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나영 기자] 신세계건설이 순손실 1100억 원에 부채비율 1500%라는 암담한 상황에 처했다. 계열사가 자본잠식 위기에 빠졌는데도 신세계그룹은 아직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면 신세계건설이 연말 상장폐지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무구조 악화시킨 골프장ㆍ주상복합ㆍ국제타운 사업들
그룹 지원 끊기면 연말 상장폐지 관리종목 지정 우려도
신세계건설의 3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적자 전환했다. 영업손실은 49억 원, 당기순손실은 1103억 원이다. 매출액은 10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67% 축소됐다.
최근 3년간 신세계건설은 이익이 줄고 부채가 늘어나는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신세계건설의 올해 3분기 재무제표를 보면 부채총계는 5624억 원인데 반해 자본총계는 359억 원으로 초라하다. 이에 따른 부채비율은 1566%로 지난해 262%에 비해 6배 가까이 치솟은 모양새다.
이처럼 신세계건설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이유는 트리니티 컨트리클럽(CC) 건설, 길음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실패, 청라타운 개발 무산 위기 등으로 요약된다.
신세계건설이 지은 경기도 여주 소재 트리니티 CC는 국내에서 가장 비싼 회원제 골프장 중 하나다. 이 골프장은 201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세계건설 차입금 증가의 요인으로 자리했다. 여기에 따른 총차입금은 2509억 원까지 확대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트리니티 CC 회원권 분양으로 신세계건설의 유동부채가 더욱 늘어나게 됐다. 골프장 회원권의 특성상 입회금이 유입되면 이는 유동부채로 잡힌다. 따라서 회원권이 제대로 분양돼 현금이 들어오더라도 부채가 늘어나는 셈이다.
트리니티 CC 정회원의 경우 최소 15억 원의 입회 보증금을 지불하고 연회원의 경우 연간 이용료 7000만원을 내야 한다. 현재 정회원과 연회원을 합친 회원 수는 약 70여 명이며 내년 초까지 100여 명을 추가로 모집할 예정이다. 이는 모두 신세계건설의 부채로 잡히면서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저기 손실 투성이
기업어음 신용등급 떨어져
또 길음동 PF 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지다 결국 계약이 해지되면서 신세계건설에 무더기 손실을 안겨줬다. 이 사업의 정식명칭은 ‘신길음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서울 성북구 길음동 524-87번지 일대에 지하4층~지상33층 주상복합아파트 471가구 및 오피스텔 176가구를 신축ㆍ분양하는 개발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2008년 이후 계속해서 차질을 빚었고 시공사로 참여한 신세계건설은 결국 시행사의 채무를 떠맡은 후 사업을 포기하게 됐다. 이와 관련한 손실은 모두 873억 원가량이다.
더불어 인천 청라국제업무타운도 신세계건설의 발목을 잡기는 마찬가지다. 청라타운에 출자한 외국인투자자들은 당시 착공이 지연되면 지분을 시공사 등에 매각할 수 있는 옵션을 부여받았다. 이번에 외국인투자자들이 해당 옵션을 행사하면서 시공사인 신세계건설은 240억 원의 지분을 떠안아야 했다.
악재가 겹치면서 신세계건설의 기업어음(CP)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신세계건설 CP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한 노치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배문성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신세계건설은 2006년 이후 외부 민간 수주를 확대해왔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 금융위기와 맞물리면서 저조한 성과를 시현했다”면서 “2008~2012년 총 469억 원의 대손을 인식하면서 수익성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배 책임연구원은 “사업성 악화와 대위변제가 겹친 길음동 PF 사업이나 대규모 자금 투입으로 총차입금을 확대시킨 트리니티 CC가 바로 그 예”라며 “이로 인해 신세계건설의 전반적인 재무 안정성이 저하된 현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비계열 민간 개발사업과 관련된 우발채무 부담이 수익성 저하를 유발했으며 대규모 대손 상각에 따른 적자확대 영향도 부채비율 상승의 주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감자ㆍ유상증자 계획 없어
주가는 연중 최저치 기록
이처럼 신세계건설에 대한 염려가 커지는데도 불구하고 신세계그룹 측은 별다른 지원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신세계그룹의 총차입금 규모가 2조5000억 원으로 증가하면서 신세계건설의 그룹 발주량도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이슈와 맞물려 이미 주시 명단에 올랐던 신세계건설로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이야기다. 신세계건설의 매출에서 그룹 발주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76.9%이다.
최근 신세계그룹은 신세계건설이 소유한 장충동 사옥을 매입하고 하남유니온스퀘어와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등 일부 공사를 발주하기는 했으나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그마저도 해당 공사들의 착공 시기가 연말로 늦춰져 아직 시작조차 못한 상황이다.
게다가 공사 지연 등의 문제로 신세계건설의 주가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기까지 했다. 신세계건설 내부에서는 그룹 발주공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향후 성장동력 자체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는 중이다.
이로 인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세계건설이 곧 자본잠식에 빠질 개연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자본잠식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작은 것으로 손실이 누적되면서 잉여금이 바닥나고 보유한 자본금마저 까먹은 상태를 가리킨다.
통상적으로 자본잠식 가능성이 큰 경우 해당 기업은 상장폐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더욱 악화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기도 한다. 50% 이상의 자본잠식은 관리종목 지정 사유이며. 이것이 2년 동안 이어지거나 전액잠식되면 상장이 폐지된다.
벌써부터 증권가에서는 신세계건설이 연말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그룹에서는 감자나 유상증자 등 구체적인 자금지원 계획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건설의 자본금이 워낙 쪼그라든 탓에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에도 제약이 많다”면서 “자본잠식 등 극한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먼저 신세계그룹의 지원이 선행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럴 기미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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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