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고 ‘재미’도 보세요”
“영화보고 ‘재미’도 보세요”
  • 조민성 
  • 입력 2004-10-01 09:00
  • 승인 2004.10.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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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매춘이 자동차 극장이나 유원지 등 문화공간에까지 침투해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제 매춘이 침투하지 않은 곳은 없다고 할 정도로 사회 곳곳에는 생계형 매춘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에 이들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와 문제를 짚어 보았다.자동차 극장은 처음 등장할 당시 연인과 가족을 위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떠오르며 각광을 받았다. 야외에서 자동차라는 ‘그들만의 공간’에 나란히 앉아 영화를 감상하는 기분은 누구나 만끽하고 싶은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그런데 이런 자동차 극장에도 매춘의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자동차 극장을 찾는 ‘외로운 늑대’를 위한 극장 도우미가 바로 그것이다. 자동차 극장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극장 도우미들에 대해 한 업자의 말을 빌리면 자동차 극장의 성매매는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카섹스’를 상품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가장 먼저 자동차 극장 도우미가 등장한 곳은 경기 서북부지역에 위치한 모 자동차 극장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소문 끝에 이 극장을 알아내 직접 찾아가 보았다.

극장은 생각대로 주거지와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극장 주변에서 극장 도우미를 원하는 이들을 찾는 속칭 ‘삐끼’들이 있는지 살폈으나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일단 표를 사서 자동차 극장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기자가 탄 차량은 극장 입구를 지나 대형 스크린 앞 주차장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았다. 영화가 시작하려면 아직 20분 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차에 탄 채로 차창 밖을 유심히 살폈다. 대부분의 차량에는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동석하고 있었다. 잠시 후 뭔가 수상해 보이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남녀가 걸어오더니 주차돼 있는 한 차량 앞에 멈춰 섰다. 남자는 여성을 잠시 뒤로하고 운전석에 앉은 이와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함께 온 여성을 남겨둔 채 곧장 사라졌다.남겨진 여성은 20대 중반 정도 돼 보였는데 상당한 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 여성은 같이 온 남자가 사라지자 바로 차에 올랐다. 이에 조금 전 여성을 데리고 왔던 남성에게 접근해 보았다. 기자가 말을 걸자 약간 경계하는 눈빛이 스쳤으나 아가씨를 구한다는 말에 그 눈빛은 이내 사라졌다. 예상대로 그는 도우미 제공 업소 관계자였다.

그러나 아가씨를 구한다는 말을 듣자 의외의 말을 전했다. “매표소에 문의하세요. 그러면 그쪽에서 알아서 해 줄 겁니다.” 그의 말을 듣고 매표소에 문의했다. 매표소 직원은 익숙한 듯 “영화 같이 보시게요?”하고 물었다. 그에 따르면 하프 코스, 풀 코스, 원나잇 스텐드 등 세 가지로 구분되는 도우미 서비스는 함께 영화를 보며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역할부터 섹스파트너까지 해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우선 도우미가 오럴 서비스만 해주는 하프코스의 가격은 6만원선이고 완벽한 카섹스가 이뤄지는 풀 코스의 경우 가격은 10만원에서 12만원 사이다.그리고 이것도 모자라 함께 영화를 관람한 뒤 러브호텔에서 하루 밤을 보낼 경우는 18만원 가량이다. 풀코스를 뛸 경우 도우미들은 한 회 상영마다 단 한 명의 손님만 받을 수 있다. 하프 코스의 경우만 한 회당 두 탕을 뛰고 있다. 매표소에서 도우미를 요청하자 직원은 자동차 번호와 위치를 체크한 뒤 “차에 가 계시면 잠시 후 도우미가 갈 겁니다. 그때 계산하시면 됩니다”라고 안내했다.

잠시 후 역시 한 남자와 함께 상당한 미모의 도우미가 나타났다. 도우미와 함께 온 남자는 “도우미 부르셨죠? 도우미하고 얼마나 같이 계실 겁니까?”하고 물었다. 하프코스를 원한다고 답하자 6만원이라고 했다. 돈을 받아든 남자가 총총 사라지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물끄러미 서있던 도우미는 갑자기 오래 사귄 애인으로 돌변해 있었다. 조수석에 오른 그녀는 “오빠 여기 처음이지? 딱 보면 알겠어”라는 말과 함께 자신을 정선영(가명·26)이라고 밝혔다. 또 같이 온 남자에 대해 자신이 속해 있는 업소의 직원이라고 설명했다.얼핏 차 창 밖을 보니 남자 손에 이끌려 낯선 차로 공급되는 여성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도우미들을 부른 차량이 더 있는 듯했다. 손님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냐는 물음에 정양은 “오빠 보니깐 막 서비스 해 주고 싶은데 풀코스로 하지 그랬어?”라며 “대딸방이 유행이라 그런지 최근 들어 풀 코스보다는 하프 코스를 원하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정양에 따르면 대학생의 경우 12만원, 아닌 경우 10만원이 정가다. 여대생은 그 수가 적기 때문에 보통 선착순으로 손님들에게 배정되고 있는데, 그중 미모가 출중할 경우 고정 고객이 많아 그보다 조금 더 받기도 한다고.극장 도우미도 엄연한 서비스업인 만큼 영화 상영이 시작되면 리드는 도우미들의 몫이다. 이들이 남성에게 ‘작업’을 개시하는 시기는 영화 상영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정양은 “영화가 중반에 이를 즈음 밖에서 보면 흔들거리는 차들이 꽤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풀코스의 경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애인의 임무를 다하지만 하프코스는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정양에 따르면 요령이 붙은 여성들은 한편 상영동안 하프코스 세 탕을 뛰기도 한다고.사실 ‘카섹스 매춘’은 이미 한강 유원지나 고속도로 등에 먼저 등장했다.

이런 점에서 자동차 극장의 성매매 형태는 새롭다기보다 연인들이 올 장소에 혼자 온 이들의 심리적 허점을 이용한 일종의 응용된 매춘 형태라 볼 수 있다. 자동차 극장에서의 정사는 영화를 감상하면서 즐기는 이른바 ‘더블플레이’가 가능해 연인들 사이에서 자동차 극장은 데이트 장소로 대단히 인기가 좋은 게 사실이다. 이 남성들의 욕망을 간파하고 생겨난 자동차 극장 매춘은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하게 꿰뚫어 불황 속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덕분에 이제 ‘자동차 극장 = 카섹스’ 라는 등식이 연상될 정도로 자동차 극장에서의 매춘행각은 일반적인 것이 돼 버렸다.

조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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