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vs 청와대 ‘윽박정치’
황우여 vs 청와대 ‘윽박정치’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3-11-25 10:44
  • 승인 2013.11.25 10:44
  • 호수 1021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대표 사퇴 카드에 청와대 줄다리기

당권-총리 두고 ‘밀약설’ 솔솔
여권 “인천 광역단체장 출마하심이~”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거취가 여권 권력구도의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황 대표 측은 당대표 거취 문제가 나온 것에 대해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면 심도 있게 생각할 것”이라고 입장을 유보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하반기 국회의장을 노리기 위해선 중도사퇴하거나 사전에 청와대와 협의를 해야 한다. 조기전당대회 개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는 시기적으로 2월이나 5월 전당대회가 힘든 만큼 당대표직을 연장해 8월 전당대회를 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급기야 ‘여권 내에서는 황 대표가 청와대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국무총리직을 요구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황 대표의 딜레마다. 자기 정치를 위해서라면 당대표직을 하루 빨리 내려놓고 국회의장 준비를 해야 한다. 반면 박근혜 정부를 위해서라면 청와대의 기대대로 8월까지 임기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황 대표 측근들은 전자를, 박근혜 대통령 측근들은 후자를 주문하는 사이 자칫 모두를 잃을 수도 있다. 황우여 대표의 선택지에 따라 여권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바지 대표’에 불과하다. 당대표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도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다. 이런 논란 속에서 당대표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자기 정치를 위해서는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최근 새누리당 내부에서 황우여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황 대표의 향후 행보를 살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황 대표는 하반기 국회의장을 노리고 있다. 당대표 임기는 5월 15일, 국회의장 임기는 5월 30일 종료된다. 국회법상 전임 국회의장 만료 5일 전 선출되기 때문에 당대표직을 수행하면서 국회의장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황 대표 측도 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방안이 다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해 일각에서는 ‘황우여 도박을 하지 않을까’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는 당대표 임기를 연장하길 바라고 있다. 8월 전당대회를 치러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왜 청와대에서는 황 대표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한 번 쓰면 오래 쓴다는 인사 스타일 상 황 대표 체제로 지방선거와 7월 재보궐 선거를 치르는 것이 원칙이라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정보를 수집하는 한 기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굳이 황 대표를 교체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정치일정상 연장하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청원 의원이 친박계 결집에 나서고, 친박 핵심인 최경환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교감 하에 원내 사령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에 ‘황 대표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또 황 대표가 중도사퇴를 하게 되면 당은 시끄러워지게 된다.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당권주자들은 지방선거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어, 나서길 꺼린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책임을 지고 물러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분란만 계속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우여 ‘대도박’ 하나
청와대와 불협화음

더구나 청와대에서 자기 정치를 하려는 황 대표에게 국회의장직을 쉽게 줄 리 없다. 실제로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국회의장은 국회의원들이 뽑지만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장기판으로 비춰볼 때 청와대에서는 졸을 전진 배치하려 했으나 황대표는 졸이 아닌 차를 움직이려 한다. 장기판을 마음대로 두지 못하는데 황 대표를 청와대에서 반기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자기 정치를 하려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이 박 대통령에 눈 밖에 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황 대표가 중도 사퇴하더라도 국회의장직을 보장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청와대에 찍힌다고도 할 수 있다. 당연히 황 대표의 정치생명에 큰 위기가 올 수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황 대표가 거취 문제를 고민한 것은 자기 정치와 연관돼 있다. 한때 인수위 시절 박 대통령과 직접 통화할 정도로 ‘최고 실세’로 불렸지만 최경환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부터 ‘박근혜 심부름꾼’, ‘허수아비’로 전락해, 당내에서 그의 위상이 급격히 축소됐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제명안 제출을 둘러싸고도 황 대표와 최 원내대표가 충돌하는 등 꼴이 말이 아니다. 이 외에도 최고위원회 때마다 황 대표보다 최 원내대표가 먼저 발언하는 등 황 대표의 위상은 땅에 떨어질 때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청와대에 ‘할 말은 해 달라’고 요구할 때 당대표로서 빛이 난다. 그런데 지금의 황 대표는 당을 장악하지 못하는 허수아비일 뿐 아니라 청와대 의중만 전달하기에 급급한 심부름꾼에 불과했다. 청와대로서는 황 대표 카드가 나쁘지 않다. 그러나 황 대표는 자기 정치를 하고 싶어한다. 인천시장 차출설이 나왔지만 황 대표는 인천시장 대신 국회의장직에 욕심이 강하다. 그 때문에 당대표 임기를 마치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데 시간 적으로 부족함에 따라 자기 정치를 하려는 황 대표에게 청와대가 ‘당근’을 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서청원 의원이 교통정리 차원에서 황 대표에게 인천 시장 출마를 권유했지만 황 대표가 거절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서청원, 인천시장 출마 권유?
황우여, 총리 요구했다?

그래서일까. 황우여-청와대 ‘빅딜설’이 여의도 안팎에 퍼지고 있다. 청와대 의중을 그대로 따를 수 없는 황 대표로선 무조건 ‘담판 승부’를 지어야 한다. “당대표직을 맡으면 국회의장 도전이 쉽지 않다. 따라서 재보선 때까지 당대표를 맡을 테니 차기 총리직을 달라고 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그런데 청와대에선 난색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황 대표가 총리를 제안한 것은 하반기 국회의장 욕심이 강하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황 대표 측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 소설에 불과하다”며 “대통령이 임명권자인데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 아니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에 도전하려면 중도사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다 방법이 있다. 다만 당내에서 비공식적으로 얘기할 뿐 공론화되지 않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을 뿐이다. 정기국회가 마무리되고 난 뒤 심도 있게 고민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임기 중 국회의장에 도전하거나 중도 사퇴하느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

이 가운데 여권에서는 하반기 국회의장 도전을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황 대표 측에서 은근슬쩍 ‘조기전당대회’를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당권주자에게 줄 서기를 막고, 20대 공천권을 주지 말자”는 취지로 ‘1월 혹은 3월 조기전당대회’를 흘리고 있는 것. 즉, 황 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한 액션을 취한 셈이다.

황 대표 사정을 잘 아는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황 대표가 국회의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밝히면서 “실제로 황 대표 측근들이 ‘조기전당대회’를 흘리는 것도 이러한 것 때문이다. 다만 중도사퇴 하느냐, 당대표 임기를 마치느냐를 놓고 청와대와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 임기를 끝까지 마치면 당대표직을 가지고 국회의장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는 청와대와 빅딜이 됐느냐가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어 “서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 때문에 국회의장직에는 경쟁자가 없다. 이인제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청와대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한 번 손을 맞춰본 황 대표가 적임자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국회의장 쪽으로 점점 굳어져 가고 있는 황 대표의 ‘단꿈’은 박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에 딜레마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벌써 청와대에선 ‘8월 전당대회’를 생각하고 있다.

지방선거는 박근혜 대통령이 치른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 여권이 지방권력 쟁취에 무임승차할 수도 있다. 또 청와대 안팎에서 ‘박근혜식 인사’ 잡음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수석 교체 후 연말 개각’을 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따라서 당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지방선거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황 대표로선 이 카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황 대표 측근들은 국회의장에 방점을 찍고 향후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황 대표의 자기 정치와 청와대의 입장에 묶여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황 대표 측에서 “정기국회 이후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말한 만큼 향후 청와대와의 담판을 통해 향후 거취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 황 대표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황 대표가 승부수’를 띄워 자기 정치를 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7122love@ilyoseoul.co.kr

박스기사

새누리당, 황우여를 어찌할꼬~

새누리당내에서 황 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말들이 많다. 일부에서는 ‘황우여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기 당권 주자들조차 조기전당대회를 원치 않고 있고, 지방선거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서다.

다른 한편에선 ‘교체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 대표로서 선거를 치르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질 뿐 아니라 국민적 감동이 없다는 것. 이 외에도 집단지도 체제나 선거대책위 체제로 가자는 말도 있다. 과거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외부 수혈을 통해 선대위 체제를 구성해 당내 주자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