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회장 겸 대한축구협회장이 잦은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터졌다 하면 대형 악재로 이어져 정 회장의 조직 장악력에 적신호가 켜진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될 정도다. 다만 일련의 일들이 정 회장 본인이 직접 개입된 일이 아니어서 개인으로선 억울한 면도 일부 있겠지만 현산과 축구협회를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통감해야 할 부분이라는 게 주변의 중론이다. 일각에선 “이럴 바엔 한 가지에만 집중해 한우물을 파라”라는 질타도 쏟아지고 있다.
축구협회 행정 낙제점에 헬기 사고 책임론까지
개인비리 연루 사실 없지만 총괄책임론 탓에 ‘울상’
정 회장은 재계에서 젊은 CEO에 속한다. 1962년생으로 올해 51세다.
현대가(家)에 태어나 현산을 이끌고 있으며 지난 3월 대한축구협회장에 당선돼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도 살아가고 있다. 그가 축구협회에 당선될때만 해도 그에게 기대하는 바는 컸다. 재력가인 데다 젊어 구태의연한 축구협회의 새 등불이 되어 달라고 희망하는 원로도 많았다.
정 회장도 축구협회장 취임사에서 “더 투명하고 개방적이며 변화하는 축구협회가 될 것”이라며 “모두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얘기하는 오늘이지만, 어두운 과거도 뒤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분열된 축구계 통합에 신경 쓰겠다는 포부였다.
또한 전임자인 ‘조중연 체제’에서 불거졌던 비리와 횡령 등 한국 축구계를 강타한 축구협회의 태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직원 A씨가 2009년부터 2010년에 걸쳐 체육진흥투표권 지원금을 안마시술소 출입과 전자오락기기 구매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이 사실은 지난 4월 체육진흥시책 추진실태 감사에 걸렸다. 축구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시에 따라 횡령 금액을 환수하고 해당 직원을 권고사직 조치하는 것으로 일단락지었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대전에서 열린 심판 체력테스트에서는 부정행위가 벌어진 정황이 뒤늦게 알려져 특별 징계위원회 차원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9월에는 현역 심판이 한국 축구의 요람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교육 도중 밤에 몰래 나가 술을 마시고 들어와 고성방가 등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이 심판은 이 일로 심판계를 완전히 떠나야 했다.
전임 집행부 당시 불거진 불미스러운 일을 수습하기도 벅차다. 특히 거액을 주고 비리 직원의 입을 막은 사건과 관련해서는 누리꾼들의 질타가 현 집행부에도 이어진다.
건설명가 현산, 기업 위태로워
설상가상 현산의 문제도 정 회장의 심기를 건드린다. 엉뚱하게도 지난달 발생한 LG헬기 추락사고와 관련한 불똥이 현산으로 튀었다. 사고가 발생한 건물의 시공사가 현산이고, 고광도 항공등을 설치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현산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150m가 넘는 고층건물의 경우 고광도 등 설치가 의무화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건물이 저·중광도 등만 설치돼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현산 관계자는 “강남구청 가이드라인에 따라 설치 의무가 없다는 조언에 따라 등을 설치한 것이다”라며 억울해했다. 하지만 싸늘한 시선은 현산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질타로 이어졌고, 당일 시공책임자로 현장을 찾은 정 회장의 행보도 빛을 발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현산이 4대강 사업의 전초전으로 알려진 경인운하사업에서 수천억 원대의 부당이익을 챙긴 의혹까지 받고 있다.
문병호 민주당 의원(국토교통위원회)은 2004∼2009년에 건설된 서울∼춘천고속도로 건설공사 총 도급액 1조3097억 원 중 하도급액은 59.5%인 7797억 원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1대주주인 현산 등 6개 건설사 컨소시엄이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하도급액을 뺀 5300억 원을 챙겼다고 주장한다.
금융비용, 일반관리비 등 제비용과 이익을 도급액의 최대 20%(2619억 원)까지 인정해도 원도급사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2681억 원이라는 지적이다.
문 의원은 “현산 등 건설사들은 부당이득을 반환하고 비싼 통행료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련의 악재들이 정 회장을 옥죄고 있어 그가 어떻게 이 악재들을 헤쳐 나아갈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