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창당] 孫 날 우습게 보지마라
[안철수 신당창당] 孫 날 우습게 보지마라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3-11-25 09:40
  • 승인 2013.11.25 09:40
  • 호수 1021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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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과 킹메이커 사이” 용꿈 꾸고는 있지만…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차기 대권을 꿈꾸는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경전이 갈수록 뜨겁다. 유력한 야권에 차기 대권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차기 대권에 출마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더 불을 지핀 격이다. 손 고문은 최근 언론에 대고 “안철수 신당 입당 안한다”고 선언하면서 손-안 연대가 언급되는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토로했다. 자신을 정치 초년생인 안철수 의원과 비교하는 게 불편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반면 안 의원은 신당창당 공식 선언하면서 ‘안철수식 정치’를 시작했다. 손 고문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일단 세를 불리고 지방선거에 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와 손학규 두 잠룡이 ‘동병상련’에 빠졌다는 평이다. 그 전말을 알아봤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손학규 안철수 연대는 물 건너 갔다.”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측의 말이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을 꿈꾸는 두 인사로선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둘 중에 한 명이 ‘킹메이커’로서 결심을 하지 않는 이상 손-안 연대는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최근 손 고문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노골적으로 안 의원과 경쟁관계에 있다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는 심경을 밝혔다.

손 고문은 10월 19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손학규가 종속 변수인가? 나는 내 길을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손 고문은 “손학규가 생각하는 것은 더 원대한 꿈이다. 그저 어디서 자리 하나 차지하고 세를 이용해서 유리한 여건을 만들고 하는 건 내 머릿속에는 없다”며 “손학규 우습게 보지 말라, 이 얘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그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연대설이 나왔을 때 ‘안철수 현상’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좌절에 대한 반사작용인 만큼 안철수 의원이 표방하는 새정치의 내용을 충실히 채우고 국민에게 좋은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실상 손-안 연대설에 명확하게 선을 그은 셈이다.

安과 비교에 손학규, “날 우습게 보지마라”

주목해야 할 점은 ‘국민동행’이라는, 정치권에 원로급 인사들이 주도해서 만든 단체가 출범하면서 나온 말이라는 것이다.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 김덕룡 전 의원, 정대철 상임고문이 참석한 이 단체는 친안철수 성향을 띠고 있다. 손 고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발기인 명단을 보면 안 의원과 인연을 맺고 있는 인사로 김영춘, 이계안, 조배숙, 장세환, 김효석 전 의원이 눈에 띈다. 김영춘 전 의원은 안철수 신당 부산시장감으로, 조배숙 전 의원은 전북 도지사, 김효석 전 의원은 전남 도지사, 이계안 전 의원은 안철수 신당 소속으로 평택 재보선 출마가 거론된 인사들이다. 특히 김덕룡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를 물밑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다.

안 의원이 11월 17일 국민동행 출범식에 참여해 축사를 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미력하나마 ‘국민동행’이 품은 고귀한 뜻에 저도 함께하겠다”며 “같이 부축하고 어깨를 내밀고 손을 맞잡겠다”고 적극적인 동참 의지를 밝혔다. 또한 신당 창당과 관련해서도 안 의원은 “정치세력화에 대해서는 계속 열심히 진행 중”이라며 신당 창당 의지를 밝혔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11월 말에 신당 창당 관련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의원이 ‘국민동행’에 적극적인 반면 손 고문은 일정을 핑계로 불참하면서 거리두기에 나섰다. 당초 ‘국민동행’ 출범에 친손학규계로 알려진 민주당 김성식 전 의원 '역할론'이 나오면서 출범식에 손 고문의 참석도 예상됐다. 또한 출범 전부터 국민동행 측은 손학규-안철수 두 인사를 영입할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드러낸 게 사실이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손 고문과 안 의원이 함께하기 힘들다는 데 동감했다. 이 인사는 21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안철수나 손학규 두 인사 모두 ‘킹’이 되려고 하기 때문에 함께하기 힘들 것”이라며 “서로가 자기 밑으로 와 ‘킹메이커’하라는 데 선뜻 가겠나”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어 그는 “안철수와 함께하지도 않지만 민주당을 탈당하고 넘어가면 정치 생명은 그것으로 끝”이라며 “그리고 손학규 입장에서는 자신이 안철수보다 한수 위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손-안 연대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안 의원 역시 손 고문과 비슷한 ‘동병상련’에 빠져 있다는 지적도 했다. 이 인사는 “손 입장에서야 민주당으로 영입해 안 의원과 경쟁적 동지관계를 맺고 싶겠지만 안 의원이 ‘불쏘시개’가 될 게 뻔한데 민주당 입당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며 “특히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차기 대선에 불출마 선언을 한 마당에 유력한 경쟁자는 손학규일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안철수 캠프에 근무했던 인사 역시 이런 입장에 동의했다 “안철수와 손학규는 경쟁적 동지관계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경쟁’관계도 ‘동지’관계도 아니다. 용꿈을 꾸는 사람들이지만 서로 정치적 이해 관계와 처한 상황이 너무 다르다”며 “손 고문은 우선적으로 민주당을 접수해 리모델링을 하려고 하는데 갈길이 멀고 안 의원은 ‘큰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설계가 부실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가깝고도 먼 사이 철수와 손 ‘동병상련’

이어 이 인사는 “안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손 고문이 자기 밑으로 오길 바랐겠지만 지금은 손과 손잡는 순간 정치적 자살행위”라며 “두 번이나 대선에 출마한 손 고문과 이제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안 의원은 정치적 중량감이나 경험에서 게임이 안 된다”고 서로가 보완재 관계임을 역설했다. 이어 그는 “자세히 보면 안철수 입장에서 손 고문의 지원이 절실한 반면 손 고문은 다소 느긋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민동행이 손 고문과 무관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민주당의 이중대에 가깝다고 내다봤다. 이 인사는 “멤버 구성을 보면 민주당 인사들이 다수로, 안철수 의원에게 우호적인 집단으로 보기는 힘들다. 정대철 의원이 참석한 것은 사실상 민주당에서 파견 한 인물로 볼 수 있다”며 “안 의원이 신당 창당을 하면 국민동행 몇몇 인사들이 참석할 순 있지만 국민동행이 통째로 신당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손 고문은 정치적 복귀 시점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경기도 화성 재보선 불출마 이후 정치 복귀는 내년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 그리고 민주당이 지방선거 패배 시 개최될 수 있는 조기전당대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에선 당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재보선에 출마를 하지 않은 이상 내년 7월 재보선 출마는 힘들다고 본다. 손 입장에서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해야 정치적 복귀가 자연스럽게 된다.

안 의원 역시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하면서 가속도를 내고 있다. 안 의원은 11월 28일 신당을 창당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민주당 손학규 고문과 안철수 의원 간 본격적인 세싸움이 시작된 가운데 변곡점은 내년 지방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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