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만 없지 모든 시설 이 모텔 수준”
“침실만 없지 모든 시설 이 모텔 수준”
  • 이수향 
  • 입력 2004-12-13 09:00
  • 승인 2004.12.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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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근교에서 성행하는 방갈로 음식점이 불륜과 퇴폐 분위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표적인 국민관광지 장흥은 현재 방갈로 천국이다. 언제부터인가 장흥일대에 하나둘씩 방갈로가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오히려 방갈로를 갖추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개별 분리된 방갈로 속에 들어앉은 커플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나올 줄을 모른다. 은밀한 곳을 찾는 이들 사이에서 이미 방갈로 데이트는 색다른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그 실태를 취재했다. 장흥의 늦가을 밤은 쌀쌀했다. 국도변 너머 띄엄띄엄 자리한 술집들은 제각기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놓은 채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토요일이라 그런지 각 음식점들 앞에는 서울 번호판의 승용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한 주점 마당에 발을 들여놓으니 종업원이 쏜살같이 나와 맞는다. 당연히 식탈들이 놓인 실내로 들어가겠거니 했던 예상과 달리 그는 주점건물을 지나쳐 뒷마당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군데군데 피워진 모닥불 사이사이로 한 20m쯤 따라갔을까. 마당 뒤편에는 누런 짚이 얹힌 방갈로들이 늘어서 있었다. 방갈로는 대략 30~40m 간격을 두고 띄엄띄엄 자리했다. 종업원은 방갈로의 문을 열어주며 “마지막 방이었는데 손님들은 운이 좋다”고 생색을 낸 뒤 메뉴판을 놓고 돌아갔다.3평 정도의 방은 최근 웰빙 열풍을 타고 각광을 받고 있는 황토방으로 되어있었으며 두 사람이 들어가기에 적합했다. 방에는 중간크기의 교자상이 놓여있고 커튼이 쳐진 창문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구강청결제 자판기와 업소측과 직접 통화가 가능한 인터폰이 설치되어 있었다. 문에는 잠금장치까지 있다. 인터폰을 들어 호출을 하자 잠시 후 누군가 노크를 한다.

문을 열자 종업원이 들어와 주문을 받는다.방갈로에 대해 신기해하는 기자에게 그곳에서 일한지 8개월 정도 됐다는 종업원 A(남)씨는 “이런데 처음 와봤냐”고 물은 뒤 “손님들이 무척 좋아한다. 낮에도 방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외부와 차단되어 밀실이나 다름없어 보인다”는 말에 그는 조금 망설이다 “그래서 일명 불륜커플들이 식사겸해서 자주 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특히 평일 낮에 오는 커플들은 불륜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골프장에서 눈맞은 커플들이 간단한 요기를 하러 들르는 경우도 많은데 들어올 때는 존댓말을 쓰던 남녀가 방갈로를 나설 때면 ‘자기야’로 호칭이 바뀌는 것도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A씨는 “들어올 때 쭈뼛거리며 따라들어오던 여자가 나갈 땐 남자 팔짱을 끼고 나간다”며 웃었다. 불륜 커플들은 주로 고급 승용차를 타고 평일 낮에 오곤 하는데 단순히 부부끼리 보양식을 먹으러 왔다고 하기에는 여성이 지나치게 단장을 하고 있다는 것도 독특한 점이라 전했다.

또 해지기 전에 나서는 경우가 많으며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인지 술은 시켜놓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또 한꺼번에 음식을 다량으로 주문해놓고 나갈 때까지 ‘잠잠하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메뉴도 주로 백숙이나 옻닭, 장어구이 등의 보양식을 즐겨 찾는다는 게 이곳 종업원의 설명이다. 이곳을 찾는 이유도 술보다는 식사를 곁들인 ‘데이트’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웬만한 방갈로에는 개별 화장실까지 갖춰놔 한번 방갈로에 들어오면 외부로 나갈 필요가 없다. 종업원들을 비롯한 외부인들과의 불필요한 접촉이 없다는 것이 방갈로만의 매력이기도 한 것이다. A씨는 “자세히 말하기는 그렇지만, 한번은 달랑 동동주에 파전 한접시 시켜놓고 방을 아주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간 커플도 있다. 그러나 어쩌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불륜인 것이 뻔히 보이고 다른 목적으로 오는 손님인 줄 알면서도 묵인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물론 인터폰 호출이 있기 전에 종업원이 오지 않는 것은 이곳에서의 불문율.저녁 9시정도만 되면 이미 모든 방갈로는 자리가 없으며 빈방의 경우 예약된 상태이기 때문에 방갈로에 들어가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간혹 테이블에 자리를 마련해주고 방갈로에 자리가 나면 옮겨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운이 좋아야 가능하다는 것이 업소측 얘기다. A씨는 “한번 손님이 들어가면 수 시간 동안 좀처럼 나오는 법이 없기 때문에 손님들을 마냥 기다리게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아예 동이 터야 나서는 경우도 흔하다는 것.이처럼 방갈로는 밤늦게까지 식사와 음주를 하는 커플을 위해 무료민박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매력을 내세워 알뜰 데이트족과 불륜남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이 업소 종업원인 A씨는”요즘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장사가 안된다”며 “여기 일대는 다 방갈로 형태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기자는 장흥 방갈로에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는 회사원 김진우(29·가명)씨를 만날 수 있었다.방갈로 때문에 장흥을 자주 찾는다는 김씨는 “여기는 한 곳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니 경제적”이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가 말을 이어 덧붙인 얘기는 “솔직히 모텔 들어가기가 낯 뜨거울 때가 있다”는 것. 그는 주말이면 여자친구와 장흥과 양수리 등의 서울 근교에서 데이트를 즐겨왔다.여자친구와 사귄지 5년째라는 그는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은밀한 장소까지 샅샅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서 방갈로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최근 장흥 일대에 생겨나고 있는 방갈로는 모텔의 축소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 신경쓰지 않고 내 집 안방처럼 편히 앉아서 자유롭게 먹고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던 방갈로가 이제는 그 기능면에서 밀애를 위한 장소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김씨는 최근 신설된 방갈로는 그 안에 화장실은 물론이고 샤워가 가능한 욕실까지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벽걸이 에어컨과 TV, 피임기구 자판기까지 설치되어 있다”며 “침대만 없다뿐이지 모텔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그는 불륜남녀의 출입에 대해 “가족끼리 오는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다 불륜”이라고 단언했다.자동차 번호판을 가리고 고개 숙이며 러브호텔에 드나들던 불륜남녀들이 당당하게 ‘연애’할 수 있는 엄연한 데이트 장소로 방갈로 음식점이 부상했다는 것이다.그는 “음식점 들어가는데 누구 눈치 볼 것도 없고 음식을 시켜놓고 방에 들어앉아 있으면 그 안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다.김씨는 최근 신축되는 방갈로가 단순한 밀실의 기능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설과 시스템이 장착된 형태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은 불륜남녀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업소측의 경쟁 때문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새로운 유행을 타고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는 ‘근교로 백숙이나 먹으러 가자’는 말이 곧 불륜남녀의 멘트로 통한다는 우스개도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실제로 여자친구와의 은밀한 경험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둘만의 공간에서 술을 마시다보니 ‘자연스럽게’분위기가 만들어지더라는 것.그는 “지금이야 방갈로 음식점에 갈 때마다 애인과의 연애는’고정코스’가 됐지만(웃음), 초기에는 종업원이 들이닥칠까 하는 두려움에 무척 긴장했다”고 말했다.

장흥 일대 모텔 ‘최첨단 시설’승부수
방갈로에 손님 뺏기자 ‘무인시스템’ 등 차별화 모색방갈로 음식점이 각광을 받으면서 좀처럼 불황을 모르던 장흥일대의 모텔에 긴장감이 돌고있다.최근 방갈로가 그동안 모텔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은밀함’과 ‘안락함’이라는 특권을 침범함에 따라 모텔은 방갈로가 따라올 수 없는 무기들로 새단장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장흥 모텔들이 방갈로 음식점에 도전하여 내세우고 있는 무기는 역시 최첨단 시설이다.장흥일대 모텔들은 저마다 무인시스템, 전동침대, 월풀욕조, 물침대, 스팀사우나, 100인치 TV, DVD, 러브체어, 초고속 인터넷 등의 최신식 첨단 시설을 현수막에 내걸고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는 방갈로 음식점이 아무리 왠만한 것들을 다 갖추고 있는 추세가 된다해도 최신식 모텔의 시설을 따라오는데는 무리가 있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무인모텔의 증가이다.방갈로 음식점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그것이 엄연히 음식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눈치안보고 떳떳하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착안, 장흥 일대의 신축모텔은 무인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모텔방에 들어가기까지 그 누구도 마주칠 염려가 없을 뿐 아니라 필요한 소품도 무인 자동 자판기를 통해 구입한다. 계산 역시 원버튼 시스템식 기계로 처리되는 것은 물론이다.입구를 비롯해 계단과 복도에서도 타인들과 접촉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을뿐 아니라 엘리베이터 역시 사람이 타고 있으면 중간 어느 층에도 서지 않는다.월풀욕조는 욕조내에 설치된 특수한 모터나 펌프가 거품을 발생시켜 안마효과를 얻는 기능이 있는 욕조로 인기를 끌고 있다.

러브체어나 커플욕조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일대의 모텔은 그 ‘본래의 목적’에 더욱 충실해져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좀 더 특이하고 짜릿한 연애를 위한 다양한 기구들과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이 외에도 인터넷은 기본이고 영화관과 동일한 수준의 사운드를 느끼며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최첨단 DVD시설을 갖춘 곳도 많다. 이처럼 장흥은 주변의 방갈로와 경쟁할 수 있는 모텔만의 장점을 내세워 살아남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갈로 속 대화 밖에서 다 들려”
방갈로 데이트족 김모씨 “방음 안돼있어 조심해야”방갈로를 자주 이용하는 김씨에게서 방갈로에 대한 재미있는 뒷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방갈로 안에 들어간 커플들은 방안에 둘 뿐이라는 사실에 자연히 긴장을 풀게되어 둘 사이의 비밀스런 얘기들까지 서슴지 않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그에 따르면 보통 방갈로는 시각적으로는 단독으로 분리된 공간이지만 창문과 콘크리트 벽틈이 있어 방음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남녀들은 웃고 떠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둘만의 ‘진한’ 밀어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다고 한다.그러나 정작 바깥의 사정은 다르다. 실제로는 그 내부에서 헛기침하는 소리까지 그대로 들리는 경우가 다반사.김씨는 “방에서 은밀한 소리가 적나라하게 새어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그는 “따뜻한 온돌방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외에도 데이트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좋다. 우린 자타공인 방갈로 데이트족”이라며 웃었다.

이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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