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없이 증언만으로 성추행 범 누명 “억울하다”
‘미라 손하고 지하철 타야할 판’ 우스갯소리도…
[일요서울ㅣ이지혜 기자] ‘성추행’. 다른 사람을 성적으로 희롱하거나 폭행하는 행위를 뜻한다. 또한 상대방이 수치심을 느끼는 스킨십도 성추행 영역에 속한다. 대중교통 등에서 성추행이 발생할 경우 증거가 없어 여성들이 곤란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적지는 않다. 아무 잘못 없는 남성이 여성의 주장만으로 성추행범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부딪혔을 뿐인데 자신이 여성의 가슴을 만진 ‘변태’가 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억울함을 표명해도 주변에서는 싸늘한 눈빛만이 돌아올 뿐이다. 그러다 보니 남성들 사이에서는 대중교통 이용 시 미라손(양 손을 어깨로 올리는 포즈)이나 기도손을 하고 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서울 관악구 A중학교 교사인 오모(50)씨는 학교 계단을 올라가면서 앞서 가는 이모(13)양과 친구들을 앞질러 갔다. 이양은 오씨가 앞질러 가면서 자신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만졌다며 성추행으로 고소했다.
또한 이양은 오씨가 그 전부터 상습적으로 다른 여학생들의 속옷 끈 부분을 쓰다듬거나 허벅지를 만지는 등의 행위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양의 친구들도 경찰 조사에서 “오씨가 성추행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해 오씨는 재판으로 넘겨졌다.
그러나 이양 친구들의 증언이 “직접 목격했다”에서 “이양에게 이야기를 듣고 그런 줄 알고 있었을 뿐이다”로 바뀌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이양의 진술에 착오가 있을 여지가 있고 추행 의도가 없는 신체적 접촉의 가능성이 있었을 뿐이라는 오씨의 주장이 사리에 맞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의도치 않게 신체접촉
1심 유죄, 2심선 무죄
지난해 경남 양산에서는 50대 남성 A씨가 버스 안에서 3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기소됐다. 당시 퇴근 시간이라 버스에 승객이 많았고 A씨는 피해 여성의 좌석 옆 통로에 서 있었다. 흔들리는 버스 때문에 A씨의 다리가 자신의 신체 일부에 계속 접촉되자 피해 여성은 이 장면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찍어 증거로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성추행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버스가 흔들리면서 움직일 공간이 없던 A씨가 의도치 않게 여성과 신체접촉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 인정되고 추행 목적으로 접촉을 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1월에는 60대 남성 B씨가 붐비는 지하철 역 안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피해 여성은 퇴근 시간 무렵의 서울 지하철 4호선 이수역 지하철 전동차 근처에서 누군가 자신의 엉덩이를 더듬었다고 느끼고 뒤를 돌아보니 B씨가 서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는 “B씨가 자신의 엉덩이를 만진 것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고, 바로 뒤에 서 있었다는 점만으로 범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B씨가 지압봉을 쥐고 있어 엉덩이를 만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여성 진술만으로 고소
무혐의 입증 방법 어려워
성추행의 경우 증거가 없어도 여성의 진술만으로 고소가 가능하다 보니 위 사례 같이 억울한 일을 겪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혐의 없는 성추행 고소로 시달리는 한국 남성들 보호 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와있다.
닉네임 ‘mate***’은 “성추행 범죄에서는 상대방의 정황적 진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허위 사실로 고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성적 수치심을 근거로 피해 사실을 주장하면 유죄가 성립되고, 피고된 사람은 증명할 길이 없어 무죄를 주장하기 힘들다. 또한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그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성추행 무고로부터 남성을 보호해 달라”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취재진은 20대 남성 5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들은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길거리에서도 실수로 여성과 신체적 접촉을 하게 되면 성추행 소리를 들을까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강모(26)씨는 “몇 년 전 지하철에서 실수로 앞에 서 있던 여자와 신체 접촉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지하철에는 출근하는 직장인과 대학생들로 꽉 차 있었다. 잡을 곳이 없어서 겨우 중심을 잡고 서있는데 지하철이 출발하면서 중심을 잃고 버둥거리다가 앞 사람을 건드린 것이다. 의도치 않았지만 그 여자 분은 소리를 질렀고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계속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윤모(27)씨는 흔들리는 버스에서 실수로 앞에 서 있는 여자의 엉덩이에 손등이 스쳤다가 성추행범으로 오해받고 진땀을 흘렸다고 말했다. 고의가 아니었다고 말해도 여자는 믿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도 자신을 보고 한마디씩 했다는 것이다.
윤씨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흔들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스친 것인데 그걸 변태로 몰아 가니 너무 억울했다. 특히 주변 사람들이 아무도 나를 믿어 주지 않는 것이 더 억울했다”며 “우리끼리는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미라손이나 기도손을 하고 탄 뒤 다리 힘만을 이용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소리도 한다”고 말했다.
주변 상황 고려
무조건 편들지 않아
경찰 관계자는 “흔들리는 버스나 지하철, 또는 회사 등에서 의도치 않게 신체접촉이 이뤄지는 경우는 주변 상황을 고려해 충분히 수사를 한다”며 “무조건 피해 여성의 증언만을 토대로 수사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피해를 보았으나 증거 부족과 가해 남성의 부인으로 억울한 상황에 놓이는 여성도 많다”며 “이 문제에 대해 어느 한 쪽만 억울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커플 오면 파트너 바꿔가며 성관계…‘스와핑 클럽’
인터넷을 통해 회원을 모집한 뒤 서로 상대를 바꿔가며 성관계를 맺는 변태 성행위 ‘스와핑’을 알선한 업주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업주 이모(47)씨와 실장 손모(33·여)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모씨 등은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에 ‘분당S클럽’이라는 카페를 개설하고 회원을 모집한 뒤 직접 만나 회원들끼리 성관계를 하도록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분당에 330㎡ 규모의 업소 2곳을 차려놓고 단속을 피하기 위해 ‘S건설’이라는 간판을 걸어놓았다. 또한 보안을 위해 이중문을 갖추고 카페 닉네임을 확인한 뒤 입장시켰으며 남성의 경우 20만 원, 커플은 10만 원의 입장료를 받았고 여성은 무료였다. 이들은 맥주와 기본안주를 제공하고 자유롭게 성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원하는 경우 밀실에서 여종업원과의 성관계를 알선하기도 했다.
또한 밀실 2개를 설치해 놓고 여종업원과 성관계를 갖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상대를 바꿔가면서 관계를 맺기도 했다. 해당 인터넷 카페의 회원은 2000명으로, 이 중 클럽에 출입할 수 있는 정회원은 420명이다.
경기청 김용석 상설단속반장은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김 반장은 “제보를 받고 카페를 점검해 보니 안에 밀실이 있었다. 밀실 안에서 콘돔 껍데기와 이불을 발견하고 다른 카페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며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 회원가입을 했으나 바로 예약할 수는 없었다. 댓글을 달고 일정 기간이 지나야 정회원으로 등급이 바뀔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약을 하고 다시 카페로 가 보니 홀에 남자 주인 2명과 8명 정도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 대화 내용이 그런 쪽(성적)으로 많이 흘렀고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익었다 싶으면 여자 실장이 밀실로 안내해 준다”며 “밀실로 들어가면 불이 다 꺼져 있고 사람들은 모두 옷을 벗는다. 그리고 손에 닿는 상대자와 그런 행위(성관계)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업소는 요일별로 이벤트도 진행한다. 하루는 부부 또는 연인의 스와핑, 다른 하루는 게이와 레즈비언의 스와핑, 또 하루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 등이다.
김 반장은 “변태 성행위 업소는 음지로 운영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단속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으로 파고들어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