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랩컨버전스]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의 ‘창업스토리’
[네오랩컨버전스]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기업의 ‘창업스토리’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3-11-25 10:35
  • 승인 2013.11.25 10:35
  • 호수 1020
  • 4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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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 닷코드 열풍 일으킨다


최근 세계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이 녹아 있는 신기술인 닷코드다. 닷코드가 인쇄된 종이에 특수 펜을 가져다 대면 종이에 담긴 정보가 소리와 영상으로 구현된다. 또 메모한 내용을 그 자리에서 모바일 기기로 전송할 수도 있다. 네오랩컨버전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런 닷코드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부터 콘텐츠, 하드웨어까지 모두 만들어 낸 대한민국의 신생 기업이다.

종이 위 글자를
소리와 영상으로

네오랩컨버전스의 연혁은 그리 길지 않아 이제 설립 4년차이다. 그러나 짧은 연혁에도 불구하고 이 기업이 국내외에서 보이는 활약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2011년 미국 600여 소비재 전자산업 종사업체들의 모임인 가전제품제조업자협회에서 주최하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 s Show, CES)에 참가했을 당시 미국의 유력 신문 LA타임스는 네오랩컨버전스의 닷코드 기술을 집중 조명했다.
현재 네오랩컨버전스는 삼성출판사, 교원, 웅진싱크빅 등 유명한 교육기업들과 잇달아 계약을 체결하며 도약의 시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업이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한때는 사업 자체를 포기하려 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기술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과 창업자인 이상규 대표의 뚝심으로 이 회사는 지난해 97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새로운 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기술의 원리는 QR코드와 비슷합니다. 종이에 인쇄를 하면서 데이터를 심을 수 있는 기술의 일종인거죠. 그런데 이렇게 코드를 눈에 안보이게 하는 기술은 이제까지 없었습니다. 닷코드가 인쇄된 종이를 확대해서 보면 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닷코드는 QR코드와 비슷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점으로 만들어진 2차원 코드라 할 수 있죠”라고 자사 기술을 설명했다.
닷코드 기술이 가장 먼저 활용된 것은 어학교육 분야다. 센서가 내장된 특수 펜을 교재에 갖다 대면 그에 해당하는 발음이 소리로 나온다. 닷코드가 인쇄된 동화책에 펜을 대면 ‘말하는 동화책’으로 변신한다. PC에 프로그램만 설치하면 일반 종이로도 원하는 정보를 닷코드에 담아 인쇄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닷코드가 새겨진 종이에 메모를 하면 그 내용이 바로 온라인으로 저장된다. 그런 다양한 활용성 덕분에 닷코드 기술은 지폐 일련번호 인식이나 의료, 물류 업계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상규 대표가 닷코드 기술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기술을 보는 ‘눈’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네오랩컨버전스를 설립하기 전만 해도 그는 세이클럽으로 유명한 네오위즈의 일본 법인인 ‘네오위즈 재팬’의 대표였다. 1990년대 벤처 1.5세대로서 네오위즈 창업 멤버였던 그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기업의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이다. 이 대표가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 것은 모두 닷코드라는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신동이
걸어온 발자취

그의 과거는 더욱 놀랍다. 어릴 적 그는 경남 마산에서 컴퓨터 신동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께서 신문에서 ‘전자계산기보다 똑똑한 퍼스널 컴퓨터 시대가 온다’는 기사를 보고 컴퓨터 학원에 저를 보내셨어요. 5명을 데리고 오면 1명은 공짜로 가르쳐 준다고 해서 친구 다섯을 꼬드겨 학원에 데려갔고 저는 덕분에 돈을 안내고 배울 수 있었죠. 그때가 1982년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컴퓨터 다루는 것을 보더니 학원에서 앞으로도 수강료를 안 받을 테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의를 모두 들으라고 하더군요. 결과적으로 한 달 만에 6개월 과정을 두 번 듣는 아이가 됐죠.”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 그의 실력은 학원 선생이 차린 소프트웨어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기업용 인사관리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낼 정도였고, 1987년에는 전국컴퓨터경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 컴퓨터 신동은 커서 KAIST 학생이 됐고, 뜻이 맞는 친구들과 네오위즈를 창업했다.
그는 네오위즈를 창업했던 서초동 연립주택 시절을 회상하며 그 근처에 회사 사무실을 차렸다. 그러나 이 신생 회사는 2009년 설립 후 몇 년 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독자적인 닷코드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하드웨어까지 모두 만들었지만 몇 건의 계약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2011년에 이 대표는 사업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기술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CES 참가 이후 큰 계약이 성사되며 닷코드 기술이 대대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더군요. 지금 되돌아보면 네오랩컨버전스가 어려움을 겪은 게 다 제 오만과 무지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네오위즈 재팬을 잘 경영했으니 창업을 해도 잘 될 거라는 오만이 있었고, 기술 하나에 하드웨어 사업까지 모두 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야말로 무지의 소산이었죠.”
자신의 오만과 무지를 겸손하게 밝혔지만 이 대표의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서비스까지 병행한 사업은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커스터마이징(이용자가 사용방법과 기호에 맞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설정하거나 기능을 변경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현재 네오랩컨버전스는 닷코드와 관련한 국내외 특허만 20건 이상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신제품 네오원(NEO 1) 펜을 출시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마우스가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등장해 어도비를 먹여 살렸다면, 네오원은 종이와 디지털 패널 모두 활용 가능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진 새로운 디지털 인터페이스로서 네오랩컨버전스를 먹여 살릴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이상규 대표는 우리나라 신생기업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어학능력과 함께 “엔지니어는 인문학적 소양을, CEO는 엔지니어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시행착오를 겪을 때는 수정을 거듭하며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하라고 조언한다.

“아직 기업을 완벽하게 일군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임하다보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CEO가 어학능력을 갖추고 엔지니어 마인드로 인문학적 소양을 기른다면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씨앗을 마련한 것이거든요. 우리나라는 벤처 1세대 선배들이 기술적인 토양을 잘 일궈놓은 나라입니다. 또 국력도 많이 강해져 Made in Korea를 팔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 됐고요. 앞으로도 이런 토양에 좋은 씨를 뿌릴 수 있는 기업인들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네오랩컨버전스는 향후 10년을 목표로 전자교과서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 인간친화적인 아날로그 감성을 유지하면서 더욱 활용도가 높은 디지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네오랩컨버전스가 꿈꾸는 목표다. 그런 목표를 향해 달리는 네오랩컨버전스의 스토리는 이제 막 첫 장을 넘겨 시작되고 있다.

<정리=김나영 기자>
<출처=산업통상자원부,
네오랩컨버전스 기업 자료>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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