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회장 해외 자금 배후 수상한 권력의 그림자
현 회장 해외 자금 배후 수상한 권력의 그림자
  • 오병호 프리랜서
  • 입력 2013-11-26 10:28
  • 승인 2013.11.26 10:28
  • 호수 102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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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 추가 비리 의혹 수면 위로

[일요서울ㅣ오병호 프리랜서] 동양그룹에 대한 강도 높은 검찰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동양그룹의 추가 비리 의혹이 잇따라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검찰 주변에서는 동양그룹 수사와 관련해 서울지방국세청이 동양그룹의 비리를 찾아내고도 묵과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이 2009년 2월과 11월 두 차례의 동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7000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과거 검찰이 동양그룹을 조사한 세무공무원을 오히려 피의자로 둔갑시켜 동양그룹의 비리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국세청이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동양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통해 동양그룹 계열사의 비자금조성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비자금 등 총 7000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 조성 및 탈세 혐의를 포착했으나, 국세청 고위직이 무마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최근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또 동양그룹 세무조사 과정에서 여러 압력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검찰은 동양그룹 세무조사와 관련해 봐주기 의혹 등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동양그룹의 봐주기 의혹과 관련해 정권 실세 또는 정치권 인사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다양한 수사계획을 세우고 있다.
당시 세무조사를 진행한 곳은 서울청 조사4국으로, 당시 조사4국장은 얼마 전 CJ그룹 뇌물수수 의혹으로 사임한 인물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세청과 더불어 동양그룹의 비리를 은폐하는 데 힘을 보탰던 검찰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들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검찰의 동양그룹 봐주기 의혹 조사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검찰은 동양그룹의 사기성 회사채·기업어음(CP) 발행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동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자료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세무조사 자료 확보해 분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10월 25일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동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자료를 제출받아 현재까지 조사 중이다.
국세청은 2009〜2010년 동양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동양그룹의 주식이동 실태 등을 파악했다. 당시 국세청은 동양그룹에 대해 변칙 증여 여부와 계열사 부당내부거래를 통한 세금탈루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확보한 세무조사 자료를 분석한 뒤 그동안의 동양그룹 재무 상태 및 회계 상황을 파악하고 계열사 간 의심 거래 단서를 추적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10월 15일 동양그룹 주력사인 ㈜동양과 동양증권, 동양네트웍스, 동양파이낸셜대부, 동양시멘트 등 계열사 10여 곳과 현재현 회장 등 경영진 3〜4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동양그룹은 계열사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회사채와 CP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현 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 등 우량계열사에 불필요한 법정관리를 신청케 하고, 법정관리 신청 직전 계열사가 부실계열사를 부당 지원케 했다는 의혹도 살피고 있다. 또 오너 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현 회장의 장남이 대표로 있는 동양네트웍스로 자산이 집중토록 했다는 의혹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동양 사태와 관련해 그룹 계열사 간의 불법 자금거래가 발견됐다며 그룹 오너의 배임 의혹 등과 관련해 동양그룹 현 회장을 검찰에 사실상 수사 의뢰했다.
또 검찰은 현 회장 조사에 앞서 계열사 임직원 등 관계자를 소환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동양파이낸셜대부의 대표 김성대(49)씨와 전 대표인 김모(52·현 동양자산운용 대표)씨를 불러 부실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 의혹을 추궁한 바 있는 검찰은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계열사 동양인터내셔널의 손태구 현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손 대표는 동양그룹이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한 이후인 지난달 이상화 전 대표에 이어 대표직에 올랐다. 법원이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한 이후에도 관리인으로 선임돼 동양인터내셔널의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검찰은 김성대 대표에 이어 2011년 동양그룹이 매각한 동양생명의 구한서 대표, 동양증권의 사업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전무급 임원 2명과 지주사 임원도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동양그룹과 계열사들의 운영 및 재정상태, 계열사 간 자금거래 현황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동양그룹이 지주사와 주력계열사 동양시멘트 등에 대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까지의 의사결정 과정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동양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 이후 계열사의 전현직 대표, 임직원들에 대해 소환조사를 진행 중이다. 아랫선의 기초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혐의를 추려낸 뒤 오너 일가에 대한 본격 수사를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은 지난 9월 말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앞서 1조5000억 원대 CP와 회사채 등 무담보 채권을 발행했다. 이들 대부분은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시멘트 등의 잇따른 회생절차 신청으로 원금 보장이 불투명한 상태다.
박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국세청 직원이 2011년 3월 검찰과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낸 진정서를 토대로 “국세청의 동양그룹 조사에 석연치 않는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수상한 국세청 수사의 배후

박 의원은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작성한 동양 관련 세무조사 진행보고 문건도 공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진정서에는 당시 ‘국세청 고위 관계자가 그룹의 부당행위를 적발하고도 추징하지 않았다’고 돼 있으며, 조사반장으로부터 ‘조사1국에서 동양캐피탈 세무조사 당시 이 건을 척출했으나 국장의 지시로 과세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 의원은 “진정서에 언급된 인물은 얼마 전 CJ 비자금 문제로 불명예 퇴진한 송광조 전 서울국세청장”이라면서 “당시 국세청이 이 사건을 축소하고 직무를 유기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서울국세청 조사4국의 보고 문건에 따르면 두 차례 조사에서 드러난 동양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탈루 규모는 ▲해외 자회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2334억 원 ▲해외투자 손실 규모 3900억 원 ▲업무와 무관한 가지급금 및 인정 이자 ▲ABS임차료 부당행위계산부인 313억 원 ▲미국계 펀드 PK1, PK2로의 이자 과다 유출 등 총 6936억 원이다.
박 의원은 특히 “이중 동양이 필리핀ㆍ대만의 시멘트 회사와 금광 개발에 3900억 원을 투자했다가 손실 처리한 것은 전형적인 역외탈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세청은 동양그룹 계열사 3곳을 동시 조사해 동양의 해외투자로 인한 손실 규모가 39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세청 내부 문건에 따르면 국세청은 4년 전 동양그룹이 23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해 심층 세무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은 2009년 11월 말부터 3개월간 심층 세무조사를 벌여 ㈜동양의 전신인 동양메이저가 해외 자회사를 이용해 2,334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부당합병으로 금융계열사에 2,210억원을 부당 지원했다는 혐의 등을 포착했다.
국세청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허위 기부금 영수증으로 60억 원의 부당공제를 받았다는 혐의까지 파악했다. 아울러 동양이 주식 스와프 거래 등을 통해 조성하고 사용한 비자금이 25억 원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도 조세범칙 사건으로 다루지 않았고 검찰에 고발하지도 않았다. 국세청은 당시 동양메이저에 150억원대, 동양인터내셔널에 1000만 원 가량의 추징금을 부과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억울한 세무공무원의 탄원

박 의원 측은 “서울청은 7000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조성 사건을 조세범칙사건으로 전환하고 검찰에 고발하기 위해 열어야 할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조차 상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고발도 하지 않았던 국세청은 문제점을 들추는 박 의원 측에 “당시 합당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배경에는 ‘압력’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동양그룹은 2004년 홍콩에 동양홍콩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2년 사이 중국, 필리핀, 대만, 북한 등에 시멘트 광산 등을 매입한다는 명목으로 4000억 원을 투자했다. 국세청 조사에 의하면 이 회사는 100% 동양그룹의 자회사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동양홍콩 측은 2005년 투자한 지 1년 4개월 만에 갑자기 투자자금 전액을 손실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당시 국세청은 이 자금을 현 회장이 해외에 은닉하기 위해 투자금 명목으로 빼돌린 자금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다. 당시 국세청 직원들은 동양그룹의 자금 빼돌리기 작업이 이전부터 계속돼 왔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수상한 점은 이뿐만 아니다. 동양홍콩은 홍콩, 유럽 등 국가로부터 수천억 원의 자금을 차입하고, 그 차입금의 이자 명목으로 연 650억 원씩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내 이율은 5.08%로 동양그룹은 국내에서 더 싸게 이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연리 11%의 비싼 이자를 지급하면서 해외에서 돈을 차입해 의심을 키우고 있다.
현 회장의 기부금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동양그룹은 현 회장은 S사찰에 2007~2008년에 약 100억 원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특히 이 기부금은 법인이 기부한 것으로 세금공제까지 받았다고 한다.
국세청뿐만 아니라 검찰도 동양그룹의 범죄를 비호한 정황이 있다.
국세청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이 동양그룹의 비리의혹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한 국세청공무원을 오히려 피의자로 몰아 신문조서를 받는 등 동양그룹의 비리를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공무원에게 무고죄를 적용해 기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사실상 협박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09년 동양그룹 당시 본청 조사4국에 근무하던 직원 A씨는 이 같은 내용을 감사원 등에 진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동양그룹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상부와 마찰을 빚었는데, A씨가 동양그룹의 엄청난 비리에 대해 철저하게 세무조사를 실시해야 하고 검찰에 반드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반해 상부에서는 조사를 축소하려 했기 때문이다.
A씨가 수긍하지 않고 계속 문제를 삼자 국세청은 A씨를 한 달간 미국으로 강제출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졸지에 부인이 출산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미국으로 쫓겨났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A씨가 출장에서 돌아온 이후에 발생했다. 그가 미국에서 돌아오자 동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는 이미 마무리된 상태였다. 그리고 A씨는 춘천세무서로 대기발령이 났다. 동양그룹을 봐주지 않고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항명한 대가였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의 명예를 되찾아야겠다고 마음먹고 2011년 3월 권익위에 진정을 했고 해당 사건은 북부지검에서 맡게 됐다. 하지만 A씨에게 ‘정의’는 잡을 수 없는 무지개 같았다. 검찰은 조사과정에서 진정서를 낸 A씨를 무고혐의로 엮었고 A씨는 6회에 걸쳐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아야 했다.
A씨 측에 따르면 검찰은 “이런 식으로 하면 당신 구속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며 마치 구속시킬 것처럼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 “왜 무고를 했느냐”며 다그쳤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말하자면 A씨는 검찰로부터 진정한 내용에 대해 더는 문제 삼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을 받았다는 것이다.
결국 본 사건은 내사종결처리 되었지만 A씨의 무고혐의 여부에 대해 검찰은 아직 A씨에게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현재현 회장이 검사출신이다 보니 동양그룹이 보험 차원에서 검찰 내부에 삼성장학생처럼 ‘동양장학생그룹’을 심어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오병호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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