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투자의 귀재(鬼才)’ 워런 버핏(Buffett·83)이 투자하고 있는 최상위 주식 10종목이 공개됐다. 지난 17일(현지시간) USA투데이는 올 3분기 말 버핏이 투자한 10대 주식을 보도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버핏이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은 1852년 창업한 미국 최대 민간상업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Wellsfargo)로 191억 달러어치, 총4억 6310만 주에 이르며 수익도 상당 부분 냈다고 설명했다. 이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개된 이들 종목을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발 빠르게 진행된다. [일요서울]은 이번 보도를 통해 버핏의 투자수익과 국내에 투자한 기업이 어디인지를 알아본다.
아멕스 42% 수익 반면 IBM 5% 손실
대구텍·포스코 버핏효과…투자자 급증
버핏의 행보는 투자자에게 하나의 지표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최근 기술주인 IBM의 지분 5.5%를 매입했다는 발언은 투자자를 놀라게 했다. 그만큼 그의 투자의사만으로도 투자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현재까지 버핏이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은 웰스파고은행이며 최근 1년간 26%의 수익을 달성했다.
이 외에도 버핏은 코카콜라의 3분기 말 현재 152억 달러어치인 4억 주의 주식을 보유해 11% 수익을 냈으며, P&G 3분기 중 40억 달러어치인 5280만 주로 24%의 수익을 냈다. 마찬가지로 ▲월마트 3분기 말 현재 36억 달러어치인 4920만 주 보유로 16% 수익 ▲US 뱅코프 3분기 중 현재 29억 달러 어치인 7910만 주 보유로 20% 수익 ▲디렉TV 2분기 말 현재 22억 달러어치인 3730만 주 보유로 28% 수익 ▲골드만삭스 21억 달러 어치인 1300만 주 보유로 28% 수익(13-F에는 제외됨)을 얻었다.
버핏은 그동안 IBM과 코카콜라, 웰스파고,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X·약칭 아멕스)가 자신의 ‘빅(Big) 4’라고 밝혀 왔다. 9월 말 현재 버크셔는 이들 4개사 지분을 각각 100억 달러어치 이상 갖고 있다.
또한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가 지난 9월 말 기준 엑손모빌의 주식을 대량 사들였다는 소식만으로도 엑손모빌에 대한 시장의 새삼스러운 관심을 끌어냈다.
업계에선 버핏이 지난 15일(현지시간)을 전후해 엑손모빌의 주식 4010만 주, 37억 달러 규모를 매수했다고 밝혔다. 주식 매입 규모 기준으로는 2011년 당시 IBM의 지분 100억 달러어치를 사들인 이후 최대 수준이다.
세계 최대 석유업체인 엑손모빌은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주식시장에서 많은 투자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 우량주 중 하나다.
시장 전문가들은 엑손모빌이 최근 수년간 저평가돼 있었다는 점이 버핏에게는 투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엑손모빌은 이날 2% 이상 올랐다.
버핏이 보유한 주식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은 주식은 아멕스다. 아멕스 주의 수익은 42%였는데, 버핏은 아멕스 주식 114억 달러어치, 1억 5160만 주를 갖고 있다.
반면, 버핏은 IBM 투자로 손실을 보기도 했다. 그가 126억 달러어치, 6810만 주를 갖고 있는 IBM 주가 10대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5% 손실을 냈다.
국내 투자 기업 수익률
성적표 나오지 않아
그렇다면 버핏의 국내투자 성적표는 어떨까. 보통 버핏은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 한 번씩은 꼭 방문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버핏이 두 번이나 찾은 곳이 있다. 대구시 달성군에 있는 텅스텐 절삭공구 전문 제조업체인 대구텍(대표 한현준)이다. 대구텍은 총매출의 60% 이상이 5년 이내 개발한 특허 신제품에서 나온다. 현재 50개국에 26개 해외법인을 설립해 놓고 있다. 한때 악명 높던 노사분규도 2009년 이후로는 잠잠해진 건실한 기업이다.
2006년 5월 버핏이 대구텍의 모회사인 IMC그룹 대주주가 되면서 대구텍은 버핏이 투자한 유일한 한국 기업이 됐다. IMC그룹은 버핏의 지분 80%가 보유된 회사다.
포스코도 버핏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5년 포스코 주식 348만6006주(지분 4.0%) 보유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한 버핏은 지난해 말 현재 394만7555주를 보유해 지분 5.1%의 주요 주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버핏이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의 만남에서 포스코의 기업 가치는 철강사 중 최고라고 치켜세운 일화도 유명하다.
다만 현재 국내는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버핏의 투자소식만으로도 많은 투자자가 모이는 만큼 향후 이들 기업의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하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버핏효과가 투자가들 사이에 존재한다”며 “버핏의 방문소식은 곧바로 주식 증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버핏은 ‘모르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투자원칙으로도 유명하다. 생소한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가치평가 자체가 어려우므로 가치투자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치를 따져보는 과정 없이 매입한 가격 이상으로 되팔아 차익을 기대하는 것은 투기이지 투자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치투자라 불리든 투자라 불리든 이를 행함에는 합리적으로 가치를 따져보는 과정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할 정도다.
또한 버핏은 성장성은 가치를 평가하는 데 항상 고려되는 요소라고 했다. 고배당 주식에 투자한다고 가치투자라 할 수 없으며 성장성이 높은 주식에 투자한다고 해서 가치투자가 아니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버핏은 “훌륭한 기업을 제값에 투자하는 것이 평범한 기업을 좋은 가격에 투자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