물음표를 달았다.
이 외에는 현영희 무소속 의원은 창조관광 공모 사업화 비율이 50%에 불과해 내실 있는 상품개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정체성도 지키지 못하는 공기업”이라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관광공사가 4대강사업 홍보에 지난해보다 446% 증가한 30억 원을 지출한 반면 한류관광에는 불과 8억 원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정치권 인사의 폐해라는 비판을 또다시 받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공사의 이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소망교회를 다녔고,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한나라당 한반도대운하 홍보대사 및 대통령후보 특별보좌역을 맡은 바 있다.
또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 관광공사가 롯데, 신라 면세점과 가격 담합을 했다는 주장, 여전히 신규 채용 과정에서 장애인과 이공계 출신을 홀대하고 있다는 점 등도 문제시되고 있다.
한편 관광공사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다각도로 분석해 개선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현재 지적이 나온 사항들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다”라며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부분은 계속해서 보완책이 나올 것이다. 또 다른 문제들 역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고 고쳐 나가겠다”고 전했다.
다만 성접대 의혹 등 도덕적인 문제에 대해선 “조금 더 확인을 거쳐야 한다”며 “조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