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대부와 함께 일식 먹고 술 마시고
사생활 보호 가능한 밀폐된 공간
룸살롱은 칸막이가 있는 방에서 술을 마실 수 있게 한 술집을 뜻한다. 원래 프랑스어에서 따온 말로 폐쇄적인 구조의 방 안에서 손님들이 양주 등 비싼 술을 마시는 곳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여성 접대부들이 손님에게 술을 따르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회식하러 가듯
편안하게 가는 룸살롱
최근에 등장한 일식살롱은 일식집과 룸살롱을 한데 모아놓은 것이 특징이다. 일식집은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워 직장인들이 회식장소로 많이 이용한다. 대부분의 일식집은 독립된 방으로 나뉘어 있어 4, 8명 등 소규모 인원이 들어가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식당이 독립된 방으로 나뉘어 있는 만큼 사생활 보호가 가능한 점이 장점이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일식집이 최근에는 룸살롱의 기능을 더해 일식살롱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성 접대부들과 술을 즐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일식살롱은 서울 시내와 경기 수원 인계동 부근에서 은밀하게 운영되고 있다. 겉모습이 일식집으로 꾸며져 있어 드나드는 사람들도 주위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일식살롱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이다. 기존에는 룸살롱을 간다고 하면 주위 눈치를 보며 조용하고 은밀하게 움직여야 했지만 일식살롱은 사람들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다.
인계동 박스
룸살롱, 안마방 집합소
일식살롱이 운영되고 있는 지역으로 알려진 인계동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계동 박스’로 불린다. ‘인계동 박스’는 수원시청 옆에서 갤러리아백화점 사거리까지의 번화가를 일컫는데 네모난 박스 모양의 유흥주점, 술집, 노래방 등이 많이 모여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인계동은 수원시 최고의 번화가다. 수원 사람들 모두 인계동으로 모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수원역 앞에도 번화가가 있지만 그곳은 수원사람들보다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다.인계동은 수원시청을 기준으로 왼쪽으로는 나이트클럽, 룸살롱, 안마방 등이 있고 오른쪽은 호프집, 노래방 등이 있다. 대부분 호프집, 노래방 등에서 적당히 술을 마신 후 나이트클럽, 룸살롱, 안마방 등으로 넘어간다.
이곳은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다니는 지역이다. 지난 12일 화요일 저녁에도 마찬가지였다. 날씨가 추운 탓에 평소보다 사람이 적기는 했지만 고깃집, 포장마차 등에는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룸살롱, 안마방 집합소인 만큼 길거리에는 ‘정통 호스트바’ ‘도우미 항시 대기’ ‘수원에서 가장 저렴한 아가씨’ 등의 홍보문구도 대놓고 전시돼 있다.
룸살롱이 밀집돼 있는 거리로 발길을 옮겨 보니 참치집, 한정식집, 일식집 등이 운영되고 있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일반음식점인지 일식살롱형태로 운영되는 식당인지 알 수 없었지만 주 고객이 남성들인 것으로 봐 일식살롱 또는 변종으로 운영되는 룸살롱 같아 보였다.
“스킨십도 자유롭고
2차도 가능”
현장 취재를 마친 취재진은 일식살롱을 이용했다던 A(36세)씨를 만났다. A씨는 “우연한 기회에 일식살롱을 알게 됐고 이후 친구들과 종종 일식살롱을 찾는다”고 말했다. A씨에게 들은 일식살롱에 관한 이야기는 아주 흥미로웠다.
A씨는 “일식살롱은 일반 일식집과 똑같은 외관과 메뉴 등을 갖추고 있다”며 “다른 점이 있다면 접대부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물론 접대부가 나오는 만큼 추가로 돈을 지불해야 한다. 접대부 1명당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다”라고 전했다.
일식살롱의 메뉴는 대부분 코스요리다. 10만 원 대부터 20만 원 대 등 음식값은 일반 일식집과 별 차이가 없으나 주문하는 술의 종류와 접대부 수에 따라 가격이 뛰기 시작한다.
A씨는 “일식살롱에 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남자들끼리 술을 마시면 재미가 없다. 하지만 여성 접대부들과 함께 하면 분위기도 좋아진다”며 “일식살롱은 일반 룸살롱처럼 술을 죽어라 마실 필요가 없다. 음식과 함께 하기 때문에 좀 더 편안하고 조용하게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라고 전했다.
또 A씨는 “술자리가 무르익으면 스킨십은 자유롭다. 손을 잡고 포옹하는 것은 기본이고 상황에 따라 2차를 나서기도 한다”며 “오히려 일반 룸살롱에서 접대부 여성들과 2차를 나가는 것보다 거부감도 덜 들고 친밀감이 형성된 뒤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만남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A씨가 말한 2차는 성매매다. 우리나라에서 성매매는 불법이다. 하지만 변종 룸살롱에서 버젓이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취재진은 인근 파출소 관계자를 찾아 일식살롱에 대해 물어봤다.
파출소 관계자는 “일식살롱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다. 하지만 인계동에는 룸살롱을 포함해 변태성행위 업소가 많다고 알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일식살롱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워낙 다양한 업소가 모여 있어 놀랍지는 않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들이 무관심한 사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는 변태 성행위 업소가 늘고 있다. 이제는 번화가는 물론이고 대학가, 주택가까지 파고들었다. 비록 수요에 의해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건강한 사회를 위해 경찰의 철저한 단속과 시민 스스로의 자정운동이 필요하다.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