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나만의 공간 … 때론 둘이서
‘뜨거운’ 나만의 공간 … 때론 둘이서
  • 이수향 
  • 입력 2005-01-13 09:00
  • 승인 2005.01.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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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PC방’인 성인PC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성인만의 자유로운 놀이공간’이라는 초기의 취지에서 벗어나 신종 퇴폐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는 조짐이다. 일부 성인PC방에서는 PC방의 기능뿐 아니라 전화방과 화상폰팅방 등의 기능이 추가되어 퇴폐영업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업소들은 칸막이를 설치하는 대신 독립적인 밀실방을 만들어 놓고 영업을 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은밀한 성매매가 이뤄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퇴폐업소로 변질될 위기에 처한 성인PC방의 실태를 취재했다.

서울 동대문구 XX동 인근. 소규모의 클럽들과 술집들이 밀집해 있는 가운데 간간이 ‘성인전용 PC방’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5일 오후, 동대문구에 위치한 낡은 건물 지하에 위치한 성인 PC방을 찾았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한 사람이 겨우 움직일 정도로 좁고 가파르다. PC방 출입문에는 ‘미성년자 출입금지’라는 경고문구가 붙어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잘못 들어왔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뻥 뚫린 공간에 컴퓨터가 놓인 책상이 일렬로 붙어있는 일반 PC방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컴퓨터로 야한 동영상이나 도박을 즐기는 성인들이 모인 곳이겠거니’하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예상외의 모습에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소 어두운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카운터다. 그러나 손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성인 PC방의 경우 일반 PC방과는 달리 칸막이로 분리된 개별 방에서 용무(?)를 보기 때문이다.

카운터를 중심으로 양측으로 늘어서 있는 방들은 대략 20여개. 각각 성인남성 키 높이의 칸막이로 분리된 채 좁은 통로를 마주하고 붙어있었다. PC방이라기보다는 마치 초기의 비디오방 형태에 가까웠다. 각 방마다 환풍기가 요란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사무실은 담배연기로 자욱했다.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던 아르바이트생이 기자를 한쪽 방으로 안내했다. ‘드르륵’소리와 함께 칸막이를 걷어내자 1평 가량의 방이 나왔다. 컴퓨터와 레자 소재로 된 커다란 ‘회장님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책상위에는 재떨이와 두루마리 화장지, 티슈가 놓여있고 한쪽에는 호출기와 커다란 거울이 비치되어 있다. 벽면에는 각종 음란한 낙서들과 전화번호들로 가득했다. 최신 인기 동영상 리스트가 적힌 종이도 벽 한켠을 장식했다. 아르바이트생은 비밀번호를 직접 눌러준 뒤 재빨리 나가버렸다.

포르노 삼매경
잠시후 일반 인터넷 화면이던 컴퓨터는 갑자기 낯뜨거운 화면으로 가득 채워졌다. 컴퓨터에는 각종 동영상 파일들이 다운로드 되어 있고 성인화상채팅방과 성인사이트 등이 모두 링크되어 있어 각종 음란물과 동영상 천지였다. 컴퓨터를 통해 펼쳐지는 화면들은 상상을 초월했다. 원래 성인 PC방은 성인 사이트를 관람하거나 에로비디오나 포르노 동영상 등을 시청할 수 있게 하는 업소였다. 그러나 최근 성인PC방에서 제공하는 성인 콘텐츠는 국내 정서로 허용할 수 있는 수위를 이미 넘어선 듯 보였다.실제로 기자가 방문한 성인PC방에서는 ‘여대 화장실 몰카’, ‘여고생 자위’, ‘3S 실제동영상’, ‘원조 교제 몰카’, ‘부부 스와핑’ 등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제목만 확인하기도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양이었다. 특히 게이나 레즈비언의 정사장면이나 집단 성교장면, SM과 같은 가학성 정사장면, 근친상간을 담은 동영상도 이곳에서는 당연히 제공되는 서비스였다. 또 ‘X양 비디오’와 같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명 연예인의 비디오 시리즈도 쉽게 눈에 띄었다.

헤드셋을 썼지만 칸막이를 넘어 다른 방에서 음란한 소리가 전해졌다. 간혹 욕설이 섞인 농담들을 주고 받으며 낄낄거리는 앳된 목소리도 들렸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열리고 닫히는 칸막이 소리가 반복되는 것으로 보아 손님이 상당히 많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일한지 석달 됐다는 아르바이트생 박길상(26·가명)씨는 주 이용층에 대해 “주로 20~30대 직장인 남성들이지만 40대들도 온다”며 “점심시간에는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손님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성인PC방 1시간당 가격은 5,000원. 일반 PC방이 보통 1,000원 정도인 것과 비교해볼 때 상당히 높은 가격이다. 그러나 박씨는 “여기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일반 성인 사이트와 질이 다르다”고 단언했다. “국내의 어설프고 조잡한 포르노 수준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이 박씨의 말이다. 그는 현란하고 자극적인 광고에 현혹되어 정작 몇 만원씩 하는 유료사이트에 가입한 많은 남성들이 막상 보면 ‘속았다’는 느낌을 받기 마련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말 그대로 ‘5,000원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접속이 금지된 사이트는 기본이고 온갖 희귀한 동영상 자료와 최신 인기 동영상들까지 총망라되어 있다는 것. 그는 “개인의 취향에 맞는 동영상들을 일일이 찾아서 본다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며“성인PC방에서는 모든 유료 동영상을 마음껏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쉽게 구할 수 없는 자료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초기의 성인PC방은 인터넷 성인방송과 제휴해 돈을 받고 방송을 제공해주는 수준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좀더 자극적이고 강렬한 자료들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따라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소재의 동영상이 거의 필수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씨는 “웬만한 것들은 시시해하기 때문에 좀 더 자극적인 내용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며 “손님들 중에는 연예인 비디오만 찾는 부류, 피학적인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SM 동영상을 즐기는 부류, 동성애 장면이나 어린 소녀와의 성교장면을 선호하는 부류, 근친상간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찾는 부류 등 무척 다양하다”고 전했다. 일일이 칸막이를 쳐서 구분시켜 놓은 이유에 대해 그는 “정말 이유를 몰라서 묻는거냐”고 되물으며 한참을 웃었다. “간단히 말해 ‘프라이버시 보호차원”이라고 설명한 박씨는 “일반 PC방처럼 개방형의 구조를 갖출 경우 장사가 될 리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칸막이가 없을 경우 주위에 신경쓰느라 제대로 볼 거 다보고 갈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폰팅방 기능 추가된 밀실영업
잠시 후 그는 “솔직히 여기는 시설이 무척 후진 곳”이라 넌즈시 말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에는 칸막이로 공간 구분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밀실 구조로 영업을 하는 성인PC방도 있다는 것이다. <사진2>이곳의 경우 헤드폰을 써도 옆방의 소리가 조금씩 들리는 것에 반해 밀실형 영업장은 시각적으로는 물론 청각적으로도 완전히 차단된 독립 공간이다. 그는 과거에 신촌 대학가에 침대를 갖춘 비디오방이 등장해 화제를 뿌렸던 것을 예로 들면서 “최근에는 PC방에도 2인용 침대를 갖춰놓은 곳이 등장했다”고 귀띔했다.그동안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성인PC방에 과감한 커플들도 종종 찾는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는 “칸막이로 되어 있는 이곳에서 동영상을 보며 은밀한 행위를 하는 이들이 있는데 밀실의 경우 그 안에서 못할 짓이 있겠는가”라며“조만간 칸막이 형태는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씨는 잠시 뜸을 들이다 “반드시 이성끼리만 찾는 것도 아니다”면서 “종로인근에 있는 모 성인PC방에는 같은 남자끼리 와서 외국의 동성애 동영상을 보면서 직접 성교를 하고 가는 경우도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털어놨다. 옆에서 듣고 있던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 최일석(23·가명)씨는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최근 성인PC방의 실태에 대해 알려줬다. 그는 다소 조심스러운 듯 “여기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몇 번이나 강조한 뒤 “전화방, 화상폰팅방과 접합시켜 영업하는 곳도 있다”며 입을 열었다. “일부는 무늬만 PC방이지 엉뚱한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는 최씨의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말 그대로 간판만 PC방일뿐 본 영업은 따로 있다는 말이다. 업소에서 제공하는 성인물들을 보면서 외부의 아가씨와 전화 연결 및 만남이 이뤄지는 등 복합기능을 갖춘 곳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그는 “일부에서는 아가씨들과의 만남(성매매를 의미)이 이뤄지기도 하는 모양”이라며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문화부 담당자 안현구씨 “PC방 음란물 유포는 불법”
검찰과 협력 지속적 단속할 것문화관광부 게임음악산업과 안현구씨는 지난 6일 전화통화에서 “불법 성인PC방이 난립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그는 우선 “성인PC방이라는 업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PC방 업주들이 성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겠다는 취지하에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성인PC방은 신고제였으나 2002년부터 자유업으로 변경됐다. 따라서 일정 높이 이상의 칸막이를 설치할 수 없다는 식의 제재는 사라졌다. 이러한 법 개정이 불법 퇴폐 성인 PC방이 기승을 부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그러나 안씨는“PC방이 자유업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시설기준에 대한 법률적 규정은 없지만 유통관리업자 준수사항에 의해 업주들은 외부와 차단된 밀실을 만들 수 없다”며 “음란물 유포는 엄연히 처벌받을 사안”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현재 많은 성인PC방들이 영업형태나 시설면에서 불법인 것을 알고 있다”며 “검찰과 자율위원회 등과 협력하여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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