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하면 보험 들어주겠다고요?
애인하면 보험 들어주겠다고요?
  • 서준 프리랜서
  • 입력 2013-11-18 10:33
  • 승인 2013.11.18 10:33
  • 호수 1020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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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업사원에 대한 은밀한 흑심

[일요서울ㅣ서준 프리랜서] 영업직 여자 사원에게 은근히 ‘흑심’을 품는 남성들이 많다. 남성들은 고객이고 여성들은 영업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남성이 갑이고 여성이 을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일부 남성들은 외모가 괜찮은 여성 영업사원들을 상대로 은근한 ‘작업’을 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이를 단호하게 물리치기가 쉽지는 않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어쨌든 단 한명이라도 고객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들도 남성들의 은근한 속내를 알면서도 이에 응해주는 경우도 있다. 때로 이혼 여성이나 별거 중인 여성 영업사원에게는 ‘괜찮은 고객’이 ‘괜찮은 남자친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들이 먼저 소위 ‘꼬리’를 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이럴 경우에는 ‘고객 접대’라는 아주 그럴 듯한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직장인 김모씨는 자신에게 영업을 하고 있는 보험설계사 이모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김씨의 나이는 40대 중반. 한 차례의 이혼 후 현재는 혼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번의 만남을 가지다 보니 이씨 역시 이혼을 하고 혼자서 산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부터 김씨는 이씨에게 이런 저런 ‘작업’을 걸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은근히 다가오는 남성들의 손길

“사실 처음부터 그런 마음이 들었던 건 아니었다. 아무리 고객과 영업사원의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미모는 상당했다. 거기다가 사근사근하고 상냥하기까지 해서 남자라면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우연히 대화를 하던 중 이혼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동정심도 가고, 여자로서 느껴지기도 했다. 뭐 나쁘게 행동할 생각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녀가 처음에는 고객과 영업사원으로 만나도 나중에는 관계가 변화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한번 대시를 해볼 생각이다.”
사실 김씨의 경우는 그나마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추행이나 상대방이 귀찮게 여길 정도가 아니면 남녀의 건전한 교제는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남성들은 여자 영업사원들에게 나쁜 손길을 뻗치기도 한다. 한 보험 설계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이런 일을 하다보면 여자도 만나지만 남자들도 많이 만난다. 그러다 보면 정말로 별의 별 사람들을 다 겪게 된다. 어떤 한 남성은 계약을 해줄 것처럼 하면서 계속 질질 끌다가 ‘호프나 한잔 하자’며 불러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 자리에서 좀 취하니 ‘나랑 애인하자’, ‘애인하면 보험을 들어주겠다’는 말을 했다. 정말이지 너무도 불쾌했다. 아무리 내가 이런 일을 한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모함을 해서는 안되지 않은가. 너무 불쾌해서 ‘나에게 보험을 들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며 빨리 자리를 정리하고 나와 버렸다. 그날 밤에 집에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녀의 경우에는 그나마 단호하게 관계를 끊은 편이다. `하지만 그렇게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여성 영업사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상당수의 여성들은 고객을 놓치기 아까워 그러한 말에 반발하지 못한다. 물론 그렇다고 실제 애인이 되어주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상대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꾹 참는 것이다. 또 다른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물론 기분 나쁘다.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나쁘지 않을 여성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아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그 사람도 고객이지만, 그 사람의 주변에 있는 사람도 다 나의 고객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 사람과의 관계를 끊는다면, 그것은 수많은 고객과의 관계를 한 번에 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심지어는 ‘성추행’ 수준의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엉덩이를 슬쩍 만지거나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 손을 슬쩍 잡는 행동들을 하는 남성들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정도만 가지고는 고소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연히 손이 엉덩이에 닿았다’거나 ‘그냥 눈길이 가는 걸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하면 딱히 법적인 처벌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남성들이 ‘고객’인 이상, 이 정도 가지고 고소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하는 남성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조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때로는 이를 역이용하는 여성도 있어

“나는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실제 그런 경우라면 ‘갑’이라는 우월적인 지위를 충분히 느낄 것 같다. 그러다보면 생각이 해이해져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특히 섹시하고 매력적인 여성이라면 잘못된 성 관념을 가지고 있는 남성에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당연히 잘못된 것이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런 마음이 생길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이런 남성들의 ‘흑심’을 역으로 활용하는 여성도 있다. 그녀들은 자신의 외모를 무기로 남성들에게 접근하고 은근히 성적 매력을 발산하면서 계약을 이끌어 내 지속적으로 주위의 남성들을 소개받는 방식이다. 이런 경우를 당해봤다는 최모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나같은 경우는 비교적 착실한 유부남이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불륜을 저질러 본 적도 없고 다른 여자들에게는 별로 관심도 없다. 가족을 책임지는 것이 가장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개월 전 한 여자 영업사원을 만났다. 그녀는 은근히 꼬리를 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야 뭐 필요한 보험이 있으면 하면 그만인데, 그녀는 계속해서 ‘저녁 한번 먹자’, ‘맥주 한잔 하자’ 등등의 이야기를 했다. 그게 부담스러워서 나중에는 더 이상 그녀와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냥 보험이 필요하면 들면 되고 아니면 안 들면 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또 다른 남성들의 경우에는 그런 게 먹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실제 그런 여성들은 오히려 남성의 추행을 유도하기도 하고, 함께 노래방에 가서 춤을 추고 노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그것도 그녀의 ‘영업 스타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동료 여자 영업사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자신이 아는 여성 중에서 그런 여성이 있다는 또다른 보험 설계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주변에 보면 그런 여자들은 꼭 한 두명 정도가 있다. 우리들은 정당하게 상품을 팔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데, 여성적인 매력으로 남성을 꼬셔서 영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게 소문이 나면 동료들 사이에서는 그리 썩 좋은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그런 걸 ‘몸으로 영업한다’, ‘얼굴로 영업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다른 성실한 보험 설계사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주 심한 경우에는 오래된 고객과 아예 ‘애인’처럼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잠자리까지 갖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고객이 실제 애인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것이 순수한 사랑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그런 여성들은 애초에 남자들을 상대로 ‘엔조이’를 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고객과 관계를 맺고 또 그것으로 자신의 생계를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유부남과 불륜의 관계를 맺는다든지 그런 것만 아니면 충분히 용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성인들의 자유로운 교제와 만남은 그 누구도 터치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닌가. 이 시대에는 섹시한 것도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을 좋게 활용하겠다는 데 무슨 상관이겠는가. 물론 지나쳐서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의 이면에는 여성 영업사원들의 절박함이 숨어있기도 하다. 그렇게라도 치열하게 해서 영업을 하지 않으면 결국 생계가 위협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영업사원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고, 이혼, 사별, 별거 중이어서 자신이 먹고 살 것을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성들은 결국 자신의 몸을 이용해서라도 영업을 해야 하고, 그것이 한편으로는 씁쓸한 행동으로 비춰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준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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