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성형 열기 후끈
지난해 한국여성개발원이 노동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미취업 대학졸업생들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가 취업을 위해 성형(다이어트 포함)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 5.5%, 여성 17.5%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또한 강남에 위치한 H치과, Y성형외과, P피부과가 병원을 찾은 20~30대 300명(남 91명, 여 208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5%가 취업을 위한 성형에 찬성한다고 답해 눈길을 끈다. 특히 응답자의 51%는 이미 취업에서 외모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해 당분간 취업성형의 열기는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성형이라도 할걸 그랬어요”
“학점도 우수한데다가 토익도 900점이 넘거든요. 일상회화도 가능해요.”서울소재 명문대인기학과를 졸업한 최인경(여·27·가명)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현재 종로에 위치한 유학원에서 MBA 유학준비를 하고 있는 최씨는 대학을 졸업한 2002년 이후 한번도 정규직으로 일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대기업 협력업체 홍보팀에서 1년간 계약직으로 일했다는 최씨는 “말이 홍보팀이지 완전 책장사하는 텔레마케터였죠”라고 말하며 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와중에도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10여 차례 원서를 냈으나 매번 면접에서 탈락했다고 최씨는 말했다.
“대기업은 작년에 이미 포기했어요. 이젠 나이 때문에 신입사원 지원도 불가능해요.”최씨는 남들보다 우수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매번 대기업 입사 면접에서 떨어진 원인으로 자신의 작은 키와 외모를 꼽았다. 실제로 그녀는 150cm가 조금 넘을까 싶은 작은 키에 아래턱이 돌출된 인상을 지니고 있어, 면접 때마다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최씨는 또 “사람들을 많이 대해야하는 홍보팀의 경우 외모를 많이 보는 눈치였다”며 “이제 여기서 취직은 접었고, 내년 1월에 현지 적응 좀 한 후에 MBA과정을 밟으러 떠날 것이다”라고 말했다.“대기업 홍보팀에서 근무하고 싶었는데, 진작 성형이라도 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드는 게 사실이에요.”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최씨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외모가 경쟁력이죠”
“이것 좀 보세요. 제 얼굴이 이랬다니까요.”서울소재 모대학 4년 전미영(여·23·가명)씨는 대뜸 자신의 학생증 사진을 보여줬다. 실제로 학생증 사진속의 전씨는 지금의 이미지와 확연히 차이가 났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전씨는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안면윤곽 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녀가 받은 수술은 이른바 광대뼈 제거술.강남에 위치한 한 안면성형 전문 병원에서 최소절개를 이용한 광대뼈 절개술을 받은 이유에 대해 미영씨는 “요즘 취업을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라 하잖아요. 이런 시대엔 외모도 경쟁력 아닌가요”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아프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그녀는 “의술이 좋아져서 생각보단 괜찮았어요. 제 인생이 걸린 문젠걸요”라고 말했다.
그 정도의 고통은 감수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식이었다.“첫 인상이 완전 달라졌다 그러더라구요.” 그녀는 자신의 달라진 외모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층 들떠 있었다. 입사 2년째로 모 기업 마케팅팀에 근무하고 있는 박혜미(여·29·가명)씨는 입사를 준비하면서’박피수술’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중학교 때부터 심한 여드름으로 인해 피부가 ‘엉망’이었다는 박씨는 “수술 받길 잘했죠”라며 만족스러워 했다.외모가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박씨는 “미인까지는 아니더라도 혐오감은 주지 않아야 하지 않나요. 특히 면접에서는 첫 인상이 크게 좌우하는데, 깨끗한 얼굴을 선호하지 않을까요”라며 제 ‘더러운 피부’로도 입사할 수 있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에요”라며 웃었다.
취업성형 문의 줄줄이
“겨울방학 때는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봅니다.”어느덧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성형외과에는 성형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강남 일대 몇몇 성형외과에 알아본 결과, 특히 취업을 위해 성형을 문의하는 사례가 부쩍 는 것으로 드러났다.신사동에 위치한 모 성형외과에 따르면 취업성형을 문의하는 대학 4년생이나 미취업자들의 문의가 하루에도 수 건에 이른다는 것이다. 단순히 쌍커풀이나 코세우기에 국한되어 있던 기존의 성형수술 범위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이미지를 개선시킬 수 있는 안면윤곽술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관계자는 귀띔했다.압구정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동양인의 특성상 광대뼈 축소나 돌출된 입 부분의 교정, 사각턱 절골술에 대해 문의하는 사례가 상당수”라며 “돌출된 어느 부위만 교정해줘도 전체 이미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면윤곽술 문의 많아졌다”
강남 모 성형외과 전문의 강남역에 위치한 모 성형외과. 병원 로비에는 4명의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최소 절개로 안면윤곽술을 전문으로 한다는 전문의는 “외모가 취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온거죠”라고 말했다.
- 취업을 위해 찾는 이들이 많은가.▲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방학기간을 이용해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예비 취업생의 경우 이번 겨울방학이 적기다.
- 취업을 위해 병원을 찾는 이들은 주로 어떤 수술을 원하는가.▲ 전체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드는 안면윤곽술에 대한 문의가 많다. 특히 광대뼈가 지나치게 돌출되어 있거나 사각턱인 분들이 선호한다.
-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모든 절차는 일단 환자와 신중하고 정확한 상담에서부터 시작된다.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 실측 방사선 사진인 ‘세팔로메트리’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수술에 들어간다. 수술 후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수술전에 미리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의 만족도에 따라 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 최소 절개윤곽술의 장점이라면? 위험하지는 않은가.▲ 수술시간을 단축시킴과 동시에 출혈을 최소화한다. 위험성통증이나 부기도 적고 빠른 시일내 일상 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술이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위험성도 그만큼 낮다고 할 수 있다.
- 시술하는 입장에서 취업성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예전엔 기형으로 인해 필수적으로 성형을 해야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엔 많이 바뀌었다. 그만큼 구직난이 심각하다는 말 아니겠나. 언젠가 모 대기업 채용 담당자가 면접시 외모를 비중있게 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요즘은 확실히 실력만 있으면 인정받던 과거와는 다른 것 같다.
- 수술을 문의하는 남성들도 있나. ▲ 10명중에 2~3명꼴은 남성이다. 외모에 신경쓰는 남성은 새로운 사회현상이다. 머리숱이 적어 이마가 지나치게 넓어 나이들어보이는 경우나 지나치게 좁아 답답해보이는 경우 등에 대한 시술, 귀모양 성형 등 다양하다.
이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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