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권 옹호 앞장서는 시민단체 지원…논란 가중
한숨만 늘어난 자영업자들과 상반된 모습 씁쓸
실내금연법이 시행된 후 흡연과 관련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담배회사 KT&G가 사옥 내에서 실내 흡연을 지속하다 논란이 됐다. 서울 대치동의 본사 사옥에서 버젓이 흡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달 26일 [일요서울]이 KT&G 대치동 사옥을 방문했을 때에는 실내 흡연으로 한차례 논란이 일어난 것을 의식한 탓인지 건물 내부와 외부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한 매체가 보도한 영상에 따르면 KT&G 직원들은 담배를 피우면서 회의를 하기도 했고, 그간의 시간을 보여주듯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담겨 있었다.
심지어 임산부가 있을 때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어 더욱 큰 충격을 안겨줬다. 회의시간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직원들 대부분이 금연구역인 것을 알면서도 담배회사라는 이유로 묵인하고 있었다.
KT&G 관계자 역시 “금연구역인 것을 알지만 옛날부터 그랬으니까 그러려니 하며 감수하는 것 같다”며 사실상 건물 내 흡연을 인정했다.
본사를 제외한 지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한 관계자는 “지점장 허락 하에 흡연이 가능하면 회의를 하면서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며 “실외에서 흡연을 할 때도 있지만 회의시간 등 지점장의 발언에 따라 실내 흡연을 하기도 해 무조건적인 금연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다른 지점들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물 내 흡연은 엄연한 불법이다. 1000㎡ 이상의 사무실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이를 어기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를 단속하는 담당 구청은 “민원이 없으면 단속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강남구에 위치한 수많은 사무실을 무작위로 갈 수가 없다”면서 “사무실에서 흡연을 했다는 얘기도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KT&G는 실질적으로 담배회사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한국담배소비자협회에 수년간 사무실 임대 및 관리비와 직원 월급, 차량 유지비 등을 포함해 월 2500~3000만 원씩, 4억 원 이상의 운영비를 지원한 의혹까지 받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
KT&G는 1998년 BAT코리아와 한국필립모리스, JTI코리아 등 국내 4개 담배제조·판매사와 함께 사단법인인 담배협회를 결성했다.
KT&G는 담배협회를 통해 한국담배소비자협회의 운영비를 지원했고 그 액수는 협회 운영비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한국담배소비자협회가 담배협회와 용역 계약을 체결해 흡연권 옹호 사업을 추진하며 실질적인 담배회사 대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담배산업과 관련해 ‘국민건강증진법’과 ‘소년보호법’ 등에 의거해 담배회사의 제품 광고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제품 광고가 불가하다 보니 제품에 관련된 문제가 제기되는 기사가 나면 오히려 광고가 됐다고 좋아할 때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때문에 직접적인 여론몰이와 흡연규제 반대 운동을 할 수 없는 KT&G가 시민단체를 끌어들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비영리 시민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결성 당시부터 KT&G 임직원이 주요 인사로 참여해 시민단체로서의 성격에 적절치 않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 같은 논란들에 KT&G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다른 담배 회사와 마찬가지로 담배협회 운영을 위한 회비 납부는 있었지만 협회를 통해 한국담배소비자협회에 지금한 돈은 없다”면서 “지원금이 아닌, 용역사업을 발주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담배소비자협회를 활용해 마케팅을 한 바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실내 흡연 논란에 대해서는 “흡연 공간을 마련해 흡연자들이 이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흡연자들이 흡연실을 이용하고 있다”면서도 “만약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어 피해를 주고 있다면 이를 적극 조치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흡연실 이용을 권장하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담배소비자협회 역시 “전국의 회원들이 십시일반 납부한 회비로 운영하는 단체”라면서 “KT&G의 영향을 받아 운영된다는 것은 음해성 주장”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비영리 시민단체의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이은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비흡연자들은 “담배 회사라 임산부 앞에서도 흡연이 허용된다면 주류 회사들은 모두 술을 마시며 일을 해도 된다는 말인가”라며 실내 흡연 실태에 분개했다.
무관심 대신 올바른
흡연문화 앞장서야
반면 흡연자들과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정책에서 흡연자들을 위한 배려는 없다”며 “현실과 괴리가 크다 보니 KT&G 실내 흡연 논란 등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실내 흡연이 정부 정책에 따른 부작용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부의 금연정책이 실행된 후 PC방과 술집 등 흡연 제한구역이 늘면서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하락했다.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실내 흡연 가능 유무 때문에 손님이 줄었다”며 “앞의 가게와 같은 메뉴와 운영 방식으로 가게를 열고 있는데도 흡연 규제에 해당하지 않는 규모의 앞 가게 앞에서만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땐 정말 속상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자영업자들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 업주의 59.3%가 실내 흡연 규제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평균 매출 감소폭은 17.6%였다. PC방 업주들도 마찬가지였다. 실내 흡연이 금지되자 오히려 길거리 흡연이 증가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무조건적인 규제보다 흡연 지정 구역이 필요하며 담배 제조·판매 회사인 KT&G도 건전한 흡연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