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를 입학한 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과외를 하면서 교복을 입은 10대 학생들이 참 예뻐 보인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어느덧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20대에도 유치하다 여겼던 로맨스 드라마에 빠져들었습니다. 젊음을 되돌리지 못해서인지 그 시절이 더 애틋하고 아름답게 보여서인 듯싶습니다.
여드름은 청춘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10대와 20대 초반의 환자들이 여드름 치료를 위해 진료실에 들어설 때마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여드름을 치료해야할 대상으로만 보이니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여드름은 유전적 요인과 남성 호르몬, 그 외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인 영향을 받아 생깁니다. 이런 영향은 과각화를 일으켜 모공폐쇄, 사춘기 피지 분비 증가, 모낭의 균(P.acne) 등을 증식시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여드름을 앓는 것이 아니므로 개개인의 선천적인 소인 뿐 아니라 후천적인 요인들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의학적인 근본치료가 필요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여드름을 면포(面疱), 주자(酒刺), 분자(粉刺) 등의 범주에 두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폐와 위에 몰린 열이 위로 훈증돼 혈열(血熱)이 과잉되고 담(痰)이 뭉쳐 생긴다고 봅니다. 보다 자세히 보면 폐열청(肺熱型), 어혈형(瘀血型), 비위허한형(脾胃虛寒型), 대장습열형(大腸濕熱型), 충임실조형(衝任失調型) 등으로 나눠집니다. 다소간의 차이가 있으나 치료법의 근본은 청열해독(淸熱害毒)과 소종산결(消腫散結)입니다.
즉 독소를 제거하고 잔잔한 여드름 씨앗들이 심하게 화농되는 것을 막고, 붓고 단단해진 어혈성 구진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방법입니다. 뿐만 아니라 물컹하게 화농돼 덩어리가 없는 듯 보이지만 피부손상이 심해 회복이 힘든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피부의 재생력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폐열형 여드름은 좁쌀만한 붉은 구진들이 퍼져 있는 상태로 안면 상열감이 있고 상체 열이 많아 찬 물을 찾거나 입과 코가 마르는 증상을 자주 호소할 수 있습니다. 비위허한형의 경우 잘 체하고 추위를 잘 타는 편이며 입 주변에 주로 나타나며 화농이 잘 되지 않고 그 상태 그대로 오랫동안 유지되기도 합니다. 어혈형은 생리주기에 영향을 받으며 입과 턱 주변에 단단한 응괴성 여드름을 형성하며 농보다는 검붉은 피가 많이 고여 있으며 재생도 잘 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대장습열형의 경우 대변문제를 동반하며 간과 대장에 독소가 있어 피부가 불결한 편이며 화농성으로 쉽게 이행됩니다. 또 화농돼 농포가 심해 회복이 쉽지 않은 경우에는 독을 빼내고 생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그에 맞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즉 각 증상을 체크해 장부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식물은 뿌리가 있습니다. 그 뿌리가 건강하게 자리를 잡아야 모든 풀과 나무는 계절에 맞는 모습들을 유지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에 적용되는 한의학적인 치료법은 군신좌사(君臣佐使)에 의거한 한약처방이 기본이 되며 증상의 정도에 따라 탕약, 환산제 등으로 제형에 차이를 두어 복용합니다.
무엇보다 최근 십여 년 사이에 레이저나 항생제, 피지조절제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한의학적인 외과 치료법들이 연구돼 피부 겉으로 드러난 증상들을 능동적이고 직접적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치료법은 피부 자체의 자생력을 돋게 해 치료효과를 높여줍니다. 오히려 외과치료에 비중을 좀 더 두고 치료를 받아보도록 치료계획을 짜드리기도 합니다.
여드름을 개선하고 극복하는 방법들은 치료에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 관리에서도 일관성 있게 적용됩니다. 만약 입면 시간이 늦고 식사시간이 불규칙하거나 인스턴트식품이나 튀기거나 볶고 맵고 짜게 조리한 식품의 섭취가 많은 사람이라면 이를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운동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서 하루를 보내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통로가 없다면 전반적인 신진대사 능력이 떨어져 몸의 회복이 늦어집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호르몬도 더욱 불균형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합니다.
세안도 지나치게 뽀드득 거릴 정도로 씻어내어 피부를 예민하게 만듭니다. 반면에 너무 자연 그대로 둬 노화된 각질을 그대로 축적시키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어떤 화장품도 바르지 않는 것 또한 피부에 좋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여드름을 잡히는 대로 짜고, 쥐어뜯는 습관을 가졌다면 이를 가장 먼저 고쳐야만 합니다.
작은 것 하나부터 잡아가는 것이 어떤 치료든 시작이 됩니다. 겉과 속 모두 오늘보다 건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좀 더 노력하는 하루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도움말=미가람한의원 김준정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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