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사장 프랑수아 프로보·;르노삼성)가 오랜만에 웃었다. 지난달 20일 오전 8시30분부터 진행한 신차 QM3 수입분 1000대의 사전 판매계약이 불과 7분 만에 완료됐다. 최근 2년간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르노삼성이 인정받지 못한 터라 이번 사전 계약 성공은 르노삼성 매출과 인지도 향상에 큰 단비가 됐다. 이번 성공의 숨은 주역이 수입차 달인 박동훈 부사장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진가가 또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 단비도 잠시. 예약분 1000대를 제외하고는 앞으로 3개월가량 물량을 공급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매고객들 사이에 “반짝특수가 될 것”이란 주장이 퍼지고 있다. 게다가 경영진의 소극적 판단이 이번 ‘잭팟’을 조기에 붕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르노삼성의 앞날을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사전예약 1000대 7분 만에 매진…2차 출시 내년 3월 예고
유통 마진 줄여 차량원가 낮춰…인기 계속되면 회사는 손해
이번에 출시된 QM3는 르노 그룹이 스페인에서 생산해 전량 수입하는 차량이다. 유럽에선 ‘캡처’라는 이름으로 인기몰이 중인 차량으로 국내에 들여오면서 엠블럼만 바꿔 판매한다.
그 인기를 실감이라도 하듯 사전계약 시작과 동시에 물량 1000대가 다 판매됐고, 이날 신청한 인원이 2800여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대로라면 내년 판매량도 부쩍 늘 것이고 수익도 개선될 판이었다.
그러나 절박함에 내놓은 차의 급한 결정이 오히려 급체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사전 판매 예약분 1000대를 12월 중순 두 차례에 걸쳐 구매자에게 전달하면 나머지 물량은 내년 3월에나 소비자 품에 안기게 된다.
스페인 공장이 연말연시 휴가를 마치고 본격 가동해 물량이 확보되는 시기가 이르면 내년 3월이어서 이때가 되어야만 수입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객들이 4개월 여간의 제품 출고를 기다리기는 만무할 터. 택배도 하루 이틀 오지 않으면 불편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소비자들이 고가의 차량을 무턱대고 기다리진 않는다는 것이다. 경쟁차 업체의 신차 출시도 이어지고 있어 경쟁력이 우수하다 해도 QM3를 고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QM3 얇은 마니아층
내년 출시까지 기다릴까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QM 3의 경우 경쟁 모델이 많아 출고가 늦어질 경우 사전 계약분이 판매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캡처 역시 유럽에서 물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국내 물량 수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흥행은 달갑지만 값이 싼 차는 이윤이 적어 르노 측은 오히려 매출 면에서 부담스럽다.
외국에서 전량 수입해 딜러 마진을 없애 차 값을 내렸다지만 르노삼성은 판매망뿐만 아니라 신차개발, 서비스망운영을 비롯한 자동차 생산 공정까지 운영해야 한다. 이번 QM3와 같은 ‘수입차’의 흥행이 계속된다면 회사는 오히려 더 어려워질 뿐이다.
이미 자동차업계에선 “여러 정황으로 미뤄 QM3의 인기와 물량난이 예고된 상황에서 경영진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실기(失機)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경우 현재 가동률이 50%대인 점을 감안하면 QM3 생산 여력이 충분한데, 이를 살리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부산공장은 여러 모델이 한 라인에서 만들어지는 혼류생산 방식이어서 QM3 생산을 위해 별도 라인을 추가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일본에 판매하는 차량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공정을 쉽게 바꾸지도 못한다.
여기에 프로보 사장 등 르노삼성 경영진이 QM3의 국내 생산 여부에 대해 “국내시장에서 가능성을 먼저 확인한 뒤 생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소극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수입차 달인 박동훈 부사장의 명성에도 흠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로 잔뼈가 굵은 박 부사장이 지난 9월 르노삼성으로 자리를 옮긴 후 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은 지난 8년간 폭스바겐의 골프를 정상의 반열에 오르게 한 인물이지만 반짝인기에서 끝난다면 그 책임이 경영진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어떤 회사?
르노삼성차는 (Renault Samsu ng Motors, 구 삼성자동차)는 삼성그룹의 자동차 사업 진출과 함께 삼성자동차로 1995년에 출발했다. 1998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일본 닛산과 기술제휴를 맺고, 닛산의 자동차 공장 설비 및 자동차 부품을 수입, 조립 판매해 1998년부터 르노삼성 SM5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와는 별도로 트럭을 생산했던 삼성상용차라는 법인도 있었다. 삼성상용차는 설립 초기에 대형 트럭을 생산했다. 대구광역시 성서산업단지 내 공장에서 1998년에 야무진 SV110이라는 모델의 1톤 트럭을 생산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에 따른 경영난으로 가동이 어려웠으나 삼성자동차의 조기 가동을 바라는 부산 시민들의 염원에 힘입어 원천 기술을 가진 닛산 자동차를 인수한 프랑스 르노에 매각됐다. 상황이 더 안 좋았던 삼성상용차는 시장에서 퇴출됐다. 대구광역시에 설치된 공장 설비는 베트남에 매각됐다.
2000년 르노가 지분 80.1%를 인수해 르노삼성자동차로 사명을 변경했다. 삼성카드는 나머지 지분 19.9%를 갖고 있으며, 삼성 브랜드를 임차해주는 대신에 영업이익이 발생할 경우 매출의 0.8%를 로열티로 받고 있다.
<범>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