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공기업(公企業).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소유권을 갖거나 통제권을 행사하는 기업을 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첫 번째 의무로서 공익성을 요구받고, 두 번째로 관료주의와 비능률을 회피해야 한다는 책임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막상 공기업들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공공의 목적을 잊은 채 방만경영 일로를 걷는 모습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공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공기업을 찾는 것이 오히려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와 같은 현실에 [일요서울]은 각 공기업이 어떻게 공익을 해치고 있는지 그 천태만상을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그 여섯 번째 대상은 한국난방공사 사장 후보에 등록한 김성회 전 새누리당 의원 관련 소식이다. 김 전 의원의 후보 등록이 위로성 낙하산이라는 것이다. 당사자는 “악성루머다”고 일축하지만 그를 둘러싼 잡음은 당분간 회자될 전망이다.
화성갑 공천 탈락 후 사장 후보 3인에 들어
공기업 수장 45% 낙하산 인사…또 관치 논란

10·30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새누리당 후보 공천에서 탈락한 김성회 전 의원이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공모에 참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후보등록 자격에 벗어나지 않아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김 전 의원을 둘러싼 의심의 눈초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미 한국지역난방공사 주변에서는 김 전 의원이 사장으로 내정됐고, 나머지 두 후보는 잡음을 없애기 위한 방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김 전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지역이 화성갑이고 이곳에서 당선된 사람이 큰형님 서청원 의원이어서 이 문제가 더욱 두각을 내고 있다. ‘위로성 자리챙겨주기’라는 것이다.
트위터에는 이미 “후보 양보하고 거래한 전형적인 사후매수죄에 해당하는 게 아닌가”라며 “서청원에게 지역구를 양보한 새누리당 화성갑 위원장 김성회에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직을 하사하셨습니다”라는 글(사진)이 많이 올랐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위로성 인사는) 이상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다. 현재로선 할 말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런데 이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으며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인사잡음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회공공연구소가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선임한 공공기관장 77명 가운데 낙하산 인사가 45.5%인 35명에 이르고 있다.
전임 MB 정권을 능가한다. 최근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용산참사의 주역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앉힌 것이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이고,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지난해 총선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대전 서을에 출마했던 인물이다. 용산참사 유족 등은 김석기 사장의 출근 저지 농성을 벌이고 있고, 최연혜 사장은 재공모 과정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임명됐는데 그 사유가 석연찮아 청와대 외압설이 공공연히 제기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한국교직원공제회, 법무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에 친박계인 이규택 전 의원과 손범규 전 의원, 박보한 전 의원이 자리를 차지했다.
김학송 전 의원과 김선동 전 정무비서관, 현명관 전 전경련 부회장 등 다른 친박계 인사 등도 마사회 회장으로 자천타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또한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 출신들이 대한석탄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공항공사의 상임감사 자리를 꿰찼다.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마사회, 한국광고공사, 대한주택보증 등 7개 공기업 감사의 경우 정당인이 자리를 차지했다.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는 박 정부 들어서도 개선되지 않았다. KDB금융그룹 회장에 선임된 홍기택 교수는 대선 인수위에서 활동했다.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한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도 대선 캠프 참여 이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최근 사의를 표명한 포스코와 KT의 회장 자리를 두고 하마평이 돌고 있는 일부 인사중에도 벌써부터 정권에 밀착한 인사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스스로 개혁 가능하나?
이들 낙하산 인사의 대부분은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학연 지연뿐만 아니라, 대선캠프 활동으로 얽혀 있어 ‘보은’인사, ‘정실’인사, ‘논공행상’이라는 비판이 비등한다.
한 트위터리안은 “이는 공공기관을 사유화하려는 짓이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비난한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은 “나라에 봉사하는 것이 공직자 아닌가”라며 “공적 기업을 잘 이끌어 흑자를 내 많은 인센티브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 공기업 간부는 대부분 낙하산이다. 과연 이들이 해당 사업에 대해 알기는 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비전문가 출신이 대거 영입돼 국민혈세만 빼먹고 있는 공공기관의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가기관, 공공기관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있지만 요행을 통해 눈먼 돈만 찾는 집단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개혁의 강조가 자칫 공공기관 부채를 빌미로 한 공공부문 민영화 추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이런 탓인지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낙하산 인사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열린 시정연설에서도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예산 낭비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스스로 개혁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라고 재차강조했다.
이에 앞서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 14일 공공기관장 조찬간담회에서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부채 문제를 엄격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말을 믿는 국민은 적은 듯하다. 정권 초반에 공공기관 개혁을 외치지 않은 과거 정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MB 정부는 오히려 취임 첫해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내걸고 과감한 개혁에 나섰지만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부채는 203조 원이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기업이 채권을 발행할 때 공공기관운영위원회부터 사전 심사를 받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훈육보다는 스스로의 개혁이 중요한데 여전히 ‘소나기만 피하자’는 의식이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