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글로벌 이슈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연임은 이례적으로 안보리 이사국 15개국과 유엔 전 회원국을 대표하는 5개 지역그룹 의장 등 20개국의 공동 제안으로 이뤄져, 사실상 192개 회원국 전체의 추천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이러한 연유로 반 총장은 지난해 10월 제11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서울평화상 선정위원회에 의하면 반 총장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 지속 가능한 발전, 개도국의 빈곤퇴치와 보건 및 교육, 여성과 아동의 인권신장 등 범 세계적인 문제와 관련된 주요 의제를 설정하고 이를 성실하게 추진하여 큰 진전을 이뤄 인류복지 향상에 기여한 공로”라고 했다.
리더십은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들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성과를 창출하는 통솔력을 말한다. 앨런 케이스에 따르면 “리더십은 궁극적으로 대단한 일을 일으키는 데에 사람들이 공헌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만들어내는데 대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사전적 의미에서 리더는 조직이나 단체 따위에서 전체를 이끌어 가는 위치에 있는 사람 및 지도자로, 지도자로서의 능력, 지도력, 통솔력 등으로 순화한 말이다.
먼저 참된 리더가 되려면 자기 자신을 평가할 줄 알아야한다. 자신의 역량을 모르는 자가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능한 리더가 자신을 망각한 채 무소불위(無所不爲)한 행동을 한다면 상상을 초월한 불행의 결과를 낳는다.
이에 따라 유엔사무총장(United Nations Secretary General)은 각국의 이해를 조정하는 최고위 다자(多者)외교관인 동시에, 세계의 빈곤과 약자들의 이해를 보호하는 대변인이기도 하다. 그 직위에는 ‘세계 대통령’, ‘세계 최고 외교관’, 지구촌 재상(宰相) 등의 별칭이 줄곧 따라 다닌다.
유엔사무총장은 4만여명의 인사권과 50여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 집행권을 가진다. 따라서 유엔사무총장은 유엔총회를 비롯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 모든 회의에 사무국 수장 자격으로 참석하며, 국제 분쟁 예방을 위한 조정과 중재 역할에 독자적인 정치력을 사용할 수 있다.
전쟁 및 평화유지, 테러, 빈곤과 남북격차, 기후변화, 에너지문제, 자연재해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적 문제와 국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만큼 임기 2기를 맞은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 필리핀 중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슈퍼 태풍 하이옌(Haiyan)에 대한 재난극복 등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글로벌 이슈들에 대하여 항상 긴장하고 있다.
반 총장의 첫 임기는 순탄치 않았다. 임기 초 비효율적이고 관료적인 유엔 내부개혁을 실시하자, 유엔 내부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유엔역사상 맨 처음 스스로 재산을 공개하면서 유엔 사무차장보 이상의 고위직에게 재산을 공개토록 하였다. 고위직들의 업적평가를 통해 생산성향상을 도모한 반면 현장과 본부 직원 간에 인사이동도 시행했다.
반 총장에 대한 오해와 진실
초기에 서구 언론들은 전임자였던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에 비해 ‘너무 조용하다’,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라며 리더십을 문제 삼았다. 2009년 여름에는 모나 율 유엔 주재 노르웨이 차석대사가 본국 정부에 보낸 보고서에서 “매력 없고 줏대없는 남자”, “카리스마가 부족한 방관자”라고 반 총장을 비난한 사실이 서방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한편, 유엔사무국 감사실(OIOS) 책임자는 “반 총장이 이끄는 유엔이 투명성을 잃었고 책임감도 없다”는 내용의 메모를 미국의 한 언론에 흘려 반 총장을 흔들었다.
리더십은 리더십 자질(Trait theory)이나 강력한 카리스마(Charisma)와는 관계가 적다. 리더십의 본질은 하나의 수단이어서 어떤 목적을 위한 리더십인가 하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로 리더십 행사에 따른 성과에 달려 있다.
금세기 카리스마적인 지도자로 알려진 스탈린, 히틀러, 마오쩌둥보다 더 악명 높은 지도자는 없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이에 반해 아이젠하워, 조지 마셜, 트루먼, 서독의 아데나워(Konrad Adenauer) 총리 등은 탁월한 지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적인 지도자라고 하지 않는다. 강력한 카리스마는 지도자들로 하여금 융통성 없는 존재로 만들며, 자신을 오류에 빠지게 한다.
신뢰가 없으면 국제 사회에서 존립이 불가능하다. 효과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신뢰라는 것은 리더가 언행을 일치하고 있다는 데 대한 확신이다. 그것은 성실과 정직(Integrity)이라는 것에 대한 믿음이다. 리더의 행동 그리고 그가 공언한 신념들은 서로 일치되어야만 한다.
정치나 개인의 관계에서 믿음과 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표현이 쓰이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에 실린 공자(孔子)의 말에서 비롯되었다. 자공(子貢)이 정치(政治)에 관해 묻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民信)”라고 대답하였다. 공자는 “예로부터 사람은 다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했다.
취임 초기 그의 리더십에 대한 비난이 쏟아짐에도 반 총장은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초지일관 바꾸지 않았다. 그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와 조용히 무대 뒤에서 처리해야 할 때를 구분해야 한다는 소신을 밀고 나갔다”고 했다. 강한 목소리를 내야하는 민주주의·여성 등 보편적 가치와 기후 변화 등 지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양보 할 수 없었으며, 이해관계가 얽힌 지역 분쟁 이슈에서는 정직한 중개자의 입장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도력(리더십)을 발휘한 인물이라면 세계적으로는 알렉산더, 나폴레옹, 징키스칸 등 같은 영웅들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을지문덕, 이순신 같은 분이 있다. 이들은 하나 같이 병사들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으며 병사들도 리더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있어 커다란 업적을 쌓을 수 있었다. 반 총장이 보여주는 “인(仁)’의 리더십은 이미 세계적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