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는 비슷…유명업체 잇달아 적발
네이처리퍼블릭 “단순 비교 아쉽다”
#사례1. C(25)씨는 까무잡잡한 피부 때문에 미백 기능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뛰어나다는 A사의 프리미엄형 제품을 이용하던 중 프리미엄형 제품과 일반형 제품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C씨는 “프리미엄이란 글자 때문에 효과가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해 더 많은 값을 지불해서라도 사용해 왔다”면서 “일반형과 차이가 없다면 프리미엄형을 쓸 이유가 없는데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미용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백 기능성 화장품의 수요가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9.2%다. 프리미엄형 제품은 일반형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이면서 앰플과 스팟, 고농축, 집중 케어 등을 내세워 광고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 이자녹스, 스킨푸드,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헤라, 설화수, 토니모리 등 유명 화장품 업체들이 ‘프리미엄’의 이름을 붙인 제품으로 가격 폭리를 취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프리미엄형 제품과 일반형 제품 모두를 판매하는 13개 브랜드 중 8개 브랜드의 프리미엄형 제품에서 일반형 제품과 미백 기능 성분 및 함량의 차이가 없었으나 가격 차가 최소 1.2배에서 최대 3.8배까지 났다.
최대 3.8배의 가격 차가 난 제품은 네이처리퍼블릭의 더 퍼스트 앰플 에센스다. 일반형인 더 퍼스트 넘버원 에센스는 10mL당 1467원이나 프리미엄형 제품은 10mL당 5500원이다. 두 제품 모두 기능 성분 함량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킨푸드는 일반형 오미자 화이트닝 세럼이 10mL당 4400원인데 비해 프리미엄형 제품은 1만1000원으로 2.5배의 가격 차가 났다.
이자녹스는 일반형인 X2D2 화이트닝 시크릿 브라이트닝 세럼은 1만2000원, 프리미엄형인 시크릿 스팟 코렉터는 2만3333원으로 1.8배의 격차가 났다.
이 외에도 에뛰드하우스와 이니스프리, 헤라의 일반형과 프리미엄형 가격 차는 각각 1.3배, 설화수는 1.2배의 가격차를 나타냈다.
그뿐만 아니라 전체 조사 대상 브랜드 중 알레르기 유발 성분명을 별도로 표시한 업체도 8군데밖에 되지 않았다. 이 외의 나머지 업체들은 세부 성분명을 표시하지 않았지만 성분 조사 결과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사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들이 각자의 피부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정보마저 부족한 것이다.
업체 vs 소비자원
팽팽한 반박대결
해당 결과가 발표되자 네이처리퍼블릭은 강하게 반발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제품과 타사 제품의 유형 비교 기준이 형평성에 맞지 않고 ▲용량이 크게 다른 제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으며 ▲미백 가능성 고시 성분의 함유량만으로 용량 대비 가격을 측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프리미엄형으로 언급된 더 퍼스트 앰플 에센스는 비타민 성분의 앰플이 함유돼 피부 보습과 미백, 피부결 개선, 유연 효과 등 많은 효능을 갖고 있다”고 가격 폭리로 지목된 제품의 효능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은 반박자료를 통해 네이처리퍼블릭의 해당 제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증을 받은 효능은 ‘미백기능성’뿐이며 업체에서 주장하는 피부유연 효과 등은 현재 객관적인 시험 및 평가 방법이 없다고 명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제품명 자체에 ‘에센스’로 표기가 돼 있으며 ▲시험 대상 제품의 용량 차이가 있어 객관적인 가격 비교를 위해 10mL(g)당 가격으로 비교했다는 것이다. 또 용량이 상이한 제품에 대한 가격 비교는 단위 용량당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인 비교 방식이라고 밝혔다.
네이처리퍼블릭 홍보팀 관계자는 “처음 반박자료를 냈던 이유는 상세한 조사 내용을 전달받은 바가 없어 기준이나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면서 “소비자들의 판단을 돕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프리미엄 제품 내 피부보습과 미백 등 다양한 효능이 있음에도 용량대비 가격만 이슈화된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또한 “네이처리퍼블릭의 제품만 150mL 용량이다 보니 비교된 농축액 부분에서 단순비교가 됐고, 제품 자체가 저가제품이어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소비자원과의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원치 않아 찾아가 함께 얘기를 나누며 피해를 주려던 목적이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다”면서도 “한국소비자원이 다시 내놓은 반박자료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54.8%는 기능성 인증 여부를 두고 미백 기능성 화장품을 선택했다. 20.2%는 브랜드, 제품 가격을 우선으로 고려했고 나머지 4.9%는 제품 광고의 영향을 받았다.
소비자들이 기능성 인증 여부나 브랜드로 인한 소비가 아닌, 합리적인 화장품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성분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포장 박스에 의무적으로 전 성분을 표시하도록 돼 있다. 간혹 핵심 성분을 소량 함유했음에도 주 성분인 양 과대광고하는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는 성분 표시를 꼼꼼히 읽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토너와 로션, 크림, 앰플 등의 경우에는 대부분 물을 뜻하는 정제수가 맨 앞에 적혀 있으나 기능 성분이 맨 앞에 적혀있는 경우 타 제품보다 기능 효과면이 더 부각된 제품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