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를 바라보는 어느 장로의 외침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바라보는 어느 장로의 외침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3-11-25 10:54
  • 승인 2013.11.25 10:54
  • 호수 1021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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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기는 목회자인가 교주인가”

‘횡령·불륜’ 의혹 불구하고 “조 목사가 최고다”
“교회 재정 결제 시스템 확립해 투명하게 운영하길”

[일요서울ㅣ이지혜 기자]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에 대한 불륜과 횡령 의혹이 제기됐다. 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 장로기도모임’에서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 목사 일가의 수백억 원 횡령을 주장한 것이다. 또한 이들은 조 목사가 그의 내연녀 정모씨의 입을 막기 위해 정씨에게 15억 원을 건넨 사실과 증거를 공개했다. 그러나 명확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조 목사와 그를 따르는 신도들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장로기도모임은 이러한 상황은 교회 재정 시스템의 불투명화와 종교적 맹신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일요서울]은 조 목사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장로모임을 만나봤다.

“조용기 목사는 성직자로서 도덕성과 윤리성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욕망을 위해 교회의 자산을 사용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적이 없다며 큰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만난 ‘교회바로세우기 장로기도모임’은 조 목사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사과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교회 재정 결제 시스템을 확립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내부적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목사가 준 15억
영수증 봐도 발뺌

장로모임에 따르면 조 목사의 불륜행각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리에서 오페라가수 정모씨를 만난 조 목사는 그녀와 내연관계를 맺게 된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온 조 목사가 더는 정씨를 만나주지 않자 정씨는 한국으로 찾아왔다. 한국에서도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정씨는 자신과 조 목사의 이야기를 담은 책 <빠리의 나비부인>을 출판했다. 이에 조 목사는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전부 구입했다고 한다. 또한 당시 장로회장이었던 이모 장로를 통해 정씨에게 15억 원을 주고 입을 막았다. 당초 정씨는 25억을 요구했다고 한다.

조 목사는 15억 원을 수표로 이 장로에게 건넸다. 이 장로는 자신의 통장에 수표를 입금하고 현금으로 바꿔 한 달에 걸쳐 3억 원과 12억 원으로 나눠 전달했다. 그리고 정씨에게 친필 영수증과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다. 또 조 목사가 입었던 옷과 반지(영적인 부부라며 반지를 나눠 꼈다고 한다)를 모두 받았다. 그렇게 이 일은 묻히는 듯했다.

그러나 조 목사의 계속된 부패를 보고 마음의 가책을 느낀 이 장로가 창고에 넣어두었던 물건을 꺼내 장로회에 넘기면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정씨에게 받았던 물건들을 가지고 이 장로와 현재 장로회장이 조 목사를 찾아갔다. “이제 그만 내려오시죠.” 그러나 조 목사는 “난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고 한다. 그리고 교회 예배시간에 조 목사가 “나는 하나님이나 성도, 담임목사가 내려오라고 하면 내려오겠지만 그 외에는 죽어야만 나가겠다”며 거절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5000억 원대 횡령
조 목사 마음대로 예산 집행

장로모임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조 목사 일가의 재정 비리 규모는 50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8년 교회에서 설립한 ‘사랑과행복나눔재단’은 조 목사 일가가 사유화했으며, 순복음선교회가 순복음교회에서 1634억 원을 빌려 지은 여의도 CCMM 빌딩 건축비에서 643억 원만 갚고 나머지는 돌려주지 않았다. 또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특별선교비 명목으로 600억 원을 가져갔으며 퇴직금으로 200억 원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장로모임은 횡령이 가능했던 것은 조 목사에 따라 교회 시스템이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목사가 돈을 요구하면 준다는 것. 회계나 사용처 등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모든 교회가 그런 것은 아니다. 장로모임의 이일교 장로는 “다른 교회의 경우 결제라인이 확립돼 있다. 또 자체적으로 감사에 들어가 돈의 사용이 투명화 돼 있다”며 “그러나 순복음교회의 경우 퇴임한 조 목사가 인사·행정권을 가지고 있는 실세이다 보니 그가 달라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횡령 규모 5000억 원도 대략적으로 추산한 것이다. 요구하면 주는데 액수가 얼마나 될지 누가 알겠느냐. 그 이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는 예산 집행은 당회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만 집행될 수 있는데 조 목사는 당회를 거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예산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장로는 “다시는 이러한 부조리가 없도록 순복음교회의 재정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당회에서 승인 난 것에 대해서만 예산이 사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신이 아닌 교주를 믿는
 종교적 맹신은 위험하다”

14일 열린 장로모임의 기자회견은 기자회견을 반대하는 순복음교회 교인들이 들어와 소란을 피워 30분 이상 지연되기도 했다. 그들은 “조용기 목사님이 도둑질하는 것 봤냐. 우리 목사님은 제대로 입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한 사람이다.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 조용기 목사님은 우리나라 목사가 아니라 세계적인 목사”라고 외쳤다.

이에 대해 장로모임 이 장로는 “신이 아닌 교주를 믿는 종교적 맹신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증거를 보여줘도 보지 않고 무조건 ‘우리 목사님 최고’를 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교회 여자 신도들은 대부분 조 목사를 믿는다”라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맹신도 깨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장로는 “(조 목사처럼) 혼자서 하는 것은 독재다. 이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라며 “이번 기회에 깨끗한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목사는 지난 16일 국민일보에 ‘진실을 밝힌다’며 횡령과 불륜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조 목사는 “영산조용기자선재단(사랑과나눔재단)은 법률에 의해 특수 관계인(가족 등)을 이사의 20%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어느 특정인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또한 현재 순복음선교회가 CCMM 빌딩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 감정가가 약 1400억 원에 달한다”며 횡령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조목사는 “정모씨가 작성했다는 영수증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하며, 불륜을 저지른 일도, 15억 원을 준 일도 없다”면서 “해외 선교에 나서면 많게는 10명 이상의 장로가 수행하며 24시간 신변을 보호하기 때문에 사적인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불륜 의혹도 부인했다.

이에 순복음교회 장로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조 목사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 결과는 한 달 이내에 발표될 예정이다.  

jhooks@ilyoseoul.co.kr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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